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탕보다 초콜릿이 인기가 많지만, 화이트데이 하면 그래도 사탕이 떠오릅니다. 막대사탕부터 비닐 포장에 담긴 사탕까지, 일단 입에 넣고 보면 짧은 고민이 스칩니다. 이걸 깨물어 먹을까, 천천히 녹여 먹을까? 막대 사탕인지 비닐 포장된 사탕인지, 아니면 예쁜 틴 케이스에 담긴 사탕인지, 또는 어떤 맛의 사탕이냐에 따라 먹는 방식도 바뀌는 것 같아요. 어느 쪽이건 단맛을 즐기는 데는 부족함이 없지만요.
이번 메일링에서는 사탕처럼 다양한 사랑을 담은 드라마를 추천하려고 합니다. 사랑은 사람마다 다른 방식으로 나누고, 원하는 개념 같아요. 이 세상에 존재하는 사람의 수만큼 그 형태나 방식이 다양한 게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사랑도 사탕과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어떤 형태인지, 어떤 맛인지 저마다 모두 다르다는 점에서요.
화이트데이를 맞이하여 사랑에 대해 말하는 드라마들을 골라봤습니다. 세 편의 드라마 속에는 가족 간의 사랑, 연인 간의 사랑, 친구 간의 사랑 등 다양한 사랑이 골고루 담겨 있답니다.
단단하지만 어금니로 콱 깨물면 부서지면서 입안에 달달한 맛을 선사하는 사탕, 또는 천천히 서서히 녹여서 단맛을 오래 음미하는 사탕. 둘 중에 어떤 방식을 더 좋아하는지 떠올리며 드라마 속 사랑들을 통해 구독자님만의 사랑을 만날 수 있기를 바라요.
<사랑할 수 없는 두 사람>에는 무성애자인 두 주인공이 등장합니다. 에이로맨틱, 에이섹슈얼이라는 단어가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드라마를 보다 보면 자연스레 알아갈 수 있는 섬세한 드라마입니다.
연애를 하면서 딱히 사랑의 감정을 느껴본 적 없는 여주인공(키시이 유키노)는 자기가 사랑을 하지 못하는 사람인지 의문을 가지던 중에 에이섹슈얼, 에이로맨틱 개념을 알게 됩니다. 자신이 모르던 개념을 알려준 마트 직원(타카하시 잇세이)와 연애가 아닌 가족으로서 동거를 시작하고, 주인공의 주변 인물들은 난생처음 보는 형태의 가족에 의문을 가집니다.
고즈넉한 집을 배경으로 뜨겁고 팔팔 끓는 육체적 사랑이 아닌 가족의 유대감으로 이뤄진 가족의 모습은 새로운 가능성을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한 편으로는 우리가 얼마나 유성애, 이성애 중심의 사랑 이야기에만 익숙했는지 새삼스럽게 다시 알 수 있습니다.
무성애자인 두 주인공뿐만 아니라 주변 인물들의 사랑도 섬세하고 다뤄집니다. 서로 사랑하는 방식이나 가족관, 연애관의 차이를 느끼고 대화로 풀어나가는 인물들의 모습은 우리에게도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질문할 기회를 줍니다.
저는 가족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돌아갈 곳이 되어주는 것"이라는 한 인물의 대답이 유독 기억에 남아요. 구독자님도 드라마를 보시며 어떤 인물의 방식에 가장 공감하시는지, 어떤 대사가 가장 기억에 남았는지 메모해보면 어떨까요?
🍽️밥 친구 지수: ★★★★★ (전반적으로 잔잔하고 슴슴한 드라마라서 밥 먹을 때 보기에도 좋습니다!)
🏋️♀️운동 메이트 지수: ★ (잔잔하고 슴슴해서 운동하면서 보기에는 폭발하는 에너지를 주지 못할 거예요.)
**티빙, 왓챠, 웨이브에 있습니다**
제목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된다는 말이 딱 맞는 드라마입니다. 요새 뭐 볼 거 없나, 찾던 중에 배우 아카소 에이지 이름을 보고 찜해뒀던 드라마였어요. 그런데 제목 때문에 도무지 손이 가질 않았죠. 끊임없이 도파민을 찾아 헤매던 어느 날, 결심하고 틀었는데 생각보다 훨씬 소구력 있고 다채로운 이야기에 놀랐던 기억이 나요.
제목에도 등장하는 주인공 무카이는 10년간의 기나긴 솔로 생활을 관두고 그냥저냥 아무렇게나 연애를 시작합니다. 성격도 괜찮고 외모도 괜찮고, 그럭저럭 다 괜찮은 무카이군이지만 그냥저냥 시작한 연애는 당연하게도 오래가지 못합니다.
