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라는 감각

외계인은 사랑을 뭐라고 번역할까

2022.02.02 | 조회 66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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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걱서걱

기억 붙잡記: 매일 툭 떨어지는 생각들

영화에서 그런 장면 있잖아. 

남자 주인공이

I love you

라고 하면 여자 주인공이 감동의 바다에 빠져서 엉엉 울면서 남자 주인공의 목을 껴안고는

I love you too

라고 하는 장면. 그리고 The End 라고 눈이 날리면서 마무리 짓는 그런 장면

우리나라에선 꽤나 '사랑해'라는 말을 허물없이 하는 편인 것 같은데, 서양의 경우에는 I like you 라고 한 다음에 진짜 '사랑'을 할 때 I love you 라고 한대. 

(난 그것도 모르고 옛날에 외국인 남자한테 I love you 라고 했다가 그분이 아주 당황하심.. 벌써?! 라는 눈빛으로) 

이렇게 사랑이라는 감각은 문화마다, 사람마다, 사랑의 단계마다 너무 다른 것 같아. 사실은 나는 누군가를 열렬히 사랑해본 적은 없는 것 같아. 그런 말 있잖아, 사랑하게 되면 좋은 것들을 보면 그 사람의 얼굴이 겹쳐보인다고. 그 사람과 함께 나누고 싶어서. 그 때야 비로소 사랑이라는 것이 성큼 찾아왔다는 것을 알게 된다고. 

어제 소설을 읽었는데 너~무 공감되는 말이 있는 거야. 

나는 때로 사랑이란건 그 자체로 의미를 품고 있지 않은, 그저 질량이 있고 푹신거리는 단어일 뿐이라고 느끼곤 했다. 나와 연경이 서로에게 사랑한다고 말한 순간을 세어보면 얼마나될까? 우리는 서로가 그 말을 그 자체로서 받아들이지 못할 때 뿐만 아니라 심지어 그 말을 제대로 듣고 있지 않을 때 조차 우리 사이의 빈 공간을 메우려는 것 처럼 그 말을 쏟아냈다. 
그러나 우리의 말들이 완전히 무의미했다고 할 수 있을까? 우리라는 공간을 채우기 위해 더 이상 아무 뜻도 남지 않은 언어를 멈추지 않고 채워넣는 것 외에 무엇을, 형체를 잃어가는 우리가 우리를 유지하기 위해 그 외에 더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정영수, 우리들

이 문장처럼 사랑이라는 말은 때로 이미 비어버린 너와 나 사이의 공백을 채워넣기 위해 욱여넣는 푹신거리는 단어가 되기도 하지. 

그런데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드는거야. 외계인도 사랑이라는 것을 할까?

만약 외계인이 지구에 와서, 외계인 학자가 지구의 모든 언어를 번역하려고 들 때 사랑을 어떻게 번역할까? 

번역이라는 것은 그 사람의 모든 삶과 생각의 덩어리들을 언어로 옮기는 과정이래. 그 단어에 담긴 번역가의 삶과 마음도 함께 옮겨지는거야. 

그 외계인 학자가 어떤 '사랑'을 하고 있는지에 따라서 '사랑'의 번역도 달라지겠지. 

만약 외계인 언어학자님께서 사랑이라는 감정을 모른다면 사랑은 어떻게 번역이 될까? 외계어 중 '돌'을 뜻하는 단어로 옮겨질 수도 있고, '달'을 뜻하는 단어로 옮겨질 수도 있고, 사랑이라는 것이 지구에만 존재한다면 '지구'를 뜻하는 단어로 옮겨질 수도 있겠네. 

흠... 먼 훗날 지구가 외계인에게 침공을 당한다면 부디 그 외계인 언어학자님께서 사랑이라는 감각을 경험해보신 분이길. 지구에는 사랑이라는 감각 없이 설명하기 힘든 일들이 너무나 많으니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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