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변 가정들의 이야기를 듣고, 같이 공감하고, 아이를 종일 봐주며,
아내와 이야기 하다가 들었던 생각입니다.
대화 후 산책을 하며 문득 아내와 첫 아이를 낳기 전 일화가 떠올랐습니다.
결혼하고 얼마 후, 아내는 저에게 상담공부를 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전업주부이자, 이미 디자인으로 석사학위가 있는 상황에서,
이전과는 전혀 다른 공부를 하는 것이
월세집을 사는 우리 형편에 경제적으로도,
이제 곧 출산을 앞둔 시기적으로도
맞지 않다고 생각되었습니다.
하루 정도의 대화 끝에 아내는 대학원에 등록했습니다.
그때 제 마음에는 종일 있어주지도 못하는데,
(당시 아내는 임신 중 먹고 싶은 음식을 대부분 혼자 먹었습니다.)
적어도 아내를 지지하고 응원해야겠다는 마음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 후로 직장 동료들과 회식때마다, 친구들을 만날 때마다,
'왜 공부시키냐?', '얼른 취업하라고 해라'
라는 말을 정말 수없이 들었습니다.
저 역시 전하지는 않았지만, 그 마음이 한켠에 있던 것을 부인할 수 없었습니다.
아내는 졸업 후, 학회에도 참석하고, 슈퍼바이징도 하였지만,
상담으로도 디자인으로도 취업을 하진 않았습니다.
디자인으로 카드와 달력, 굳즈를 만들어 지인에게 선물하기도,
셋째를 낳기 전까지는 종종 자폐아이 어머니들 대상으로
마음수업을 하기도 했습니다.
세 아이를 종일 돌보고, 하루에 1시간 이상 대화를 합니다.
10년이 흘렀습니다.
수많은 충고를 했던 직장동료, 친구들은 흘러갔지만,
아내는 여전히 제 옆에 있습니다. 이전보다 굳건히.
제가 줬던 지지와는 비교할 수 없는 지지와 행복을 받습니다.
그 지지와 관계가 지금의 삶을 쌓아가게 했습니다.
상담대학원의 교육은 상담진로로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저희 부부는 학비를 날린 것일까요?
p.s. 주말에 글을 쓰기가 오히려 더 어렵네요.
그래도 1주일에 한번은 생각을 나누겠습니다.
댓글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