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 님, 그동안 뉴스레터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갑자기 왜 이렇게 모든 게 끝날 것처럼 아련하게 말씀을 드렸냐 하면, 살아 있는 이상 피해갈 수 없는 일에 대해 써보려고요.
만물박사 김민지 2024 하반기를 채울 이야기는 「쫄쫄보의 유서」입니다. 주 1회 여러분과 아직 겪지 못한 죽음에 관한 미진한 소회를 나누고자 해요. 죽음 이야기라고 하니 너무 무거울 것 같나요. 아닙니다. 이것은 「쫄쫄보의 유서」이기 때문에, 겁 많은 작자의 뒷걸음질이 있을 거고 그 뒷걸음질에 잔잔한 헛웃음도 얻어 걸릴 게 분명합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타고난 쫄쫄보였습니다. 분단국가에서 태어난 아이답게 전쟁에 대한 공포로 머리 위까지 이불을 덮어 쓰고 잔 기억도 있고요. 요즘따라 날아드는 오물풍선에 생화학 무기라도 들었을까 걱정이 이만저만도 아닌 어른으로 자랐습니다.
어디 전쟁뿐일까요. 작년 급증한 칼부림을 비롯한 범죄, 기후위기, 각종 재난과 재해, 사고, 병... 우려되는 것이 참 많습니다. 특히나 뉴스를 볼 때마다 머리가 어지럽습니다. 제아무리 어지러운 상황이라도 접해야 할 소식은 접해야 하죠.
불안을 바로잡는 가장 좋은 방법은 뭔가를 제대로 알아 두는 것이라고 하더라고요. 당사자로 겪은 일은 아니지만, 함께 곰곰 생각해봐야 하는 일들. 스스로 걱정하는 안 좋은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수용하는 일과 함께. 다가오는 7월 17일부터 「쫄쫄보의 유서」를 읽으며 지금 이 순간 살아 있다는 자각을 함께해주시면 좋겠어요.
사물과의 인터뷰, 시 이야기, 생활에 놓인 작은 사랑과 밥벌이에 관한 산문들, 그리고 최근까지 연재한 감량일지까지 그동안 레터로 보낸 글들을 되짚어 봤어요. 이 무렵부터는 메일링 서비스도 제가 느끼고 있던 삶의 커다란 한계를 조명하면 어떨까 싶더라고요.
조금 겉도는 듯한 이야기들도 무던하게, 때로는 참고 기다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는 하루하루 본격적으로 써 나가야지 싶어 용기내어 연재 예고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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