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땅에서 왔고 우리는 그 땅으로 돌아가야만 해. 아무도 너희한테서 땅을 빼앗지 못해."
펄벅의 대지
크지 않아도 분위기 있는, 지인들이 찾아와 잔을 기울이는 곳. 때론 커피일 수도, 어둑할 땐 술일 수 있는 공간. 나만의 아지트와 공간에 대한 애착을 누구나 가지고 있습니다.
공간 비즈니스는 어렵습니다. 관리할 것이 생기고, 월세 부담도 생기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공간 비즈니스는 강력합니다. 하나의 공간에서 만나서 뭔가 함께한다는 것, 그것이 가장 깊은 경험과 관계를 만들기 때문입니다.
이번 레터에서는 자신의 열정을 20억짜리 공간 비즈니스로 만든 맥스의 이야기를 합니다.
맥스에게 중요했던 2020년
맥스(Max Adler)는 복싱 코치 및 트레이너입니다. 20대부터 퍼스널 복싱 트레이너로 활동해왔어요. 자신의 클럽을 만든 건 아니었어요. 다른 체육관에 속한 코치로 활동한 것이죠. 그 중에는 엄청나게 유명한 복싱 클럽도 있어요. 나름 잘 나간 거죠.
코로나(COVID-19)가 휩쓴 공간
하지만 계속 순탄한 건 아니었어요. 맥스가 자신의 복싱 클럽인 아웃박스(OutboxGym)를 만든 건 2020년입니다. 처음부터 장소가 있던 게 아니던 맥스는 다른 체육관의 공간을 빌리면서 클럽을 운영합니다.
하지만 2020년은 코로나가 퍼지기 시작한 해이죠. 이 때 많은 체육관이 폐쇄되고 문을 닫습니다. 그래도 맥스는 포기하지 않아요. 사람들을 야외로 데리고 갑니다. 밖에서 복싱 트레이닝을 이어가요. 공원이나 부둣가(pier)에서 사람들과 소통하며 계속 복싱을 합니다. 그러면서 코로나에 익숙해지고 다시 체육관들이 문을 열 수 있게 됩니다.
트랜스젠더 복서, 맥스
맥스는 31살까지 Liv라는 이름으로 살았습니다. 참고로 맥스는 지금 35살이에요. 그러니 대부분의 삶을 여성으로서 살아왔죠. 맥스가 성을 전환한 것은 2020년 입니다. 이전까지는 전환할 생각은 아니었대요. 복서로서의 역량과 트레이너로서의 경쟁력을 잃을까봐 두려웠던거죠.
그 대신이랄까요. 트랜스젠더들과 퀴어(queer)들에게 무료 복싱 레슨을 시작합니다. 그때 알게 됐죠.
"이곳은 이들에게 불편한 공간이구나."
복서의 열정을 담은 공간을 만들다.
공간을 기반으로 한 비즈니스는 2가지 비용이 크게 들어갑니다.
하나는 임대료이고, 다른 하나는 초기 시설비입니다. 심지어 시설을 설치하는 기간도 따로 필요하니 처음부터 큰 부담이죠. 그래서 시설을 정비하는 초기엔 임대료를 받지 않는 렌트 프리 기간이 있는 게 일반적입니다.
1.2억을 투자하다.
코로나로 사업이 어려워졌지만 좋은 점도 있었어요. 공실이 생기니 임대료가 많이 떨어졌죠. 그래서 원래 임대료가 한 달에 6천 달러이던 공간을 3천 달러에 계약합니다. 보증금과 초기 임대료를 포함해 9천 달러(1.2억 원)를 초기 투자합니다. 그리곤 2달의 무료 기간보다 훨씬 단축한 3주 만에 클럽 공간을 오픈합니다. 이때가 2021년 10월입니다.
맥스는 아웃박스를 매우 성 중립적 공간으로 만드는데 공을 기울여요. 본인의 경험과 지인들의 피드백을 바탕으로요. 그래서 프론트부터 화장실, 트레이너의 언어까지 모든 점에서 공간을 터치합니다.
생각지 못한 비용들
기존 공간에 샌드백을 걸고 거의 차고처럼 시작한 아웃박스. 창업자는 3,000달러의 임대료 말고는 들어갈 비용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걸 곧 깨닫습니다.
공간이 필요한 이유는 사람이 모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사람이 모인다는 것은 그곳에서 경험하고 무언가를 사용한다는 것이고요. 그러면 필수적으로 따라오는 것들이 있습니다.