<이쪽을 봐줘, 무카이군>에는 다양한 연애관, 결혼관을 가진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막 결혼하려는 무카이군의 여동생은 사회로부터 기대 받는 '아내'의 역할에 불편함을 느끼며 자신만의 의미를 찾으려 합니다. 무카이군과 계속해서 마주치는 같은 가게 단골은 결혼이 여자의 행복이라는 말을 대놓고 비웃습니다. 각기 다른 연애와 결혼을 추구하는 인물들 사이에서 무카이군은 자신의 사랑도 돌아보게 됩니다.
분명 로맨스가 있는 드라마지만, 사랑이 모든 걸 해결해 주거나 사랑이면 무조건 행복하다는 내용이 아닙니다. 상대방에게 한눈에 반해서 밑도 끝도 없는 엄청난 애정을 퍼붓는 인물도 없습니다. 그러니까 그 사랑을 정확히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치열하게 고민하고 행동하는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이런 인물들을 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내가 원하는 건 뭔지 진지하게 고민하게 됩니다.
🍽️밥 친구 지수: ★★★★★ (전반적으로 유머러스하고 슴슴한 드라마라서 밥 먹을 때 보기에도 좋습니다!)
🏋️♀️운동 메이트 지수: ★★ (운동하면서 보기에는 폭발하는 에너지를 주지 못할 거예요.)
**넷플릭스, 티빙, 왓챠, 웨이브에 있습니다**
<나기의 휴식>은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하고 늘 눈치만 보던 주인공 나기가 본격적으로 홀로서기를 시작하며 자신만의 방학을 보내는 이야기입니다. 남자 친구와의 충격적인 이별 이후에 모든 걸 놓아버리고 허름한 아파트의 단칸방에 들어간 나기는 처음으로 개운함을 느낍니다. 아파트 이웃들, 전 연인, 그리고 가족과의 이야기가 주를 이룹니다.
누추하고 궁상 맞아 보이던 이웃집 할머니는 알고 보니 누구보다 자신의 삶을 즐기는 사람이었고, 천하의 죽일 놈 같던 전 남자 친구는 알고 보니 자신과 비슷한 면이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서투름이 핑계가 되는 건 아니지만요.) <나기의 휴식>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은 저마다 보이는 것 이상의 모습을 품고 있습니다. 이들이 하는 사랑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향하거나, 연인, 친구, 이웃을 향합니다. 또는 집착이라는 이름의 애정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원가족과의 관계가 중요합니다. <나기의 휴식>에서 다뤄지는 모녀 관계는 나기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 가야 할 최종 관문처럼 다뤄집니다.
보이는 것 이상으로 내 삶을 어떻게 꾸려가고 싶은지, 주변인들과의 관계나 사랑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될 때 보면 좋은 드라마입니다. 다 놓고 쉬고 싶을 때 보기에도 좋습니다!
🍽️밥 친구 지수: ★★★★★ (나기와 이웃들의 일상이 주된 소재라 편하게 보기 좋아요!)
🏋️♀️운동 메이트 지수: ★★ (운동하면서 보기에는 폭발하는 에너지를 주지 못할 거예요.)
📖부록📖
위에서 소개한 세 편의 드라마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답니다. 바로 만화가 원작이라는 점! 저는 영화, 드라마만큼이나 만화도 좋아하는데요, 요새 읽은 만화책의 인상 깊었던 장면들을 공유하고 싶어요. 물론 사랑에 관한 것들이랍니다.
<해변의 스토브> 단편집을 읽으면서 별 감흥 없이 읽은 이야기도, 고개를 끄덕이며 읽은 이야기도 있는데요. 이 부분이 굉장히 현실적인 고찰인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도 씁쓸했는데, 뒷부분에 이를 뒤집을 어떤 내용이 나옵니다!
연애를 시작하자마자 남자 친구인 아오노 군이 죽고, 유리는 신체가 없는 유령이 된 아오노 군과 연애를 이어 나갑니다.
호러와 로맨스가 뒤섞인 이 만화는 사랑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인데요. '아오노 군을 읽지 않고는 사랑을 말할 수 없다!'는 밈이 있을 정도랍니다. 슬프고, 야하고, 사랑스럽고, 무섭고, 애틋한 사랑 이야기를 읽고 싶을 때 강력 추천합니다. 연애뿐만 아니라 가족 간의 관계도 진득하고 징글징글하게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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