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사람들이 직항 비행기를 선호해요. 내리고, 기다리고, 다시 타고… 시간도 아깝고 몸도 힘들잖아요. 그런데 뉴욕의 이 공항이 경유지면 생각이 달라지는 사람들이 있어요. 누군가는 경유 시간이 길어지길 바라기도 하죠. 대체 어떤 공항이길래 그럴까요?
공간 여행과 시간 여행을 동시에 경험하게 해주는 신박한 뷰의 이 호텔. 세상의 그 어떤 오션뷰도 부럽지 않은 색다른 경험을 선물합니다.
기나 긴 경유가 기대되는 공항
비행을 해야 할 때 경유를 반기는 사람은 별로 없을 거예요. 항공사들이 직항 노선을 단골 광고 소재로 활용하는 것만 보아도 많은 이들이 경유를 꺼려한다는 것을 알 수 있죠. 그런데 이 공항이라면 경유 시간이 길수록 좋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과연 어디일까요?
대부분이 꺼리는 경유를 오히려 반기는 사람이 있다는 그 공항은 미국 뉴욕의 JFK 공항이에요. JFK 공항이 유명해서냐고요? 아니요. 그곳에 연결되어 있는 어느 특별한 호텔 때문이에요.
이 특별한 호텔 ‘TWA(Trans World Airlines) 호텔’은 여느 공항 호텔과는 많은 점에서 달라요. 그 위치, 그 공간이 가진 의미와 역사까지 고스란히 경험할 수 있는 곳이거든요.
그러한 특별함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JFK 공항에서 긴 시간 경유를 하게 된다면 (또는 경유하지 않아도) 이 호텔에서 하루를 보내고 싶다고 해요. 공항과 연결되어 있으니 시내까지 오가며 도로에 시간을 버릴 필요도 없고, 애매한 경유 시간이라 하더라도 짧지만 특별한 공간을 경험할 수 있으니 이 또한 어엿한 여행의 한 부분으로 기억할 수 있으니까요.
공항, 호텔이 되다
TWA, 즉 Trans World Airlines의 항공사 터미널은 지금으로부터 무려 100년 전인 1925년 설립되었어요. 오랜 시간 미국의 대표적인 허브로 역할을 하며 최대의 국내선 항공기 편성을 했죠. 그래서 다양한 미국 영화에도 등장했고요. (영화 ‘캐치 미 이프 유 캔’을 다시 보면 항공사 로고가 눈에 들어올 거예요.) 하지만 세월이 흐르며 구조적인 낙후의 문제와 재정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2001년 아메리카 항공에 인수, 합병되고 말았죠. 터미널은 폐쇄되었고요.
그런데 원래의 역할을 중단하게 된 터미널이 2016년 8월부터 호텔로의 대대적인 리뉴얼을 시작했어요. 항공사 터미널이라는 특수한 공간이 호텔로 변한다니! 많은 이들이 산업 분야의 측면에서는 관련이 있어 보이나 쉽게 상상이 가지는 않는 이 둘의 바통 터치를 궁금해했어요. 심지어 호텔로의 변신을 발표한 2015년까지 꽤 긴 시간 동안 거의 방치되다시피 하며 빈 공간으로 있었거든요.
리뉴얼의
연결 고리, Eero Saarinen
그래서 오래된 터미널이 어떻게 호텔로 바뀌었냐고요? 이 궁금증을 하나하나
풀기 전, 우린 한 인물에 대해 먼저 알아보아야 해요. 바로
본래의 터미널이었던 이 공간을 설계한 건축가 Eero Saarinen(이하 ‘에로 사리넨’)이에요.
그는 핀란드계 미국 건축가예요. 1910년에 태어나 자신이 설계한 이 터미널이 오픈하기 1년 전인 1961년,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죠.
핀란드에서 태어나 건축가였던 아버지를 따라 미국에 정착한 에로 사리넨은 예일대를 졸업한 후 1937년부터 아버지를 도와 건축일을 시작했으며, 제너럴모터스 기술센터에서 설계를 도맡아 하기도 했어요. 그러한 경력과 ‘임스 체어’의 디자이너로도 유명한 Charles Eames(찰스 임스)와의 교류 및 교감을 통한 영향으로 기하학적인 근대 건축에 한 획을 그었어요. 실제로, TWA 터미널을 설계할 당시 새와 닮은 비행기의 형태를 모티브로 하며, 당시로서는 매우 획기적이면서도 모던한 기하학적 형태의 건축물을 디자인했어요.
