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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지야 / Yojiya

로컬 브랜드의 성장법

2024.06.08 | 조회 1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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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rand.H.Value

작지만 가치 있는 스몰 브랜드와 디자인 이야기 'Small Brand, High Value' | since 2015

2023년 3월 16일 발행 콘텐츠 ( ! 현재 상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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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지역을 기반으로 성장해 온 오랜 역사의 브랜드가 지금을 살아가는 법은 무엇일까요? 무리한 성장의 자제와 끝없는 변화라는 상반된 목표 사이에서 자기만의 기준과 균형을 통해 오늘도 역사를 쌓아가는 브랜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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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전통의 교토 로컬 브랜드

많은 사람들이 교토 여행을 다녀온 지인에게 이 브랜드의 기름종이를 한 번쯤 받아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먹으로 쓱쓱 그린 듯한 여성의 얼굴 로고가 인상적이죠. 직접 교토를 방문한다면 이 브랜드의 카페를 목적지 리스트에 올리는 경우도 많을 것입니다. 유명 여행지인 ‘은각사’와 ‘철학자의 길’ 근처에 위치한 전통 가옥 형태의 지점은 특히 한국 여행객들의 상당수가 방문하는 곳이죠. 그만큼 이 브랜드는 교토라는 천년의 도시 안에서도 상징적인 브랜드 중 하나입니다.

‘요지야’는 론칭한 지 100년이 훌쩍 넘은 교토 태생의 코스메틱 브랜드입니다. 이름을 모르는 사람 중에서도 요지야의 마스코트라 할 수 있는 먹선의 여인 얼굴을 보면 익숙함을 느끼곤 하죠. 한 마디로 전통이 깊은 로컬 브랜드입니다. 그래서 요지야의 브랜딩을 이해하려면 그 역사를 먼저 알아야 합니다. 오래된 브랜드일수록 역사 자체가 브랜딩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요지야 매장©요지야  
요지야 매장©요지야  

 

 

수레에서 상점까지

창립자 ‘구니에다 시게오가’는 화장품을 손수레에 싣고 고객을 찾아다니는 행상 형태로 지금의 요지야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1904년. 극장가이자 많은 영화가 촬영되곤 했던 지역 ‘고코마치에’에 첫 번째 가게인 ‘구니에다 상점’을 열었습니다.

상점에는 주변 특성에 맞게 무대용 화장품과 관련 잡화들을 판매했습니다. 1915년에는 가유코지 거리로 상점을 이전하며, 당시 국가적으로 이슈였던 치아 위생과 관련하여 ‘요지’라는 이름의 칫솔을 함께 팔며 또 한 번의 전환기를 맞았습니다. 상점 이름도 ‘구니에다 상점’에서 ‘요지’로 변경했죠. 그리고 칫솔 이름이었던 ‘요지’를 모티브로 사람들은 상점을 ‘요지야’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의 ‘요지야’가 정체성을 갖추기 시작한 계기가 되었죠.

시간이 흘러 1921년, 상점은 요지야에 중요한 의미와 큰 명성을 가져다준 결정적 제품을 만듭니다. 바로 앞서 이야기한 ‘아부라토리가미’라 불리는 기름종이입니다.

최초의 ‘구니에다 상점’에서 이전한 두 번째 가게 ‘요-지’ ©요지야   
최초의 ‘구니에다 상점’에서 이전한 두 번째 가게 ‘요-지’ ©요지야   

 

 

기름종이의 시작

상점의 주 고객은 일반 대중이 아닌 배우들에 한정되어 있었습니다. 상점이 위치한 환경적 특성은 물론, 당시로서는 화장을 즐길 수 있는 사람이 그리 흔하지 않은 것이 이유였죠. 그래서 기름종이라는 제품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결정적 배경으로 교토라는 지역을 꼽는 것은 무리가 아닙니다.

당시의 배우들은 무대 위에서 얼굴에 기름기가 많아 보이도록 하기 위해 일종의 페인트를 바르곤 했습니다. 그런데 뜨거운 조명 아래에서 그 페인트는 유분 때문에 화장이나 분장을 유지하기 어렵게 했지요. 그렇다고 조명을 끌 수도 없는 노릇이었고요. 고객들은 그러한 어려움을 상점 주인에게 토로했고, 그것은 기름종이 개발의 시작이 되었습니다.

