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서
사랑만으로 기억할 수 있기를
살랑살랑 바람은 시원하고 햇살은 따뜻하고 꽃은 형형색색 피어있는데 마음은 이상하게 아리는 계절. 오월이에요. 최근 많은 사람들이 보고있는 ‘폭삭 속았수다’ 다들 보셨나요?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은 보면서 각자 등장인물 중 한명에게 자신 혹은 주위 사람을 이입하게 되는데요. 이 등장인물들을 보면서 드는 생각들을 가족과 함께 나누게 되었어요. 어머니는 ‘애순이’에게 자신을 이입하며 제게 말했어요. “ 나도 그리 강인하지 못한데. 무르디 물러서 상처받고 무너지는 사람인데 왜 다들 나를 무쇠취급 했을까? 아직도 원망스러워. ” 어렸을 때부터 무쇠같이 강인한. 아무리 힘들어도 살아남기 위해 움직이고 일했던 어머니의 말을 듣고 가슴이 쿵 내려앉았어요. 나의 무쇠가 사실 사람이었구나. 조건없이 나를 사랑해주는 유일한 사람. 생각해보면 정말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 사람은 무쇠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순간은 생각보다 죄책감과 감사함이 교차하더군요. 그리고 영원하지않을 거란 불안감까지도요. 사실 어머니가 무쇠가 아니라는 건 작년부터 깨닫기 시작했어요. 작년 세 번의 장례를 치르면서, 쓰러지는 어머니의 몸을 부축하며 함께 눈물을 훔치던 순간부터요. 저번주에는 어버이 날이 있는 오월을 맞아 산소에 갔어요. 사실 아버지가 작년에 돌아가시고 나서 산소를 자주 찾지도 않았고,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썼어요. 한번 떠오르면 일상생활이 힘들만큼 마음이 먹먹하고 힘들더라고요. 하루를 비집고 들어오는 먹먹함이 싫었어요. 올해 처음 맞이하는 무덤가에는 노란 유채꽃과 보라색 제비꽃이 활짝 피어 있었어요. 아버지를 기리는 사람들의 방울방울 떨어지는 눈물을 맞고 피어난 제비꽃이 기특해서. 뭉클해서 괜히 한번 쓰다듬었어요. 그리고는 풀밭에 앉아 아버지께서 생전 좋아하던 노래를 틀었어요. “너무 오래 아팠던 거야. 아무런 의미도 없이 지난날을. 그토록 오래 기다림을 주었었지만. 사랑했던 기억만으로 널 위해 기도할게 ”
어머니는 말없이 옆에서 무성한 쑥을 캐고 저는 크게 틀어진 노래 뒤에서 하나둘씩 흐르는 눈물을 내버려두었어요.
왜 우리를 그렇게 힘들게해서 간 뒤에도 마음껏 그리워하지 못하게 하고, 사랑한다 하지 못하게 하는지. 당신의 사랑이 받고 싶었고, 그리고 당신에게 많은 사랑을 내어주고 싶었는데. 참 그립습니다. 언젠가 당신을 사랑만으로 기억할 수 있는 날이 오겠죠.
지원
안녕하세요 지원입니다. 오월의 시작과 함께 메일을 보내요. 따뜻한 낮과 쌀쌀한 저녁이 대비되니까 꼭 겉옷 잘 챙겨다니시구요!
저는 현재 안국에서 인턴을 하고 있는데요. 이전에도 짧게 인턴을 해보았지만, 4학년이 되어서야 인턴을 시작했다는 사실에 아쉬움이 남기도 해요. 일을 하면서 일머리도 키우고 나의 진로를 가늠해보는 시행착오로서 인턴이 아주 좋은 것 같다고 느껴요. 하지만 어쩌겠어요? 이제부터라도 차근차근 일 경험을 쌓아가면 되지요.
인턴을 준비하고 원하는 곳에 합격하는데 3개월을 설렁설렁 준비했는데요. 여러모로 그 과정이 참 고통스러웠던 것 같아요. 그 속에서 제 내면이 메마르고 있다고 느꼈어요. 그 메마름이 인턴을 합격하고 일하면서도 한 주간 이어지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믿고 지지하는 친구에게 말했죠. 내면이 메마른 것 같다. 좋아하던 글쓰기, 사진, 독서 등을 아예 안한지 5개월이 넘었다. 친구도 비슷한 경험을 했는데 일기를 매일 쓰면서 채워지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해주었어요.
그 뒤로 저는 회사가 끝나고 집에 오면 동생과 그날의 요리를 간단히 해먹고 일기를 쓰기 시작했어요. 처음부터 드라마틱한 변화가 있던 것은 아니지만 제 생각을 적으며 내가 원하는 것, 느낀 것을 더 또렷하게 인식할 수 있게 되었어요. 이사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집에 적응이 슬슬 되고, 첫 날에 비해 회사 역시 적응이 슬슬 되고. 그러니 책을 읽고 싶더라구요. 종로에 있는 책을 빌리러 갔어요. 들어가서 회원증도 만들고, 어문학 코너에서 무려 에세이 3권 <아무튼, 타투>, <할머니와 친구하기>, <친구의 표정>도 빌려 읽고 있답니다.
빌린 책의 결도 제가 중요시하는 가치를 설명하지만 저는 우정과 사랑을 인생에서 가장 높은 가치로 생각하고 있어요. 과거에는 성취, 성공을 쫓았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내면을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가치가 제게 더 소중히 느껴지더라구요. 저는 좋은 친구가 곁에 많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런 할머니가 된다면 아주 행복할 것 같아요. 주변 사람들과 함께 성공하고 사랑을 잃지 않는 것. 이게 저의 바람인걸요.
오늘은 최근 메마름을 채워가고 있는 저의 경험들을 공유해보았는데요. 일기를 쓰며 스스로와 많이 대화하고 원하는 것들을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해보는 것. 저는 그게 참 좋더라구요.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어떻게 본인의 내면을 채워가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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