바로 얼마 전 지어진 건물이라 해도 믿을 만큼 모던하고 기하학적인 이 디자인의 핵심은 마치 바깥에서 지면과 실내로 부분, 부분 끌어내린듯한 모양새예요. 안과 밖이 연결되면서도 다이내믹한 곡선의 기하학적인 느낌이 융합되어 마치 날개를 펼친 새, 또는 비행기 같죠. 또한 내부에서는 공간이 분리되어도 바깥에서 보면 끝에서 끝까지 하나로 연결된 듯한 느낌이에요.
이처럼 ‘모던함’과 ‘기하학적’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는 2016년 시작된 호텔 리뉴얼의 디자인 키워드로도 이어졌어요. 1962년 완공된 기존 터미널이 가진 핵심 디자인 정체성을 그대로 이어 호텔이라는 새로운 공간에도 적용함으로써, 물리적으로 끊겼던 공간적 정신(Spirit)이 되살아나는 경험을 선사했어요. 조금 더 확대하여 말하면, 오래전 세상을 떠난 에로 사리넨이 다시금 새로운 공간을 이어 만들어낸 듯한 느낌까지 듭니다.
Back
to the 1960's
원래의 공간이 가진 정신은 내부 및 경험 디자인에도 적용되었어요. 한 마디로 ”Back to the 1960's”이라 정의할 수 있죠. 해당 건축물의 황금기가 시작되었던 1960년대의 이미지를 바탕으로 디자인하며 가장 상징적인 요소로 활용된 것은 컬러라 할 수 있어요. 그중에서도 빈티지한 레드는 또 하나의 메인 컬러인 화이트와 어울려 공간 곳곳을 채워요.
2016년에 시작하여 2019년 완공까지의 기간 동안 공간뿐 아니라 가구, 어메니티, 사인, 디지털 콘텐츠 등 디자인 시스템 전체가 정립되며 60년대 톤&매너의 컬러를 대표로 한 경험 제공 준비를 마쳤어요.
실내를 채운 각종 요소들도 물론 60년대의 느낌이 들어요. 활주로가 펼쳐진 통유리는 마치 영화관 스크린 같은 역할을 하고, 로비 라운지의 소파, 안내 데스트, 전광판, 소파, 공중전화 부스 등은 마치 그 당시로 돌아간듯한 더욱 생생하게 완성해 줘요.
체크인을 하고 마치 회벽으로 마감한듯한 화이트 유선형 벽면에 새빨간 레드 카펫이 깔린 복도를 따라 방으로 들어가도 그 경험은 지속돼요. 단, 안락함을 위해 다른 공간만큼 강렬한 레드 컬러를 메인으로 채우는 디자인이 아닌, 차분한 톤의 침대를 중심으로 곳곳에 레드 컬러의 빈티지한 아이템과 포스터 등을 장식하는 방향을 선택했습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방에 의자 디자인으로도 유명한 에로 사리넨이 디자인한 Womb™Chair(옴 체어, 1946)가 놓여있다는 것이에요. 공간 디자인에 이은 그의 작품 세계의 경험을 확대할 수 있죠. 즉, 앞서 말한 것처럼 그는 터미널의 시작과 호텔로 다시 태어난 지금을 연결하는 중심이 됩니다.
하지만 이러한 모든 디자인 경험을 완성하는 결정적 퍼즐은 창 밖에 보이는 활주로와 비행기들입니다. 그것도 저 멀리 풍경의 한 조각으로 보이는 것이 아닌, 마치 내가 지금 활주로에 서 있는 듯한 정도의 느낌을 줄 만큼 가까운 뷰이지요. 이 지점에서 지금까지 공간 자체에 집중되었던 공간 인식이 JFK공항에 연결된 호텔이라는 특별함으로 환기됩니다.
고객 맞춤형 서비스
TWA 호텔로 가는 방향은 JFK 공항 바닥면에도 적혀있습니다. JFK 공항 5번 터미널로 이동하기만 하면 에어 트레인을 통해 TWA 호텔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지요. 그만큼 TWA 호텔은 JFK 공항에서 가깝다 못해 바로 이어져 있는 일부분과 같고, 그래서 활주로라는 외부 공간은 이 호텔의 아주 중요한 마지막 요소로 역할을 합니다. 이러한 비교 불가의 환경은 그래서 TWA 호텔이 다른 특급 호텔(심지어 다른 공항 호텔과)에서 쉽게 찾기 힘든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이 됩니다.
