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은 우리의 미래가 될 수 있을까? [1편]

VR을 처음 생각한 사람은 누굴까요? VR의 과거와 현재에 대해서 살펴봅니다.

2023.07.11 | 조회 85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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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레터 스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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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8일 열린 애플의 WWDC 행사에서 애플은 많은 사람들이 기대하던 신제품 애플 비전 프로를 내놓았죠. 실제 출시는 2024년 초반으로 예정되어 있지만 애플 비전 프로에 대한 기대와 관심은 벌써 뜨겁습니다. 많은 테크 유튜버와 리뷰어들이 애플 비전 프로의 착용감에 대해 연일 리뷰를 내고 있고, 언론사들은 애플이라는 생태계에 새로운 디바이스를 더한 애플의 전략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애플이 에어팟으로 무선 이어폰의 대중화를 이끈 것 처럼 비전 프로가 비로소 VR 기기의 대중화를 이끌 수 있는 초석이 될 수 있을까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i>애플은 비전 프로를 끼고도 앞에 있는 사람과 대화를 할 수 있는 점을 셀링포인트로 잡았습니다.</i><br><i>(이미지 출처: 애플 유튜브)</i><br>
애플은 비전 프로를 끼고도 앞에 있는 사람과 대화를 할 수 있는 점을 셀링포인트로 잡았습니다.
(이미지 출처: 애플 유튜브)

이 쯤에서 궁금해집니다. 과연 우리는 근 미래에 다들 VR 기기를 하나씩 머리에 쓰고 일상을 살아가게 될까요? VR은 과연, 우리의 미래가 될 수 있을까요? 이번 레터에서는 VR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VR이 우리의 일상으로 들어오기 위해 넘어야 할 몇가지 산들을 살펴봅니다.


피그말리온의 안경

<i>VR의 기원은 SF소설에 있습니다.</i>
VR의 기원은 SF소설에 있습니다.

사실 VR의 개념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오래됐습니다.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VR의 개념 - 고글처럼 생긴 무언가를 쓰고 가상의 현실을 경험하는 것 - 은 스탠리 G. 와인바움의 1935년작 SF 소설 피그말리온의 안경에서 처음으로 등장합니다. 뉴욕의 한 호텔에서 머물던 청년 댄 버크는 호텔에서 땅딸막한 과학자 루드윅 교수를 만나게 됩니다. 루드윅 교수는 댄에게 꿈을 현실로 구현해 낼 수 있는 발명품을 만들었다며 그에게 이 발명품을 체험해보라고 권유합니다. (츄라이 츄라이!)

“잠시동안 그는 팔걸이 위에 올라간 손으로 부여잡은 의자, 보이지는 않지만 그를 둘러싼 우울한 호텔방, 늙은 루드윅 교수, 지끈거리는 머리 같은 건 모두 잊었다. 그는 이 아름다운 동산에 홀로인 자신을 상상했다. “에덴동산!” 그는 중얼거렸고, 보이지 않는 목소리들의 벅차오르는 선율이 대답해왔다.”

피그말리온의 안경 중 인용

무려 100년 전의 작품인데, 가상현실 속에서 완벽하게 몰입한 소설 속 주인공의 모습이 애플 비전 프로 광고 속의 유저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와인바움은 당시에는 고작 계산기에 불과했던 컴퓨터가 100년 즈음 뒤에 그의 상상을 현실로 만들거라는 걸 예상 했을까요? 가상의 현실, 혹은 꿈의 세계를 눈 앞에 생생하게 전달하고 싶은 욕구는 어쩌면 인간의 상상만큼이나 오래된 일일 지도 모릅니다. (참고로 이 작품속에서 주인공 댄은 가상현실 속에서 만난 여자 갈라테아와 사랑에 빠지고 강한 현타를 느끼게 됩니다. 몇 년 뒤 댄은 우연한 기회로 루드윅을 만나 가상현실 속의 갈라테아가 루드윅의 배우 지망생 조카임을 알게 되고 여소를 부탁하는 걸로 소설은 끝이 납니다… 여소 엔딩?) 

그를 이어 1960년대  영화감독 모턴 헤일리그는 단순히 보고 듣는 영화가 아니라 마치 영화에 참여하는 것 같은 영화 경험을 위해 센소라마 (Sensorama) 라는 기구를 만들어냅니다. 이게 첫번째 VR기기로 생각되고 있죠. 사용하는 모습은 아주 우스꽝스럽습니다. 

<i>어, 나 이거 치과 X레이실에서 봤어 </i><br><i>(이미지 출처: ResearchGate)</i><br>
어, 나 이거 치과 X레이실에서 봤어
(이미지 출처: ResearchGate)

이후 70년대와 80년대를 거쳐 VR과 가상 현실에 대한 연구는 군사 훈련, 비행 연습 등의 목적으로 서서히 발전하게 되고, 80년대 후반에 들어선 아타리를 필두로 게임 업계 역시 VR에 관심을 쏟기 시작합니다. VR기기와 가상현실이 미래의 도구로서 우리의 대중문화 속으로 들어온 것이 이 시기였습니다. Virtual Reality, VR 이라는 말이 처음으로 생겨났고 만화 드래곤볼에서 스카우터를 쓴 캐릭터들이 나타났죠. (물론 이건 AR에 더 가깝습니다만.) 

