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만자남 감량일지

제5화 정체기

2024.05.29 | 조회 44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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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박사 김민지

생활 전공자를 위한 내적 대화 콘텐츠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는 게 정답인 줄 알았습니다. 정체기가 왔습니다. 바람직한 감량은 계단식으로 찾아온다는데. 지금 올라선 계단의 면적은 좀 넓다는 생각이 드네요. 가파르게 빼고 싶습니다. 이 조급한 마음이 몸을 지치게 만들었는지, 어제는 운동 중에 트레이너분께서 포도당 캔디 한 알을 주면서 이야기하더라고요.

"민지님, 꼭 벼랑 끝에 선 사람 같아요."

이렇게 기운 없는 날엔 기운이 안 나는 분명한 이유가 있습니다. 탄수화물 섭취 부족이 그것인데요. 흔히 말하는 탄단지.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중에 단백질 지상주의 식단에 강박을 느끼다보니 중요한 섭리를 놓치기도 합니다. 적당량의 비정제 탄수화물은 에너지를 내는 데 큰 도움을 줍니다.

오늘 아침에는 따끈한 현미밥에 조미김을 소중하게 싸 먹었습니다. 조금 거친 쌀알도 소화할 만큼 성장했고, 밥투정을 하던 어린 시절에 엄마가 옆에서 하나씩 싸서 주던 그 맛을 기억하고 있으니 이만하면 좋은 인생이지 싶어 어깨춤이 나오더군요. 뭐니 뭐니 해도 역시 탄수화물 매직이 최고긴 하더라고요.

내가 대체 뭘 먹고 그렇게 몸이 무거워졌던 걸까. 생각해보면 탄수화물 덩어리. 그렇게 좋아하던 분식 때문인 것도 같지만. 단지 분식 때문은 아니었습니다.

건강한 감량과 증량은 잘 먹고, 잘 자고, 잘 표현하고, 잘 기다리고, 잘 움직이는 순환에 달려 있어서. 아마도 감량을 시작하기 전 제 삶은 뭔가를 수렴하고 발산하기에 너무 굳어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근래 이 정체기가 온 것도 어쩌면 그 때문일지도요. 돌파하는 방법은 하나입니다. 한 아이의 양육자가 된 듯한 마음으로 자신을 돌보는 것.

나날이 되도록 건강한 걸 챙겨 먹고, 스스로 좀 더 신이 나서 움직이도록 작고 비루한 몸짓에도 칭찬을 아끼지 않다 보면 조금씩 나아질 거예요.

답답한 시기를 돌파하고자 애쓰면서 깨닫게 된 다이어트의 해답. 적당히 먹고 활발히 움직이기. 아쉬움을 동력 삼아 아쉽지 않게 살아가는 게 생각 다이어트에도 큰 도움이 되네요.

구독자 님을 무겁게 하는 생각은 무엇인가요? 요즘 잘 먹고 잘 주무시고 계신가요. 잘 기다리고 또 잘 움직이게 하는 무언가가 삶에 있다면 좋겠습니다. 점점 더워지는 날씨에 숨 쉬는 일이 조금은 덜 버거웠으면 하니까요.

추신, 늦은 밤 운동 가기 전에 보내는 레터입니다. 오월도 끝자락이네요. 유월에는 빈칸(서울 강남구 언주로 165길 13)에 작게 글 한 편 걸어 두고 올 생각이에요. 여러 사람이 함께하는 ‘다섯 번째 글, 낮과 밤‘이라는 전시에 참가하게 됐어요. 4일부터 4주 동안 오전 11시부터 저녁 7시까지 일요일과 공휴일 빼고 연다고 해요. 「사랑과 이별을 동일시하는 마음」이라는 글을 준비했어요. 시도 아니고 산문도 아니고 오랜만에 이게 뭔가 싶은 글을 쓰니 재밌더라고요. 모쪼록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감사의 마음을 담아 노래 하나 끝에 둘게요. 적당한 템포로 듣기 좋은 백예린의 노래입니다.
날아오고 날아가는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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