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님 안녕하세요. 세모람 운영자 필순입니다. 저자와 함께하는 랜선 책 모임이 101번째를 맞이했습니다. 함께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이번 세모람레터에서 그동안의 시간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계획을 공유해보려고 합니다.
#순서
1. 세모람의 시작
2. 그동안의 이야기
3. 앞으로의 이야기
1. 세모람의 시작
영화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을 보신적 있나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이 점령한 영국해협 건지섬 북클럽 멤버들의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그린 영화입니다. 영화를 보면서 생각했습니다. 함께 읽고 대화하는 이 단순한 방식의 모임이 사람 마음에 위로를 주고 세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많이 끼쳐왔구나! 처음으로 책 모임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싹트기 시작했습니다.
또 하나의 계기는 2019년부터 2년 동안 운영한 온라인 글쓰기 모임에서였습니다. 매주 1편씩 글을 쓰고 공유하는 방식이었는데요. 어느 순간 글을 더 잘 쓰고 싶은 욕심이 생겼습니다. 유명 작가들의 조언을 찾아봤더니 공통으로 말하는 2가지가 있었습니다. ‘많이 읽고 많이 써야 한다.’
이미 많은 책 모임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다르게 할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여러 생각 중 저자와 함께하는 랜선 책 모임을 만들어보기로 했고, 2021년 1월 미래작가 정지훈님이 쓴 <거의 모든 IT의 역사>로 세모람의 첫 번째 모임을 시작했습니다.
2. 그동안의 이야기
#가능성
뭐든 처음은 설렘 반 기대 반인 것 같아요. 작년 1월 첫 모임을 준비하면서 온갖 걱정이 많았거든요. 저자를 섭외할 수 있을까, 독자들이 돈을 내고 모임에 참여할까, 참여자들은 2주 동안 진행하는 모임에 얼마나 적극적일까 등등.
첫 번째 책은 10년 전에 재미있게 읽었고 크게 영향받았던 <거의 모든 IT의 역사>였습니다. 이 책은 미래를 준비하고 통찰하는 관점에서 역사의 중요성을 이야기합니다. 특히 우리 일상에 깊숙하게 들어와 있는 IT 기업과 그 기업을 만든 인물들의 역사를 다룬다는 점에서 흥미롭습니다. 마침 10주년 개정판이 나온 상태여서 정지훈 저자께 연락을 드렸고 흔쾌히 첫 번째 저자로 참여해주셨습니다.
약 20명의 참여자가 신청했고 저자의 책 소개와 질문으로 함께 책 읽기를 시작했습니다. 2주 뒤 독자끼리의 대화 시간을 가지며 서로의 생각을 공유했고, 며칠 뒤 저자와의 만남을 가졌습니다. 모든 신청자가 모임에 참여하진 않았지만 다양한 질문으로 독자와 저자가 대화를 나눴습니다. 첫 번째 모임 과정과 참여자 후기를 보며 지속가능한 활동의 가능성이 충분함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2021년에 매주 1번씩 50번의 모임을 진행해보자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첫 번째 모임 저자 사전인터뷰
*독자와 저자의 만남 후기
#한계 넘어
세 번째 랜선 책 모임은 교육평론가 이범 님의 <문재인 이후의 교육>이었습니다. 이 모임은 내용도 좋았지만 준비 과정에서 저에게 새로운 시각을 선물해 주었습니다. 저자 섭외를 위해 연락을 드렸는데 해외에 거주한다는 답을 주시더라고요. 시차가 큰 곳이라 당연히 참여가 어려울 거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저자와 사전 인터뷰도 했고 독자와의 만남도 문제없이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랜선 모임이니 인터넷만 연결해 있으면 당연히 가능한 것이었는데, 물리적으로 멀리 있으니까 못하겠구나 미리 생각했던 것이죠. 그동안 진행했던 101번의 랜선 책 모임 중 저자가 해외에 거주하는 경우는 7차례였습니다. 독자들도 여러 국가에서 접속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한국의 독자와 저자만 참여하는 활동이 아닐 수 있겠다는 생각이 희미하게 들기 시작했습니다. 세모람이 언젠가는 다른 언어권의 책 그리고 독자와 저자의 만남을 연결하는 커뮤니티로 성장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기억
저자와 함께하는 랜선 책 모임을 시작한 지 8개월이 지났고 세모람은 20번의 모임을 진행했습니다. 다양한 배경의 독자와 저자 그리고 출판사를 만났습니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세모람에 참여하는 모두에게 좋은 구조가 만들어졌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독자는 자신이 읽은 책의 저자를 만나 직접 질문하고 대화할 수 있으니 좋았고, 저자 대부분도 강연은 많이 해봤지만 자신의 독자와 직접 얘기하는 시간은 처음이어서 특별한 시간이었다고 말해주었습니다. 출판사는 책을 알릴 수 있으니 당연히 호의적이었고요.
