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인생 구하기 ] 18화 닿기 연습

2025.12.15 | 조회 6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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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구하기

삶은 걷고 쉬고의 연속.

 

 

은서 

 

 

눈먼 자들의 손끝

 

당신의 목소리가 들린다.

한 발짝 한 발짝 발을 내딛다가 마음이 조급해져 성큼성큼 소리를 향해 달린다.

마침내 가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쿵- 소리와 함께 당신과 부딪혀 튕겨 나간다.

당신의 찡그린 표정과 함께 느껴지는 알싸한 통증.

 

당신을 온전하게 받아들이려면

한 걸음 한 걸음 당신의 위치를 가늠하며 다가가야 했는데….

서로의 눈은 서로를 온전히 담아내지 못하기에

우리에겐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

 

사람들은 각자의 생김새와 영역이 있지만

눈에 보이지 않기에

더듬더듬 손을 뻗으며 그 형체를 짐작해 본다.

 

그중엔 자신의 영역을 명확하게 모르는 사람들도 있어서,

서로 부딪히고 나서야 자신의 영역을 깨닫게 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서로를 향한 관심과 질문이 필요하다.

“ 당신을 알고 싶어요. 당신에게 다가가려면 어느 쪽을 향해 손을 뻗으면 될까요?”

“ 저는 매우 입체적이라 당신이 저를 빙 돌아서 원을 그리며 천천히 다가와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당신은 저의 일부분만 볼 수 있을 거예요.”

 

당신은 어떤 모습일지 상상하며, 둥글둥글 원을 그리면서 조심스레 한 걸음씩 다가간다.

그러다 어느 정도 가까워지면, 당신은 내 손을 잡아 자신이 있는 쪽으로 이끈다.

 

본질을 보기에 너무 어린 눈 먼 자들은 그렇게 서로를 알아간다.

 

 

 

 

 


지원

 

 

2025. 12. 15 월요일

 

요새 겨울잠 시즌을 맞이한 곰처럼 잠을 많이 잔다. 낮잠도 많이 자고. 졸립다.

아르바이트가 끝났다. 한 달 계약한 단기 알바였지만 두 달 하고 그만뒀다. 좋은 경험 많이 했다. 그래도 아쉬움은 없다. 친해진 친구들이랑 어제 곱창 먹고 맥주 마시다가 지하철 막차를 놓쳤다. 배터리도 없고 돈도 없어서 엄마 찬스를 썼다. 남자친구가 택시 불러줘서 그의 집에 가서 하루 묵었다.

예전 같았으면 무방비한 상태로 밤에 혼자 놓이는 게 무서웠을 것 같은데 잠깐이었지만 안 무서웠다. 아파트들을 손에 쥘 것처럼 잡아보고 놓았다. 사람 사는 게 좋아보였다. 겨울 밤이 묵묵히 좋았다.

 

 

K.

K에게.

Cigarettes After Sex의 음악들을 인기 많은 순대로 쭉 돌려 듣는다. 맨 위에 <K.>라는 노래가 있다. 겨울 분위기와 지금 나의 정서에 잘 맞아 듣게 된다. 원래도 음악 듣는 걸 좋아했지만 근 몇 달은 심취한 수준으루다가. 헤드셋과 줄 이어폰 둘 중 하나는 매일 들고 나간다.

음악과 함께 매일 하는 것이 있다면 책이다. 소설이 너무 좋다. 좋아졌다. 나의 독서 취향 변천사를 나열해보자면… 자기계발서에 빠진 때가 있었고, 에세이에 빠진 때가 있었는데, 지금은 소설에 빠졌다. 한 사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세계관에는 한계가 없는 것만 같다. 최근 정대건 작가의 [급류] 그리고 최진영 작가의 [이제야 언니에게]를 읽었다.

연말은 더 읽고 들으며 보내고 싶다.

 

 

그리고…

사람에 대해서는 늘 곰곰이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다양한 인간의 모습이 좋고 한 인간에게서 나타나는 수많은 감정의 양상들이 재밌다.

아르바이트를 그만 둔 것에 대해 매니저님과 친구 한 명에게는 말했지만 대부분의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말하지 않았다. 굳이 싶기도 하고 가까운 관계가 아니었으니까 대다수는.

그래서 마지막 근무날 일한 사람들에게 말했는데 놀라면서 잘 인사를 해주셨다. 어떤 분은 카드에 짧은 편지와 전화번호를 적어 연락하자고 말해주었다. 연이라는 건 참 신기하다. 상관없는 일이었는데, 밤에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에 올라가면서 그런 생각들을 했다. 저번에 점심을 사주신 전 직장 선배님께 보답해야겠다는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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