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은 우리의 미래가 될 수 있을까? [2편]

VR은 왠지 좀 어색하다고 생각했다면, 어색함의 이유를 파헤칩니다.

2023.07.11 | 조회 4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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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돌아왔습니다. 

저번 편에서는 VR의 과거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았습니다. VR의 개념을 처음 생각해낸 SF 소설가, 게임 산업에서 등장한 VR, 오큘러스의 등장과 지금 VR의 위치까지 살펴봤는데요, 그 내용은 여기서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다시 읽어도 재밌네요. 내가 써서 그런가. (?)

1편 읽으러 가기

어쨌든 요지는 이겁니다. 우리는 꽤나 오랫동안 VR을 기다려왔습니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VR이 우리의 일상에 한 부분으로 들어오기까지는 좀 부족해보입니다. 이번 편에서는 VR 앞에 놓여진 숙제가 뭔지, 당연한 것부터 좀 덜 당연한 것들까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기술이! 앞으로도 잘 발전해야한다아~

아주 당연한 것부터 시작하죠. 가격과 기술력입니다. 애플의 비전 프로는 3500달러, 약 400만원에 이르는 가격에 출시가 예정됐죠. 사악한 가격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무거워서 목이 아프다, 배터리 사용시간이 길지 않다, 아직 기술적으로 부족한 부분이 많다는 평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우리가 일상적으로 VR을 사용할 수 있으려면 적당한 가격에 현실감이 잘 느껴질만큼 괜찮은 스펙의 VR이 나와야 할 겁니다. 그렇지만 기술은 항상 발전해왔고 우리는 항상 답을 찾을 것입니다. 늘 그랬듯이. 그러니 이 부분은 기술이 잘 발전할꺼다- 치고! 빠르게 넘어가도록 하죠. 


우리가 새로운 인터페이스를 만날 때

<i>라떼 마우스입니다. 저 공 부화시키면 아기 마우스 나오는 거, 아시죠? (아님)<br>(이미지 출처: r/nostalgia)</i>
라떼 마우스입니다. 저 공 부화시키면 아기 마우스 나오는 거, 아시죠? (아님)
(이미지 출처: r/nostalgia)

컴퓨터 마우스를 처음 잡아본 그 날을 기억하시나요? 솔직히 말하면 저는 어렸을 때라 기억이 잘 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키보드를 처음 쓰던 때의 기억은 꽤 생생합니다. 쌍시옷이 쓰고 싶었는데 쉬프트 키를 눌러야 한다는 사실을 몰라서 아빠를 아ㅂ바라고 썼던 기억이 있네요.

새로운 인터페이스를 익힌다는 건 곧 새로운 감각을 익히는 것과 비슷합니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손을 쓰듯 자연스럽게 마우스를 사용하죠. 하지만 마우스도 처음에 나왔을 때는 아주 새로운, 조작법을 위한 튜토리얼이 필요한 존재였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튜토리얼이 바로 지뢰찾기입니다.

<i>추억의 지뢰찾기를 기억하십니까.<br>(이미지 출처: minesweeper.online)</i>
추억의 지뢰찾기를 기억하십니까.
(이미지 출처: minesweeper.online)

직접적으로 사용법을 알려주는 건 아니었지만, 당시에만 해도 새로웠던 클릭이라는 동작을 이용자들이 쉽게 익힐 수 있도록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우 OS에 탑재한 게 지뢰찾기입니다. 카드게임 솔리테어는 드래그 앤 드롭 기능을 소개하기 위해 탑재되었고요. 

직관과 오랜 학습의 결과로 2차원의 인터페이스에서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하는 건 우리에게 꽤나 익숙한 일입니다. 아래의 두 버튼을 보고 우리는 어떤 버튼이 활성화 됐는지 단박에 알아차릴 수 있죠. 굳-이 어려운 용어로 이를 정의하자면 어떤 물체를 보고 그 물체를 통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아는 것을 어포던스 (affordance) 라고 합니다. 웹 디자인과 역사를 같이 하는 용어죠. 

VR은 우리가 매일 쓰고 있는 2차원의 인터페이스에 한 차원을 더합니다. VR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이제 3차원 상에서 존재하게 되는 거죠. 그러자 모든 것이 달라집니다.