<i>(이미지 출처: Spotern)</i>
(이미지 출처: Spotern)

그렇지만 90년대 후반, 2000년대까지 VR은 대학이나 기업의 연구실을 쉬이 벗어나지 못합니다. 닌텐도나 세가 등에서 가정용 VR 게임 콘솔 등을 내놓았지만 대중화에는 빈번히 실패합니다. “그 녀석" 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VR, 게임 씬에 등장하다

2012년, 미국에서 가장 큰 게임 컨퍼런스 중 하나인 E3에 둠, 퀘이크, 울펜슈타인 등 굵직한 게임을 개발한 레전드 개발자 존 카맥이 오큘러스를 들고 등장합니다. 그는 스키 고글에 옛날 VR 부품들을 테이프로 덕지덕지 붙혀 조립한 야생의 프로토타입 VR을 가지고 본인의 게임 둠3의 확장판을 선보입니다. “지금은 집에서 만든 DIY 스타일의 하드웨어지만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는 세련되고 편리한 VR 디바이스를 만나볼 수 있을 겁니다.” 존 카맥은 당당하게 이야기합니다.

<i>E3 당시의 존 카맥 아저씨와 그가 선보인 첫번째 오큘러스입니다.</i><br><i>(이미지 출처: Sandra Schlichting 유튜브 채널)</i>
E3 당시의 존 카맥 아저씨와 그가 선보인 첫번째 오큘러스입니다.
(이미지 출처: Sandra Schlichting 유튜브 채널)

존 카맥이 이날 선보인 프로토타입을 만든 건 22세 대학생, 팔머 럭키였습니다. 고물 취급받던 닌텐도, 세가 등의 실패작 VR 기기들을 취미로 개조하던 청년 팔머 럭키는 카맥의 성공적인 데모에 힘입어 킥스타터에 그가 디자인한 VR 헤드셋을 크라우드 펀딩하게 되죠. 3일만에 그는 백만달러 (한화 10억원 이상) 를 펀딩받는 데 성공하고, 그 길로 학교를 자퇴한 뒤 세운 회사가 바로 오큘러스의 시작입니다. 대중화 된 게임용 VR이 등장하는 순간입니다. 

그 이후 2014년 페이스북 (현 메타) 에서 오큘러스를 인수함으로서 본격적으로 빅테크 기업들에서 VR 개발의 바람이 불기 시작합니다. 페이스북은 오큘러스를 인수하고, 구글은 2014년에 스마트폰으로 VR 헤드셋을 구현할 수 있는 종이상자 DIY 키트 카드보드를 발표합니다. 23년이 되어서야 4k 해상도로 무장한 비전 프로로 도전장을 내민 애플은 사실상 이 게임의 후후후발주자인 셈이네요. 

<i>메타의 오큘러스와 구글의 카드보드<br>(이미지 출처: 아마존)</i>
메타의 오큘러스와 구글의 카드보드
(이미지 출처: 아마존)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이 세개의 기업이 각기 다른 전략을 취했다는 겁니다. 구글의 경우에는 DIY 헤드피스 도면을 무료로 공개함으로써 가격적 진입장벽을 낮추어 VR을 대중화하는 방향을 택했고, 메타는 게임과 메타버스에, 애플은 스트리밍과 라이프스타일 쪽에 전략적인 방점을 둔 걸로 보입니다. 

<i>정말 여담입니다만, 구글이 카드보드를 출시하자 WSJ에서는 나스닥 롤러코스터(!) 프로그램을 출시합니다. <br>주식시장의 오르내림을 1인칭으로 경험해 볼 수 있죠! VR에 최적화되어있지만 웹과 모바일 경험도 훌륭합니다. <br>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링크는 여기.</i>
정말 여담입니다만, 구글이 카드보드를 출시하자 WSJ에서는 나스닥 롤러코스터(!) 프로그램을 출시합니다. 
주식시장의 오르내림을 1인칭으로 경험해 볼 수 있죠! VR에 최적화되어있지만 웹과 모바일 경험도 훌륭합니다.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링크는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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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토록 굵직한 기업들이 몇십년에 거쳐 투자와 연구를 계속 해왔지만 VR은 여전히 대중화 되었다고는 보기 어렵습니다. 오큘러스 시리즈는 상업적 성공을 거뒀지만 우리 주변에서 VR을 매일 쓰기는 커녕 집에 VR기기를 모시고 있는 사람부터 찾기 어렵습니다. VR 기기와 같은 시기에 발명된 전화기는 스마트폰이 되었는데 말이죠.

이번 편은 조금 길어졌으니 여기서 마무리하고, 다음편에서는 VR이 진짜 대중화를 이루려면, 우리의 미래가 되려면, 어떤 산을 넘어야 하는지, VR이 우리의 생활이 되기 위해 남은 숙제들에는 무엇이 있는지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출처노트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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