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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뜻 언제나 전화걸 수 있는 사람
반나절 내내 의뢰받은 포스터만 디자인하니 얼마 지나지 않아 몸이 뻐근하고 눈이 침침해진 걸 느낄 수 있었어요. 동생이 만들어준 스팸마요를 먹고 포스터 시안들을 클라이언트께 보내고. 그러고는 세 시간을 내리 잤어요. 일어나서 외출한 동생 없이 덩그러니 집에 놓인 저를 발견했습니다. 모든 것이 연결되는 시기에 저는 인스타그램도, 블로그도 하지 않는 사람이 되었어요. 유튜브도 요리 숏츠 외에는 거의 보지 않죠. 희귀한 생물처럼 느껴지실 수 있습니다만. 어느 순간 흥미를 잃고 말았어요.
자취 선배이자 남자친구가 추천해준 토마토계란 볶음면을 해먹고 나니 아주 뿌듯하고 배 따시고 그렇더라구요. 초라한 몰골이지만 나름 좋아하는 트레이닝 복을 입고 야무지게 걸어서 청계천에 왔어요. 앉아서 물에 비치는 윤슬을 눈에 밟으며. 지나온 수많은 나날들이 별처럼 반짝반짝 빛나게 느껴졌어요. 안쓰럽고 사랑스러운 나의 지난 날들. 내가 더 자유롭게 살도록 스스로 든든한 기반이 되어주겠다 다짐했죠.
혼자 산책 후 돌아오는데 문득 외롭더라구요. 예전엔 외로움을 핑계삼아 친구에게 연락하는 행동은 싫어서 피했는데, 요즘은 외로움을 핑계삼아 오랜만에 친구들에게 전화하고 싶었어요. 그러나 갑자기 연락하기 어색해 망설이다가 결국 전화를 하지 않았죠. 친구들에게 카톡은 적극적으로 먼저 하는 편인데, 전화는 그렇지가 않더라구요. 그래서 몇 친구들에게 물어봤죠. 나의 고민은 이런데~ 너는 그렇지 않니~. 제 친구들답게 대부분 전화를 하는 걸 썩 좋아하지 않거나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하고 있더군요. 앞으로는 먼저 전화를 걸어보자 다짐했어요.
제겐 친구와의 우정이 참 중요한 것 같아요. 우정을 쌓는 일도 중요시하구요. 어떤 친구가 그러더군요. 선뜻 언제나 전화걸 수 있는 사람이길 바란다고. 여전히 먼저 전회거는 것은 어렵지만 마음만은 언제나 친구들을 사랑하고 있어요. 여러분은 전화나 카톡 중에 무엇을 선호하시나요?
은서
이 사회에서 내 자리를 찾는 것은 어느새 꿈이 되어버릴 정도로 먼 일이 된 것 같다.
나는 어제 내 자신이 한심해서 울었다. 마음이 궁지에 몰려서 견디기 힘들어지면 몸도 서서히 망가지며 나에게 신호를 보낸다. 금방 지나갈 것 같았던 두통이 지속되자 나는 내가 점점 무너지고 있음을 깨달았다. 하지만 취업의 고통에서 벗어나기에는 내가 당장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체력을 키워서 몸을 건강하게 만들자는 결론을 냈다. 하지만 나는 당장 헬스비도 낼 수 없는 백수다.
잠깐 고민하다가 당장 내가 아프기에 엄마에게 문자를 보냈다. ‘ 엄마 잠시 연락할 수 있어?’ ’응 왜 무슨 일이야?’ ’ 아니 별건 아니고 요즘 내가 몸이 안 좋아서 운동해야 할 것 같아.’ ’ 응 운동 해야지. 왜 안 해?’ ’근데 나 헬스 비가 없어서..’ ‘엄마도 요즘 장사 안된다.‘ ’응 알겠어 미안.’ 엄마의 거절을 듣고 나서야 갑자기 나에 대한 한심함이 몰려왔다. 나이를 이만큼 먹고 부모님께 용돈을 드리지 못할 망정 받아쓰고 있는. 심지어 헬스라는 사치를 위해 돈을 더 달라고 하는 나의 기생충스러운 모습에. 1인분도 하지 못하는 사회에서의 내 존재의 얄팍함에 눈물이 났다. 그래서 문자로 ‘내가 생각해도 염치없는 부탁이었던 것 같아 미안해’ 라는 문자를 보내놓고 펑펑 울었다. 엄마에게 ‘엄마가 사정 괜찮아지면 용돈 더 보낼게. 지금은 사정이 안 좋다.’ 라는 문자를 받고 나서 더욱 괴로움에 몸서리쳤다.
내가 이 사회에서 1인분을 하는 사람이 되는 건 아직 먼 꿈인 걸까? 착잡하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하고 있지는 않지만 결과물이 없기에 막막하기만 하다. 이 긴 경주 끝에 내 자리가 어딘가에는 있겠지. 내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현실이. 항상 애쓰고 발버둥 치고 있는 내 모습이 애처롭다. 그럼에도 우리는 살아가겠지. 내가 되기 위해. 꿈을 이루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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