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어떤 사람들이 가장 쉽게 사기를 당한다고 생각해?
돈이 많은 사람?
착하고 순진한 사람?
아니! 가장 쉽게 사기를 당하는 건 가진 거 없고 절박한 인간들이야.
얼른 사회에 자리를 잡고 돈을 벌어야 한다는 절박함에 취업 사기,
누구라도 당장의 외로움을 채워주고 함께 가정을 만들어줬으면 하는 절박함에 결혼 사기...
좆같은 인생, 어떻게든 구원받고 싶은 절박함에 사이비한테 걸려 노잣돈까지 탈탈 털리지.
멍청해서,
돈이 많아서가 아니라...
가진 게 없으니 한순간 너무 절박해져서 사기를 당하는거야."
- <네이버 웹툰>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4화'
안녕,
오랜만이에요! 일주일에 한 번씩 찾아오겠다는 다짐도 무색하게...
그렇게 몇달 동안 사라졌다가 돌아왔다.
몇달 만에 돌아오니, 악에 받쳐서 썼던 글 몇 몇이 조회수가 몇 천개가 육박했다.
기분이 이상했다.
사실 저 글들을 썼던 올해 초는 개인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시기였다.
혼자였고, 힘들었고, 내 곁엔 아무도 없었고.
이 우울을 떨쳐내고 싶은데. 바싹 달라붙은 우울 때문에 어쩔 줄 몰랐던 그런 시기였다.
글로 남기면 조금이라도 해소가 되어서,
그래서 필사적으로 글을 썼는데.
지금 와서 보니, 내 머리로 어떻게 저런 글을 썼는지 모르겠다. (오잉?!)
몇달이 지나서야 알았다.
나의 우울도, 나의 추악한 감정도, 나의 밑바닥도,
어쩌면 나의 자산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
그렇게 꾸준하게, 느슨하게 글을 썼다면 어땠을까. (내 화살은 또 다시 나를 향하고!)
우울이 살짝 나를 비껴가고, 우울을 잠시 덮을 수 있는 새로운 자극들이 나를 찾아오자,
(이를테면 설렘, 거리두기가 해제된 후 갔던 클럽, 작은 성취감, 어쩌다 다시 찾은 희미해진 인연들, 새로운 인연들, 그리고 ...)
내 손은 곧바로 키보드를 놓았다. 일기도 5월 즈음에 멈춰있다.
그런 자극들은 오래가지 않아 사그라들었고, 밑바닥의 감정들의 견딤은 상처가 되어 나를 후벼파고 있다!
하지만 이젠 이런 상처들도 글로 남긴다면
소중한 나의 자산이 된다는 것을 알았으니. 슬퍼하지 않을 것이닷!
솔직히 말하면 많이 불안했고, 외로웠고, (객관적인 눈으로 보자면 그렇게 힘든 상황도 아니었는데) 힘들었고,
나는 필사적으로 기댈 수 있는 존재, 사람을 찾고 있었다.
그 결과 나는 더 비참해졌다.
때로 어떤 불안과 외로움, 모멸감 같은 감정들은 말이다.
내 주위를 여러가지의 존재들로 채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비워낼 때.
그럴 때 사라지는 것을 잠시 잊고 있었다.
혼자가 되는 것이 두려웠다. 감정으로부터든, 사람으로부터든, 장소로부터든, 일로부터든, 상황으로부터든.
허전해지는 내 자신이 두려워서, 그리고 무서워서,
그렇게 필사적으로 내 곁을 채워줄 존재를 찾아 헤맸고. 찾지 못했다.
사실 어찌 보면 당연하다.
이런 감정들은 결국 나 혼자 이겨내고 갖고 가야 하는 거니까.
그런데 그런 욕심이 자꾸만 생기더라,
나 이렇게 힘든데. 같이 기대고, 이 상황을 함께 손잡고 헤쳐나갈 수 있는 그런 존재가 옆에 있으면 참 좋겠다고. 그러면 나,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그런 욕심은 자꾸만 헛된 희망을 품게 하고.
그럼에도 계속 혼자인 나를, 허덕이고 있는 나를, 스스로 연민하게 만들고.
그러다가 날 절박하게 만들고.
몇 주 전, 여의도의 어느 호프집에서.
어느 50대 친구분이 말했다. 당신의 할머니는 90대인데, 아직도 불안하고 외로워한다고. 불안과 외로움과 우울은 나이가 들어도 떨쳐낼 수 없는 거란다. 당연한 거란다.
그러면서, 우울 때문에 힘들다고 하는 나를 꼭 안아줬다. 그 크고 따뜻한 손으로.
이상하게 절망적이면서도 괜히 위로가 됐다.
왜 위로가 되었는지 모르겠다. 90대가 되어도 우울하고 불안하고 외롭다면... 그렇다면....글자로만 보면 정말 절망적인데 말이다.
아무튼,
외부의 자극들에 눈이 멀어 잠시 손을 놓았던 나로부터,
그리고 글로부터 다시 가까워져야겠다는 결심을 했으며,
그래서 이 글을 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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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oni_heallustration
‘삶으로 다시 떠오르기’라는 책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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