안녕하세요! 지원입니다. 다들 2주간 잘 지내셨나요? 저는 지금 따사로운 햇볕 아래 야외 테이블에서 글을 쓰고 있어요. 웰컴 레터에만 소개되는 내용이지만 저희는 은서와 저 두명이서 각자의 삶을 구하기 위해 걷고 쉬는 이야기를 자유롭게 담아 보내는 레터를 작성하고 있어요.
지원
이번 주제는 제가 제시한 ‘헤엄’ 인데요. 저번 달 맛보기로 수영을 찔끔 배웠던 기억을 가지고 써볼까 해요. 수영 강습에서는 음파 호흡하기, 물에서 뜨기, 뜨고 발차기 등을 배웠어요. 처음에 할 수 있을까 싶었던 제가 어느새 물 속에서 발을 차며 나아가고 있더라구요. 그래서 하다보니 좀 더 긴 거리를 나아가게 되고. 뭐든 지속하다보면 점차 작은 도약을 하게 되는 것 아닐까요..?
저는 소통을 새로이 배우고 있어요. 항상 일대일의 긴 호흡의 대화는 자신있다 생각해왔지만 그건 반대로 다수와의 대화, 빠른 호흡의 대화는 잘 못하는 걸 뜻했거든요. 연애를 할 때도 특히 그 부분이 많이 부딪혔던 것 같네요. 갈등 상황이 생겨도 바로 말하지 못하고 눈물만 주룩주룩 흘리는 나 자신이 밉고요. 그 외에도 각종 마음을 쌓는 일만 배웠지 바로바로 내 생각과 마음을 감정들을 건강히 분출하는 법을 배우진 못했어요. 그래서 스물 여섯인 지금 계속 배우고 있답니다. 다수와의 대화 속에서도 말해보기, 상대에게 더 관심을 가져보기, 소통을 기술이라 여기고 책도 읽어보고요.
제가 잘할 수 있을까요. 저는 당연하다고 믿기로 했어요! 많이 연습하면 소통도 더 잘할 수 있고 더 좋은 사이를 만들어나갈 수 있지 않을까요? 누구나처럼 저도 부족한 부분이 있고 결핍된 부분이 있지만 스스로 노력해서 배워가려고 노력하고 싶어요. 여러분은 자신의 부족함에 대해 어떻게 다루고 있나요? 궁금합니다.
은서
이번 주제는 지원이가 정하게 되었는데요. 헤엄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니 자유로운 동시에 물이 온몸을 짓누르는 압박이 느껴졌어요. 물속에서 숨을 참고 나오면 당연했던 공기가 폐 속으로 들어오면서 느껴지는 충만함. 참 이상해요. 숨을 참음으로써 알게 되는 공기가 존재함이요. 물 밖은 대기의 압력으로부터 물속은 물의 압력으로부터 둘러싸여 있어요. 사실 우리는 어느 곳이든 어디론가 이동했다면 헤엄을 치고 있는 셈이죠.
이 헤엄은 26년 전 광주의 한 병원에서 시작되었어요. 따뜻한 보금자리에서 밖으로 나오는 건 정말 힘든 일이었지만 나온 밖에서도 헤엄을 쳐야 했던 거죠. 지금도 나의 삶을 유영하고 있어요. 내가 어떤 형태로, 방향으로 헤엄을 쳐야 하는지 모르지만, 사람들의 뒷꽁무니만 따라가다 보니 혼자서 방향을 정하는 방법을 잊어버린 것만 같아요. 아니면 애초에 배운 적이 없을지도 모르죠. 그래서 한 번 그저 다 포기하고 천천히 온몸에 힘을 빼본 적이 있어요. 불안감에 팔다리를 움직이고 싶지만, 꾹 참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요. 어디로 가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저 비웠어요. 틀림없이 가라앉아 바닥 끝까지 내려앉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몸이 천천히 떠오르기 시작했어요.
아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이곳에 존재하구나. 처음으로 깨달았어요. 남들처럼 멋있게 헤엄치지 않아도 존재할 수 있구나. 이런 내 곁에 누가 남아줄까 걱정했어요. 그들과 함께하려면 안간힘을 써 따라가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그러지 않아도 빙글빙글 돌아가다 스치는 소중한 사람의 손을 잡으면, 그럼 함께 할 수 있겠구나. 너무 순진한 생각일까요?
나를 둘러싸고 있는 압력이 버겁고 벗어나고 싶었지만 사실 그 압력이 없으면 난 터져버려 형체조차 알아볼 수 없게 되겠죠. 어쩌면 이 압력 덕분에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니까요. 그러니 이 압력을 없애려고 노력하기보다 이용해서 내가 둥실 떠오를 수 있는 부력으로 이용하려고요. 여러분은 어느 곳에서 어떤 헤엄을 치고 있을까요? 혹은 헤엄치고 있지 않을 수도 있어요. 어떤 형태로든 우리가 스치길 바라요.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