여기 의자가 놓여있는 3D 공간이 있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무엇일까요? 공간 속에서 걸어다니기, 의자에 앉기, 바닥에 앉기, 의자를 누르기, 밀기, 당기기, 때리기. 이 세계에서 아마 어떤 것들은 가능할 거고, 어떤 것들은 불가능할겁니다. 그렇지만 무엇이 가능한지 분명하지 않죠. 진짜 어포던스와 가짜 어포던스가 섞여있는 상황인겁니다.

우리는 현실의 공간에서 감각들을 이용해 어떤 행동은 되고 어떤 행동은 안 되는 지 이해하며 살아갑니다. 뜨거운 건 만지지 않는 쪽이 좋은 것 같고, 무거운 건 안 들리니 들지 않습니다. 의자에 앉기 전에는 의자가 그 자리에 있는지 (!) 시각과 촉각으로 먼저 판단합니다. 하지만 가상 현실 속에는 이런 감각들이 100% 재현되지 않죠. 그러니 가상 세상에서 가능하고 가능하지 않은 일들을 알아내는 건 직접 건들여 보지 않으면 모르는 일이고 따라서 에너지가 많이 드는 일입니다. 가상 현실 속 상호작용을 정의하고 디자인 하는 디자이너에게도 가능하고 가능하지 않은 것들을 분리해내는 건 쉽지 않은 과제이기도 하고요.

VR을 이용한 상호작용에 관한 한 우리는 이제 막 걸음마를 떼고 있습니다. 어떤 조작방식과 어떤 컨트롤러가 가상세계에 제일 어울리는 지, 어떻게 하면 더 직관적인 VR 유저 인터페이스를 만들 수 있을지,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 중입니다. 메타 퀘스트 (전 오큘러스 퀘스트) 는 양손에 드는 컨트롤러를, 애플 비전프로는 컨트롤러를 빼고 눈과 손가락으로 조종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어느 쪽이 살아남을 지, 아니면 아예 새로운 조작 방식이 등장할지는 시간만이 알려주겠죠. VR이 우리 삶에 가깝게 느껴지려면 지금은 생소하고 부자연스러운 VR 조작방식이 쉽게 느껴질만한 조작 방식의 진화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대혼돈의 멀티버스

기술적이고 딱딱한 부분들을 차치하고도 VR에게는 아직도 중요한 문제가 남아있습니다. VR이 기술적으로도 발전되고, 조작방식도 쉬워진 세상에서 우리는 VR로… 무엇을 하고 살까요? VR이 미래에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어떤 기구로 사용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조금씩 갈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1편에서도 말했듯이 메타는 VR을 메타버스를 완벽하게 누리기 위한 창구로서, 또 게임용으로 팍팍 밀고 있고요, 애플은 데모에서 영화, 드라마 시청용으로, 페이스타임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는 용으로 VR의 용도를 소개합니다.

<i>1세대 멀티버스.<br>(이미지 출처: YTN)</i>
1세대 멀티버스.
(이미지 출처: YTN)

한가지 문제는 우리가 이미 이런 일들을 VR이 없는 세상에서, 아주 익숙하게 해왔다는 겁니다. 뉴욕타임즈의 기자 케빈 루스는 이에 대해 코로나 시대의 VR 사용자들을 취재하며 인간은 습관의 동물인지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굳이 머리 위에 비싼 헤드셋을 끼지 않고도 줌 등을 통해 가상현실을 경험하는 쪽을 택했다고 썼습니다. VR이 줌과 영상통화를, 닌텐도 스위치를 대체할 수 있으려면 VR만의 엄청난 장점이 필요해 보입니다. 그게 아니라면 VR에서만 누릴 수 있는, 지금의 경험들과는 아예 다른 결의 무언가가 생겨나거나요. 


세상에, 가볍게 VR에 대해서 써보려고 했던 게 호흡이 상당히 긴 글이 되었네요. 독자 여러분들은 VR이 스마트폰만큼이나 상용화된 미래를 상상할 수 있으신가요? 아니면 VR은 플스처럼 덕후층이 탄탄한 기기로서의 길을 걷게 될까요? VR에 대해서 어떤 상상을 하고 계신가요? 댓글로 남겨주시면 함께 이야기 해보도록 해요. 어떻게 될 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저는 개인적으로 애플 비전 프로, 한번쯤은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디서 400만원 안 떨어지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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