이런 과정들을 보며 문득 11년 전 방문했던 인도 뉴델리 외곽의 한 초등학교가 생각났습니다. 굉장히 허름한 건물에서 몇백 명의 초등학생들이 학교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우리가 사는 곳보다 어려운 환경에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잖아요. 아주 낙후한 동네까지는 아니었지만, 이때가 제 눈으로 나와 확연하게 다른 환경에 사는 사람들을 직접 목격한 첫 번째 순간이어서인지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습니다. 사는 곳이 어디냐에 따라, 소득 상황이 어떤가에 따라 교육과 문화 기회의 격차가 매우 크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세모람의 저자와 함께하는 랜선 책 모임이 기회 격차 문제를 해소하는 작은 시도가 될 수 있을 거로 생각했습니다. 이때부터 참가비를 받지 않는 모임으로 전환했습니다. 공간(랜선)과 비용(무료)의 벽을 허물어 누구나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기대
위 생각으로 활동을 이어가던 중, 지난 8월 흥미로운 기사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하버드 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인 라즈 체티 교수의 주도로 ‘네이처’지에 발표한 논문 <사회적 자본: 측정과 경제적 역동성과의 관계>에 관한 기사였습니다. 요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가난과 불평등을 줄이기 위한 가장 좋은 정책은 아이 때부터 빈곤층과 부유층 사이의 교류를 활발하게 하는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다.’
위 논문저자 중 한 명인 요하네스 스트라우벨 NYU스턴스쿨 교수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이야기도 했습니다. ‘경제적 불평등 해소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서로 다른 경제적 소득을 가진 계층들 사이의 대화와 상호작용을 늘리는 것에 더 집중해야 한다.’
세모람이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만나고 교류하며 성장하는 커뮤니티이면 좋겠습니다. 동네 도서관에 누구나 갈 수 있듯 편하게 방문할 수 있는 공간이면 좋겠습니다. 우리 활동의 지속성이 커다란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하나의 좋은 대안으로 자리 잡기를 기대합니다.
*참고기사 : '나와 다른' 친구가 가장 강력한 불평등의 해법이었다
(매일경제 2022.8.2)
#버티기
다시 2021년의 이야기입니다. 9월은 모임 정비 및 휴식 시간으로 보냈고, 10월부터 다시 랜선 책 모임을 시작했습니다. 이때부터 올해 초까지 여러 번의 사업 제안이 있었습니다. 세모람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 고민하던 시기라 감사하고 반가운 일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모두 함께하지 못했지만요. 영리 조직을 만들 것이냐 비영리 조직을 만들 것이냐부터 사업의 구체적인 방향성을 맞추는 일이 쉽지 않았던 것 같아요.
이어서 진행한 몇 개의 지원사업에서도 연속적으로 탈락하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활동도 나름 잘 진행 중이고 콘텐츠도 쌓여가는데 다음 단계로 진입하는 과정이 왜 이리 어려운 건가 싶었습니다. 그렇게 조금씩 힘이 빠져나갔던 것 같습니다.