물론 개발까지의 과정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배우들의 영향을 받은 또 다른 고객층인 게이샤들 중 한 단골 고객이 아이디어를 주며 문제는 풀리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후루야가미’라고 하는 종이였습니다. 이 종이는 일본에서 미닫이 문이나 병풍 등에 박는 금박을 뒤에서 받쳐주는 종이입니다. 상류층에서 수 세기에 걸쳐 귀하게 사용되어 온 소재이죠. 특히 당시의 후루야가미 종이는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기름종이보다 4배 정도 컸고, 그래서 배우들은 막과 막 사이의 짧은 순간에도 유분을 재빨리 닦아내기에 용이했습니다.

획기적인 기름종이의 결정적 힌트를 제공한 게이샤의 얼굴은 그렇게 로고의 모티브로 발전하게 되며, 본격적인 브랜드 정체성이 정립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시세이도’나 ‘가네보’ 같은 대형 브랜드가 화장품 시장의 주류가 되어가는 긴 세월 동안, 요지야는 여전히 한정적인 사업 범위와 타깃을 유지하기만 했습니다. 1995년에 이르러서야 4대 사장으로 취임한 ‘구니에다 야스히로’에 의해 현재의 시스템을 갖추기 시작했죠.

그가 사업을 성장시킨 방식의 키워드는 ‘단독’과 ‘확장’이었습니다.

먼저 다른 제조업자나 브랜드 제품들도 함께 팔던 상점의 개념에서 자사 제품으로만 구성된 단독 매장을 최초로 오픈했습니다. 그러한 전략을 기반으로 제품 라인 또한 기존의 기름종이 중심에서 기초 화장품, 세정, 색조 등으로 확장했습니다. 이러한 시스템에 게이샤 얼굴을 형상화한 로고를 얹어 브랜드 정체성의 기틀을 마련한 것입니다. 또한 로고를 시작으로 전체적인 디자인과 브랜딩 프로세스도 자연스럽게 진행하며 독창적이고 일관성 있는 이미지는 물론, ‘예뻐서 선물하기도 딱 좋은’ 브랜드가 되었습니다.

요지야 기름종이의 변천사©요지야   
요지야 기름종이의 변천사©요지야   

 

 

디자인 시스템의 시작, 게이샤 로고

긴 세월에 걸쳐 자기만의 속도로 변화와 발전을 이어온 요지야는 ‘전통’과 ‘교토’라는 두 개의 뿌리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 두 가지 키워드는 디자인과 브랜딩 시스템에서도 중요한 모티브로 작용하죠. 전통적인 기법, 분위기, 뉘앙스, 스타일, 서체, 소재, 색채 등을 통해 표현됩니다. 전통적인 형태로 만들고 칠 느낌을 더한 손거울, 일본 전통 미술을 현대화한 패키지 디자인 등이 그 예시입니다. 물론 이 방향은 요지야의 모든 제품을 관통하며, 라인별로 스타일이나 색채 등의 차이만 줄 뿐, 로고나 텍스트가 보이지 않아도 요지야 제품임을 알 수 있도록 일관성을 유지합니다.

그러나 이 모든 디자인의 중심에는 역시 디자인 시스템의 시작점인 게이샤 얼굴 로고가 있습니다. 실제 이 로고는 여성스러우면서도 일본에서 교토라는 지역이 가지는 역사적, 문화적 상징성과 이미지를 모두 함축하고 있습니다. 비단 게이샤가 브랜드의 주요 상품인 기름종이 아이디어를 제공했다는 이유만은 아닙니다.

50여 년 전 디자인된 게이샤 로고는 원래 기름종이에만 사용되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기름종이가 가지는 대표성과 상징성이 극대화되고, 고객들 또한 그를 통해 요지야를 기억하게 되자, 구니에다 야스히로 사장은 그 지점의 가치를 캐치, 현대적인 리뉴얼을 통해 기업 전체의 로고로 발전시켰습니다. 억지로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여 만들려 노력해도 쉽지 않은 브랜드의 이미지를 굳이 한정 제품군에만 사용할 이유가 없었으니까요.