전기비, 수도비, 쓰레기처리비, 인터넷 비용 같은 유틸리티 비용이 대표적입니다. 우리는 평소, 문명 속에 살고 있어서 이런 걸 당연하게 느낍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모든 부분에서 시설 사용료가 발생합니다. 그리고 이 비용들은 초기 사업에는 부담이 됩니다. 유틸리티 비용이 한국보다 높은 미국에선 더 부담이었겠죠.
그래서 3,000달러로 생각했던 공간 사용료가 실제로는 신경을 써야지만 5,000달러가 넘지 않는 수준의 비용이 된다는 것을 1달 만에 알게 됩니다.
아웃박스의 비즈니스 모델
5천 달러와 인건비를 충당하려면 얼마의 매출이 있어야 할까요.
맥스는 최근에 한 달 동안 18,500달러의 매출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월 2,400만 원의 수익입니다. 다행히도 비용을 충당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웃박스의 비즈니스 모델을 살펴볼까요?
- 멤버십 회원
- 복싱 클래스
- 트레이너 대상 공간/시설 대여
- 개인 대상 공간/시설 대여
- 상품 판매
멤버십 : 클래스 및 공간과 결합한 다양한 선택지
아웃박스는 멤버십이 다양합니다. 시설만 이용할 수 있는 개인 멤버십부터, 모든 클래스에 원하는 대로 참여할 수 있는 올액세스 멤버십까지 다양해요.
맥스의 말로는 멤버십 회원이 100~150명 정도이고, 한 달에 5~600명의 사람이 방문한다고 합니다.
멤버십 가격은 한 달 기준으로 100달러부터 195달러까지선택지가 있어요.
복싱 클래스가 멤버십에 포함되는 형태인데 한 달에 18개의 클래스가 돌아갑니다. 그중에서도 초보자를 위한 클래스가 가장 사람도 많고 인기가 높다고 해요.
공간 비즈니스 : 공간과 시설을 빌려줍니다.
맥스 본인이 그랬던 것처럼, 별도의 공간은 없지만, 본인의 회원을 모집하고 클래스를 여는 개인 트레이너들이 많이 있어요.
아웃박스는 그런 트레이너들에게 공간과 시설을 대여해줍니다. 재밌는 건 그 가격입니다.
개인 트레이너들에게 1명의 클라이언트당 25달러를 받아요.
공간을 빌리는 트레이너로서는 완전 투명하게 예상되는 변동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원이나 부둣가로 가지 않는 이유. 즉 아웃박스로 와서 개인 트레이닝을 하게 되는 이유는 시설과 함께 공간의 힘이겠죠.
그리고 아웃박스라는 공간의 힘에는 앞서 이야기한 성 중립성이라는 독특한 가치가 있을 겁니다.
공간을 넘어 비전으로
한 사람의 세계는 그 사람이 가장 자주 만나는 5명의 평균이라는 말이 있어요. 맥스는 아웃박스를 통해 공간 비즈니스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공간을 넘어 트랜스젠더 및 논바이너리 정체성의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을 주고 싶어합니다. 트레이닝부터 시작해서 운동 환경, 그리고 트랜스를 위한 공식 복싱 경기까지요.
왜냐하면, 이들에게도 운동은 삶의 중요한 요소이고, 아웃박스라는 공간은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편안한 커뮤니티이기 때문입니다.
맥스는 이미 아웃박스를 통해 삶이 바뀌었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을 만났어요. 공간 내의 경험을 통해 상대에 대한 관점을 조정하고, 나 자신에 대한 생각이 바뀌는 경험이 아웃박스에서 탄생하고 있습니다.
나의 스토리가 담긴 공간에서 다른 이의 삶에 변화를 제공하는 것. 가슴 뛰는 일입니다.
세 줄 요약
1. 공간이 가진 매력은 분명하다. 하지만 공간 기반의 비즈니스는 고정비가 꽤 많이 든다. 그러니 맥스처럼 회원(혹은 팬)을 모아놓고 공간으로 확장하면 서로에게 이득이 생길 수 있다.
2. 독특한 공간과 문화를 구성하면 사람이 모인다. 문화에는 클래스(강의), 시설 및 언어 등이 포함된다. 사람이 모이면 커뮤니티가 된다. 커뮤니티를 잘 활용하면 존속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대체 가능성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3. 저에게 가장 와 닿은 맥스의 말은 이것이었어요.
여기서 커플이 탄생하거나, 비즈니스 관계가 만들어지는 걸 봤습니다. 이렇게 연결되는 것은 서로를 정상적으로 바라보고 느끼는 것입니다. 정말 자랑스러운 순간들입니다.
맥스 아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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