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단상 - 2024. 10. 21

2023 우기의 태국 (19)

2024.10.21 | 조회 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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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류의 기억의 단상

매일 아침마다 당신에게 이야기를 담은 편지를 전합니다.

 

여기가 치앙마이 사람들이 제일 좋아하는 식당이야.”

 

비비가 말했다. 그 말과 함께 여러 음식들이 나왔다. 치앙마이 사람들이 즐겨먹는 음식이 나오고, 태국 북부 음식이라며 무언가를 시켜주었는데 소스맛이 독특했다. 우리는 맥주와 음식을 먹으며 라이브를 즐겼다. 한창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다른 태국친구들이 왔다. 붐과 제인, 그리고 다른 친구였다. 다른 친구의 이름을 들었는데 기억이 지금은 나질 않는다. 붐이랑 친한 동생이라고 했던 것만 어렴풋이 기억이 날 뿐.

 

사람들이 더 모이자 테이블은 북적이기 시작했다. 음식도 가득 찼고, 자리도 가득 찼고. 흥겨운 분위기에 맥주가 쭉쭉 들어갔다. 맥주를 많이 마셔서일까. 화장실을 갈 타이밍이 되었다. 일하는 직원에게 화장실 위치를 물어보고 화장실로 향했다.

 

리버사이드는 화장실이 무척이나 친절한 곳이었다. 들어가서 볼일을 보고 손을 씻고 나니 화장실에서 상주해 있던 사람이 손을 닦으라며 핸드 타월을 내밀었다. 화장실에서 나갈 때도 문을 열어주었다. 화장실에 들어갈 때도 문을 열어주어서 깜짝 놀랐는데. 디테일한 서비스가 대접받게 하는 기분을 들게 했다.

 

화장실에 다녀와 비비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비비가 말했다.

 

치앙마이에서 새로운 경험을 한 게 네가 책을 쓸 때 도움이 되면 좋겠어. 나는 네가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할 수 있길 바래.”

 

감동적이었다. 타국에서 만난 친구가 나를 위해서 이렇게 챙겨주고 생각해주고 있다는 게. 비비는 마냥 밝고 즐거운 에너지를 내뿜기만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내 생각보다 속이 깊은 사람이구나를 느끼게 된 시간이었다.

 

비비가 다음에 자신에 대한 이야기도 써달라고 말했는데, 나의 치앙마이 여행기에서 비비는 빠질 수 없는 인물이니 앞으로도 자주 등장하게 될 거다. 한국에 돌아가면 비비와 함께한 추억들을 꼭 글로 쓰겠다고 대답했는데, 지금 비비는 이 글을 못 보지만 나는 약속을 지키고 있다. 기회가 닿게 된다면 태국어로 번역해서 보여줄 날도 있게 되길 바래본다.

 

한시 반에 리버사이드는 문을 닫았고, 비비와 보스가 숙소로 나를 데려다줬다. 숙소에 도착하니 두시였다. 로비에 성환 오빠가 자지 않고 앉아서 외국 친구 야노랑 대화를 하고 있길래 나도 슬쩍 거기에 끼었다. 성환 오빠가 맥주 한 잔 하겠냐고 물어보길래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더니 내 앞에 맥주잔이 놓여졌다.

 

가만 생각하니 이렇게 성환 오빠랑 대화하며 맥주를 마시긴 처음이었다. 이제까지는 낮이나 저녁때 잠깐 잠깐 마주치고, 딱히 이야기를 못나눠 봤는데 오늘 그 아쉬움들을 전부 푸는 느낌이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성환 오빠의 나이를 알게 됐다. 사실, 처음에는 나보다 더 어린 줄 알았다. 워낙 어려보이는 얼굴이어서. 나이를 묻다가 서로 놀랐다. 나는 성환 오빠의 나이가 나보다 많다는 사실에 놀라고, 성환 오빠는 내가 생각보다 나이가 많다는 사실에 놀라고. 우리 둘 다 서로를 20대로 오해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뭔가 재밌었다.

 

한창 수다를 떨다가 출출해져서 컵라면이나 먹자는 이야기가 나와서 편의점에 가서 컵라면을 사와서 먹었다. 컵라면을 먹고 나니 어느새 네시가 넘은 시각이었다. 슬슬 자러 들어가기로 했다. 성환 오빠는 방으로 들어가고, 나는 아직 잠이 완전히 오지는 않아서 옥상에 가서 빗소리를 들으며 노래를 몇 곡 들었다. 시원하게 새벽을 적시는 비가 내리니 오전에는 어제보단 덜 덥겠지.

 

어제보다 오늘이 더 즐거울 거라는 생각을 이곳에서는 매일 매일 하게 된다. 그리고, 그게 정말 현실이 된다는 사실이 놀랍게 느껴진다. 이런 태국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 9월 21일부터 9월 30일까지 '기억의 단상' 10월호 신청을 받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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