그리고 이러한 디자인적 가치는 애초에 이윤이 아닌 고객 접대를 위해 시작된 요지야 카페를 통해 더욱 체계화되고, 브랜드가 국내를 넘어 국외에도 널리 알려지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요지야의 전통 콘셉트 제품들©요지야  
요지야의 전통 콘셉트 제품들©요지야  

 

 

그들이 오코테나시를 실천하는 방법

일본에는 ‘お持もて成なし(오모테나시)’라는 문화가 있습니다. 손님을 극진히 환대하며 접대한다는 의미로, 일본 특유의 친절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래서 비즈니스의 측면에 적용을 하면 고객에 대한 브랜드 각자의 오모테나시는 해당 브랜드의 색깔과 지향점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가 되기도 합니다. 전통 기반의 화장품 브랜드인 요지야의 오모테나시 또한 같은 맥락입니다.

2000년대에 이르자 요지야의 인기는 더욱 높아졌습니다. 여전히 교토라는 로컬을 기반으로 하지만, 일본 전국을 넘어 해외에까지 널리 알려지며 더욱 많은 고객들이 스스로 몰리기 시작했죠. 요지야는 매장 입장을 기다리며 길게 줄을 늘어선 고객들을 모른척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교토 여행자들이 많이 방문하는 은각사(긴카쿠지) 점은 그러한 고민 해결의 모델이 되었습니다. 카페를 만들어 고객들에게 요지야만의 오모테나시를 실현하기로 한 것이죠.

은각사 점을 방문하는 대부분의 고객은 매장보다 먼저 카페에 들어가곤 했습니다. 카페 자체가 방문의 목적이 되기도 했죠. 일본 전통 가옥의 특성을 살린 다다미방 바닥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 바깥 마당의 풍경을 바라보며 드링크와 디저트를 즐겼습니다. 특히 게이샤 로고는 라테 아트와 각종 디저트의 디자인 리소스로 활용되며 많은 방문객들의 인증샷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안타깝게도 2023년 현재 요지야 카페의 상징적 지점인 은각사 점은 문을 닫은 상태입니다. 하지만 은각사 점이 제공했던 브랜드 카페에서의 경험은 매우 중요한 요지야 콘텐츠의 기반이 되었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이 한 가지 있습니다.

요지야는 인기가 많았음에도 카페의 개수를 크게 늘리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현재 요지야 카페는 교토 시내 세 곳과 도쿄 하네다 공항, 총 네 곳뿐입니다. 심지어 카페는 물론 매장의 대부분이 교토 안에 자리하죠. 왜일까요?

가장 큰 이유는 단기적인 이익 창출을 위해 무리하게 확장 함으로써 교토라는 지역을 중심으로 하는 로컬 브랜드로서의 정체성과 색깔을 헤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전국 및 해외로 무제한 확장을 한다면, 결국 로컬 브랜드만의 색깔이 퇴색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대신 국내외 고객들이 오고 가는 길목이라 할 수 있는 공항을 서브 로케이션으로 지정했습니다. 중심을 유지하되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의 숨통을 틔워 또 다른 방식의 오코테나시를 실천하는 것이죠.

요지야 카페와 로고를 활용한 메뉴들©요지야   
요지야 카페와 로고를 활용한 메뉴들©요지야   

 

 

균형의 유지가 갖는 힘

요지야가 자기만의 색깔과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고객과 좋은 관계를 지속할 수 있었던 이유는 결국 ‘균형’을 잘 잡았기 때문입니다. 당장의 수익을 위한 무리한 비즈니스의 확장은 자제하고, 교토라는 지역적, 물리적 범위를 지키며, 카페와 공항 같은 공간의 특성을 통해 고객에 대한 존중과 실질적 소통 창구는 열어놓는 것이죠.

많은 브랜드들이 그러한 이유로 ‘균형’을 이야기합니다. 자기만의 기준을 두되, 그 기준을 지킬 수 있는 최적의 범위와 방법으로 브랜드의 지속가능성을 높입니다. 당장의 욕심보다 자기다움을 오래 지속하는 브랜드가 그래서 성공한 브랜드로 자리 잡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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