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프리카는 주황색이 맛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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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09 | 조회 5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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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박사 김민지

생활 전공자를 위한 내적 대화 콘텐츠

치우는 사람이 따로 없기에 더 잘 알아야 하는 생활. 한 사람이 지내는 데 이렇게 많은 쓰레기가 나올 일인가 싶지만 번번이 그렇다. 제 손으로 하나씩 치워 보면 가늠이 된다. 이 정도 쓰레기를 버리는 만큼 나는 그만한 정화의 기운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인가.

인간으로 지내면서 가장 많은 쓰레기를 배출하는 순간들을 따지고 보면 조금 더 편리하게 지내되 새로운 기분을 만끽하고 싶을 때였다. 편리하면서도 새롭게. 무언가를 물밀듯이 많이 들이거나 버리게 되는 시기. 여기에 범람하는 불안으로 절제를 모르고 흘러가다 보면 언제든 공간과 함께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형태가 되어 있다.

비우고 치우면서 천천히 새로워지자고 마음을 먹자마자 황급히 코로나19 확진자가 되어 격리 생활을 시작했다. 한정된 공간 안에서 한껏 오른 열, 참을 수 없는 기침과 목마름을 감당하며 지내고 보니 알게 되었다. 너덜너덜해진 체력으로 그동안 어떤 생활을 해왔는지 적나라한 구경을 했다. 이 집에 필요한 사람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

사나흘 동안 정리가 되지 않던 머릿속을 곰곰 들여다보았다. 바다 한복판에 섬의 형태를 이룬 플라스틱처럼 알록달록 썩지도 않을 것 같은 걱정들이 골치 아프게 모여들었다. 

"후회하지 않으면 만족할까?"

종일 켜 두고 있던 TV에서 인지심리학자 김경일 교수가 나와 청중에게 물어봤다. 답은 '그렇지 않다'였다. 후회와 만족은 서로 다른 독립된 정서여서 비교 없이 대상으로부터 직접 얻는 만족을 느껴야만 행복한 순간을 자주 맞이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동안 얼마나 많은 비교를 통해 이 많은 집기들이 집에 쌓이게 됐는지 알게 됐다.

세상 무수한 것 중에 비교 없이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어떤 것. 물질이든 비물질이든 하나만이라도 제대로, 한 사람 한 사람의 시선을 가져가고 있는 다양한 행복의 가치가 존중받는 세상이라면 행복할 것 같다.

파프리카는 주황색이 맛있어
파프리카는 주황색이 맛있어

추신, 한 주 동안 잘 지내셨나요. 대선 개표 방송을 보면서 이 레터를 보내요. 최악과 차악 사이에서의 갈등이 아니라, 최선의 한 표를 던질 수 있는 선택이 많았길 바라며. 다들 건강 꼭꼭 챙기셨으면 좋겠어요. PCR검사를 받으셔야 한다면 아직은 대낮이 아니고선 쌀쌀하니 따뜻한 차 마시고 옷 든든히 챙겨입고 가셔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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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aa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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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ver 2 years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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