어려운 시간을 보내는 동안에도 스스로 약속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매주 한 번 이상 랜선 책 모임 진행을 빼먹지 말 것. 사실 한 번 한 번의 모임을 운영하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책 선정과 저자 섭외, 모임 기획과 홍보, 커뮤니티 운영과 저자와의 만남, 콘텐츠 정리와 뉴스레터 발행 등 모임 한 번의 준비부터 정리까지 한 달 이상의 시간이 걸렸으니까요. 그렇게 한 번 한 번이 쌓여 101번째 모임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참여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3. 앞으로의 이야기
#다양성과 진행자 커뮤니티
세모람의 이름과 로고에 우리가 추구하는 중요한 가치를 담았습니다. 다양성입니다. 세모-네모-동그라미 조화로 만들어지는 다양한 모양의 모습들을 상상했습니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 다양한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 다양한 주제와 관점으로 대화하고 성장하는 사람들의 커뮤니티로 세모람이 진화해가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는 국내 저자의 경영/경제, 기술 분야 도서를 주로 다뤄왔습니다. 모임 진행자가 2명뿐이었고 관심사의 한계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더 다양한 주제의 책들을 선정해서 모임을 진행하려고 합니다. 이를 위해 모임을 준비하고 이끌어가는 ‘진행자들의 커뮤니티’를 만들어갈 계획입니다.
또한 다른 언어권의 책으로도 독자와 저자의 만남을 가져보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영어책이면 그 책의 저자와 그 언어를 사용하는 독자와의 만남을 연결하는 것입니다. 다양한 분야, 다양한 언어의 책으로 진행하는 세모람의 랜선 책 모임을 기대해주세요.
#출판사와 함께
저자와 함께하는 랜선 책 모임을 101번 진행하면서 모든 도서의 출판사 담당자께 진행 과정을 공유했습니다. 약 70개의 출판사가 연결되었고, 책을 출간하면 세모람에 먼저 연락을 주시는 출판사의 수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습니다.
신간이 나오면 출판사는 인터넷 서점에 책 정보를 무조건 등록하잖아요. 마찬가지로 책 출간 후 독자를 만나는 공간으로 세모람을 가장 먼저 떠올리게 만들고 싶습니다. 이를 위해 출판사를 위한 책 모임 등록과 진행자 연결 시스템을 구축하려고 합니다.
또 하나의 계획은 출판계 소식을 제보받고 정리해서 독자에게 전달하는 것입니다. 앞으로 다양한 출판사의 신간 정보, 저자 인터뷰와 기사, 북토크, 이벤트 등의 소식을 모아 세모람레터에 담아갈게요.
#마지막이야기
아주 먼 과거에는 문자를 읽을 줄 아는 것이 권력이었다고 합니다. 정보에 접근하는 것 역시 큰 힘이 있어야 가능했습니다. 정치적 진보와 기술 발전은 이 모든 것의 혜택을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왔습니다. 그리고 그 정보를 만든 사람과 직접 만나고 대화할 수 있는, 과거에 더욱 소수만 누렸던 혜택을 이제는 모두가 누릴 수 있는 세상에 와있습니다.
이런 세상에서 세모람은 콘텐츠 경험자와 창작자의 만남을 연결하여 인간 사고에 창조적 영감을 불어넣자는 방향성으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독자와 저자의 랜선 만남을 연결하고 있고요.
‘이 활동의 지속가능성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가 현재 세모람의 가장 큰 고민입니다. 수많은 기여자와 기부자의 참여로 운영 중인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백과사전 ‘위키피디아’ 같은 공익 서비스가 세모람이 가야 할 방향성이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세모람의 작은 활동이 어떤 변화를 만들어가는지 지켜봐 주세요. 또한 세모람의 방향성에 공감하신다면 독자로, 저자로, 출판사로 후에는 후원자로도 세모람과 함께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세모람에 참여한 모든 저자가 참여자에게 응원의 한 마디를 남겨주었는데요. 첫 번째 저자였고 이 편지에서 가장 하고 싶은 말을 써주시기도 한 <거의 모든 IT의 역사> 정지훈 저자의 한마디를 공유하면서 글을 마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세모람 운영팀
나다로움, 보배, 제이라이프, 필순, 하루살이, ClubQ, sy 드림
세모람은 저자와 함께하는 랜선 책 모임을 만듭니다.
홈페이지 인스타그램 유튜브 디스코드
hello.semora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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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다비즈
와~ 세모람 101번 째 모임 축하 드려요~!
세모람레터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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