먼저 많은 사람들이 TWA 호텔에 머물고 싶은 이유 중 하나로 꼽는 루프탑 풀은 세계 어떤 곳을 가도 경험하기 힘든 활주로 뷰를 선사합니다. 네, 바로 앞에 길게 펼쳐진 활주로와 커다란 비행기들을 보며 선텐을 하거나 수영을 즐기죠. 사진만 보아도 마치 활주로 위에서 수영을 하고 있는 느낌이에요.
서비스 측면에서는 시간 단위의 스테이가 가능한 것을 꼽을 수 있습니다. ‘Day Stay(데이 스테이)’라는 이름의 이 옵션을 선택하면 짧게는 4시간 길게는 12시간만 호텔에 머물 수 있습니다.
TWA 호텔은 일반 고객들만큼 경유를 위해 JFK 공항에 착륙한 고객들을 중요한 타깃으로 여깁니다. 그러나 그들의 경유 시간은 제각각이죠. 모두가 1박 이상을 머물 수는 없습니다. 특히 공항에서 시간을 때우기엔 시간이 길고, 그렇다고 근처 호텔에서 1박의 금액을 지불하고 잠시 머물다 나오기엔 시간 대비 가격이 부담스러운 승객들이 존재합니다. 그때 바로 이 데이 스테이 옵션은 요긴한 선택지가 됩니다. 일부러라도 찾아와 경험해 볼 만한 공간인 데다, 공항에 연결되어 있어 다시 비행기를 타러 가기 부담스럽지도 않고, 1박 요금을 모두 내지 않고 휴식이나 수면을 취할 수도 있으니 금액적인 측면에서도 합리적입니다. 물론 1박 요금에 비하면 시간당 가격이 더 비싸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항 벤치에서 힘들게 보내야 할지도 모를 경유 시간을 특별한 경험과 더불어 편하게 보낼 수 있으니, 여러 면에서 욕심나는 옵션입니다.
그 외 TWA 여객기를 그대로 가져와 마치 1950~1960년대의 비행기 안에 들어온 듯한 경험을 하게 해주는 ‘Connie Cocktail Lounge(코니 칵테일 라운지)’, 건축가 에로 사리넨과 예전 TWA 항공과 터미널에 관한 히스토리를 소개하는 전시 공간, 활주로 옆에 펼쳐진 야외 컬링 링크(네, 동계 올림픽에 나오는 바로 그 컬링, 맞습니다!), 60년대 콘셉트의 핑크색 미용실 ‘Sweet'N Glow Salon’, 금속과 유리, 모던한 소재와 의자 및 테이블로 디자인된 활주로 뷰 카페 ‘Paris Café’ 등 곳곳이 그 자체로 여행지 같습니다.
공간 여행과 시간 여행을 동시에 하고 싶다면
TWA 호텔은 그곳 자체를 목적지로 한 고객이든, 경유 시간 때문에 선택한 고객이든 모두를 ‘공간+시간 여행자’로 만들어줍니다. 일상과 동떨어진듯한 특별한 공간으로, 그리고 60년대라는 시대로 동시에 여행을 떠난 듯한 경험을 주죠. 그래서 이곳에 머무는 사람들은 또 하나의 독립된 여행을 하는 듯 느낄 수 있습니다.
사람마다 여행 시의 숙박지에 대한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눈감고 잠만 잘텐데 왜 비싸고 특별한 곳을 선택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누군가는 숙박의 경험 또한 여행의 중요한 일부분으로 생각해 그 자체를 목적지 중 하나로 여기며 많은 투자를 하기도 합니다. 네, 취향과 선택은 자신의 몫이지요. 하지만 TWA 호텔은 어떤 성향의 사람이라도 한 번쯤 경험해 볼 만한 비교 불가의 공간이라 생각됩니다. 물론 한 가지, 한 가지 따지자면 불만족스러운 부분이 존재할 순 있겠지만요. 공간 여행과 시간 여행을 동시에 할 수 있는 흔치 않은 호텔임은 틀림없는 이곳. 가보고 싶은가요?
이런 분들께 이 뉴스레터를 강추합니다!
+ 그동안 보지 못한 특별한 호텔을 찾는 분들
+ 여행의 특별하고 새로운 방법이 궁금한 분들
+ 시대적 콘셉트를 디자인화 한 예시를 알고 싶은 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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