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 않았더라면

오랜만이야!

2024.04.11 | 조회 2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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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걱서걱

기억 붙잡記: 매일 툭 떨어지는 생각들

정말 오랜만에 글을 써요. 마지막 글이 앞으로 꾸준히 글을 쓰겠다는 글이었는데, 그 글이 벌써 1년 반 전에 쓴 글이네요. 그간 참 많은 일들이 있었고, 그 일들을 글로 남겨둘 정신조차 없어서, 아무런 에너지가 없어서 글을 놓고 있었어요. 그러다보니 온갖 생각들이 정리되지 않은 채로 내 머릿속에 엉켜서 더 복잡해지기만 했어요. 그리고 힘든 일들도 많아서 제정신이 아니었던 것 같아요. 머리와 가슴 속에 시꺼먼 파도가 철썩거리고 있었는데, 가슴 속 파도가 몇 달 전부터 서서히 잔잔해졌어요. 그래서 다시 글을 쓸 용기가 생겨났어요. 

 

저는 항상 소중한 마음과 생각을 간직하는 의미보다는 저를 힘들게 하는 것들을 글로써 타자화시키면서 마음을 안정시키고는 하는데요. 요즘 저를 가장 힘들게 하는 생각은 '-하지 않았더라면' 이라는 생각이에요.

 

내가 그때 그 선택을 하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내가 그때 그 선택을 했다면 어땠을까, 난 지금 좀 더 행복했을까? 좀 더 나은 삶을 살고 있었을까? 

 

이 생각이 일주일에 몇 번씩은 꼭 제 머리를 스치며 지나가요. 저는요. 불안하지 않으면 내가 왜 불안하지 않지? 하며 날 불안하게 만드는 생각들을 무의식적으로 찾는 안 좋은 습관이 있는데요, 이 생각이 스치는 이유도 이 버릇 때문인 것 같기도 해요. 

 

문득 이 지금이 너무 힘들 때.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을 때. 이런 내 자신이 너무 싫을 때. 하고 싶은것, 해야만 하는 것과 지금의 나 사이의 괴리가 너무 클 때. 나는 왜 이렇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또 탓할 구석을 찾는 거죠. 

 

어른이 되어가면서 느낀 것이, 남탓을 해봤자 남는 것이 하나 없고 의미가 하나도 없다는 건데요. 그러니까 나는 또 과거의 내 탓을 하면서 징징거리고 있네요. 과거의 내가 그 선택을 하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하면서.

 

내가 지나온 모든 궤적들은 곧 점이고, 이 점들이 모여서 선이 되어 지금의 나를 만들어낸다는 말이 있어요. 그렇다면 과거의 내가 한 후회스러운 결정들과 선택들이 있었기에, 난 또 다른 길을 걸을 수 있었고 그렇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는 거겠죠.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려 할 때마다 난 또 '합리화 참 쉽다' 하는 생각을 하며 어두움을 끌어당겨요. 

 

다른 선택을 함으로써 난 또 새로운 세계를 걸을 수 있었지만 가지 못한 길, 내가 가지 않은 길 끝에 열린 세계에 대한 갈증이 있는 것 같아요. 그 세계에 있는 나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지금의 내 마음이 힘들어질 때마다 어땠을까, 어땠을까, 어땠을까 라는 질문의 꼬리만 계속 밟아요. 

 

하지만 어쩌겠어요. 나는 앞으로 갈 수 밖에 없는 사람이고, '- 했다면 어땠을까' 를 하며 필사적으로 과거를 붙잡는 마음은 내 속도 모르고 앞서가고 있는 시간을 붙잡지 못해요. 그렇게 후회를 하고, 그러면서도 꾸역꾸역 앞으로 걸어가고, 또 다른 선택의 순간이 왔을 때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하든 후회할 구석을 어떻게든 남겨 놓고, 그렇게 또 앞을 향해 걸어가고, 무너질 것 같을 때마다, 누군가를 탓하고 싶을 때마다, 과거를 향해 화살을 던지고, 그 화살은 또 나의 마음을 짓밟고, 우린 짓밟은 마음을 안은 채로 또 앞을 향해 꾸역꾸역 걸어가고, 마음은 계속해서 짓밟히며 진물이 나거나 혹은 굳은살이 베어 단단해지거나, 어느순간 내가 좀 더 행복해졌을 때 그 굳은살은 떼어지고 또 새 살이 생겨나고, 그런건 가봐요. 그렇게 우리는 어른이 되어가는 건가 봐요. 제 마음은 진물이 나진 않았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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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아

    0
    7 months 전

    많은 고민을 하고 오셨네요! 살다보니 위로는 기대하던 곳보다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받게 되더라고요. 오늘은 제가 서걱서걱님의 예상치 못한 위로이고 싶어 지나가다 댓글 남겨봅니다. 서걱서걱님의 마음에 진물이 나지 않기를, 그러나 또다시 생채기가 생기고 피가 나고 진물이 나더라도 다시금 딱지 앉아 새 살이 돋아나기를 바라요. 어쩌겠어요 우리의 존재 자체가 끊임없이 죽고 또 다시 분열하기를 반복하는 세포 덩어리인걸요. 아마도 답을 갖고 있지 않을 과거의 나에게 자꾸만 묻지 말고 앞으로의 나와 대화하며 답을 만들어가시길 바라요. 따뜻해진 날씨만큼 서걱서걱님의 마음의 온도도 점차 높아지시길!

    ㄴ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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