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바람이 살랑이는 봄, 잘 보내고 계신가요? 산책도 소풍도 좋을 이 계절이지만, 미세먼지가 빠지지 않는다는 게 참 아쉽죠. 이제는 봄이면 따라오는 불청객처럼, 미세먼지와 함께하는 나날이 익숙해지기도 했고요. 목이 따끔하고 눈이 간질간질한 걸 보니, 봄이 왔다는 실감이 납니다.
그래서 이번엔, 따뜻함과 깔깔함이 공존하는 청춘의 이야기를 준비했어요.
미야케 쇼 감독은 작년에 <새벽의 모든>을 통해 본격적으로 한국에서 인기를 끌기 시작했는데요. 감독의 2018년 작인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는 청춘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미지근하고 은근한, 현실적인 온도를 유지합니다.
사치코를 좋아하지만, 눈치 보면서 자기가 가진 마음의 온도를 표현하지 않는 '나'. 그리고 관계의 틈 사이에 스며드는 '나'의 친구 시즈오, '나'와 사치코가 일하는 서점의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주인공 '나'는 어떤 일에도 열을 올리지 않습니다. 빛나는 꿈을 향해 달리거나, 좋아하는 사람에게 힘껏 마음을 표현하는 대신 살짝 무기력한 모습이에요. 사치코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사람을 맘껏 미워하려고 해도 그 사람을 악인으로 몰아갈 수 없는 복잡하고 현실적인 이유가 드러납니다. '나'는 이렇게 미적지근하게 쌓여가는 화를 기다렸다는 듯이 어떤 사람에게 풀기도 하고요.
전심전력을 다하는 일을 두려워하며 어느 정도 상처받지 않기 위해 몸을 사리는(?) 것 같은 '나'는 이야기의 끝 무렵에, 어디에 도달해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너무 반짝거리기만 하는 청춘의 이야기 말고, 현실적이면서 씁쓸한 맛이 있는 청춘의 맛을 원할 때 보면 좋습니다.
본래는 OTT 서비스로 볼 수 있었는데, 다가오는 4월 16일에 한국 개봉 5주년을 기념하여 재개봉합니다!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와 함께 보면 좋은 책📔
최근에 황정은 작가의 <계속해보겠습니다>를 다시 읽으면서, 이거 완전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의 주인공이 속으로 생각할 법한 말들이잖아! 라고 생각했습니다. '전심전력을 경계'하는 삶의 태도가 바로 그것인데요.
'사랑에 관해서라면 그 정도의 감정이 적당하다고 나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이윽고 괜찮아지는 정도. 헤어지더라도 배신을 당하더라도 어느 한쪽이 불시에 사라지더라도 이윽고 괜찮아, 라고 할 수 있는 정도. 그 정도가 좋습니다.'
'언제라도 세계는 끝나버릴 것 같고 그 순간이 모두에게 처참할 것 같아 위태롭고 불안합니다. 소중하다고 여기는 마음이 늘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것을 늘려버린 바람에, 나나는 예전보다 약해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만약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의 주인공이 생각을 회피하지 않고 깊게 파고들고, 내레이션한다면 이런 말을 하지 않을까 싶었답니다.
🎞️미야케 쇼 감독의 현실밀착형 청춘 이야기를 하나 더 추천합니다.
3인방이 등장하는 모습이 어쩐지 익숙한데요. <와일드 투어>는 작년에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잠깐 상영했다가 올해 3월 12일에 정식으로 한국에 개봉했습니다. <새벽의 모든>이 호평을 받은 이후로 청춘을 다루는 미야케 쇼 감독의 작품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아져서 무척 기쁩니다!
<와일드 투어>도 슴슴한 맛이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와 비슷합니다. 하지만 <와일드 투어>의 인물들은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일에 보다 적극적이고 타이밍을 놓치지 않으려고 한달까요. 두 작품을 같이 보고 비교하는 일도 재밌을 겁니다. 제가 예전에 썼던 <와일드 투어> 관련 글 일부를 첨부합니다!
프랑수아 오종 감독의 <프란츠>는 흑백 청춘 영화입니다. 이걸 청춘 영화로 분류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기대와 좌절이 교차하는 순간의 절묘함이야말로 청춘 이야기의 묘미라고 생각합니다.
세계 1차 대전 중에 사랑하는 약혼자 프란츠를 잃은 안나는 무미건조한 일상을 보냅니다. 그러던 어느 날, 프란츠의 무덤 앞에서 자기를 프란츠의 친구라고 소개하는 프랑스인 아드리앵을 마주칩니다.
절제와 슬픔으로 적막한 안나의 일상은 아드리앵의 등장으로 색채를 띠기 시작합니다. 안나와 아드리앵 사이에 미묘한 기류가 흐르기 시작하지만, 아드리앵은 갑자기 자신의 나라로 돌아가 버립니다. 주저하던 안나는 프란츠 어머니의 응원에 힘입어 프랑스로 찾아가기로 결심합니다.
<프란츠>의 묘미는 기대와 좌절, 실망에 있습니다. 청춘의 시간이지만 약혼자의 죽음으로 그걸 누리지 못하던 안나가 다음으로 나아가는 이야기이자 거듭 밝혀지는 진실에 실망하고 좌절하는 이야기입니다.
스포일러가 될까 봐 많은 걸 말할 수는 없지만...! 사랑했던, 사랑하고 싶은 사람에게 자신이 알던 것과 다른 면이 있다는 걸 알게 되는 안나가 어떻게 청춘의 시간을 살아갈지 주목하게 됩니다.
<프란츠>는 웨이브에서 감상할 수 있답니다!
📖<프란츠>와 같이 보면 좋을 책📖
테네시 윌리엄스의 희곡 <유리 동물원>을 <프란츠>와 함께 묶어서 보면 흥미로운 지점이 많습니다. 여성 인물이 비슷한 상황을 겪는 것도 그렇고, 청춘의 시간에 붕 뜬 존재가 되어버린 인물들이 가능성으로 가득한 순간을 지나 추락하는 잔인함(!)이 담겨 있어요. <프란츠>를 보고 맘에 드셨다면, 이런 이야기를 더 보고 싶다면 <유리 동물원>을 추천합니다. 그거 아세요? 희곡은 대사 위주라 소설 보다 더 빨리 읽혀요(속닥속닥)
이번에 전해드리는 콘텐츠들은 영화들이라 밥 친구 지수, 운동 메이트 지수 대신에 함께 보면 좋을 책들을 추천해 드렸는데요. 구독자님의 감상을 풍부하게 해줄 책들이니 기회가 되신다면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그럼, 구독자님의 이번 주도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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