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7일에 주문했던 청귤이 입추라는 절기와 함께 찾아왔습니다. 청귤청을 담그려고 10kg 상당의 청귤 한 박스를 주문했던 것인데, 마침내 출하 시기에 접어들어 받게 됐습니다.
살 때는 '이 정도는 돼야지' 했던 양이었는데 막상 배송이 시작되었다는 문자를 받고 나니 '너무 많다' 싶더라고요. 그러나 막상 받고 나선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역시 좀 부족하려나?' 청귤청을 담글 때나 다 만들고 난 후에는 과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궁금합니다.
제철을 맞이한 고민의 무게도 청귤의 무게만큼이나 순간순간 유동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듯해요. 그때그때 다르게 다가오는 무게감에도 일단 할 수 있는 건 다 해야겠습니다. 아무튼 막 도착한 싱그러움에 습기가 차지 않도록 박스를 한껏 열어 두었어요. 이번 주 내내 붙잡고 있던 글을 다 완성한다면, 다저녁때는 청귤을 깨끗하게 닦고 있겠죠?
청귤청 하나를 담그려고 보니 정작 필요한 것들이 집에 없어 놀랐습니다. 그래서 부가적인 소비도 꽤 감당해야 했죠. 이렇게 된 이상 매년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것도 다 직접 겪고 해야 할 판단이기에 생각을 멈추고 청귤 한 알을 꺼내 이리저리 살피다가 쪼개서 단면을 보았습니다.
과육이 적당히 노랗게 익었고, 맛은 예상했던 대로 시더군요. 초록초록한 껍질이 올망졸망한 청귤의 형태를 생각보다 견고하게 다잡고 있는 걸 한아름 보니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저는 어쩌자고 이 많은 청귤을 달게 받아 달게 만들려고 한 것일까요. 다 저 좋자고 벌인 뻘짓이라고 생각합니다.
자라는 동안 뻘짓을 해도 혼나지 않고 긍정적으로 환영받거나 수용받은 경험이 많지 않았던 관계로 이제라도 틈틈이 스스로 기회를 주려고요. 뻘짓은 엄한 짓이 아니라는 걸 스스로에게 일깨워주는 경험이 많아졌으면 해요. 대단한 걸 바라는 게 아니라는 거, 설령 대단한 걸 바라고 있더라도 자기수용이 먼저 되어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는 걸요.
번번이 마음이 겉도는 지점에서 아무도 시키지 않은 일도 열심히, 되도록 즐겁게 할 때 마음으로부터 사랑받는 기분이 들곤 해요. 어떤 일은 참으로 쓸모없어 보이지만 누구도 해줄 수 없어 나날이 소중해져요.
댓글 9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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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경
저요오오옥~.ᐟ.ᐟ.ᐟ ♥
만물박사 김민지
늘 레터가 기가막힌 타이밍에 메일함에 도착한다고 해주셨던 여경님, 비공개 댓글 또는 인스타그램 계정(@something.text)로 주소와 연락처 보내주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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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이아닌연두
마음으로부터 사랑 받는 기분.. 나눠주셔서 감사해요🌿 정식 연재라니 기대 한껏!
만물박사 김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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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이아닌연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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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박사 김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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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이아닌연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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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준
저도 살포시 손을 들어봅니다!!
만물박사 김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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