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잉? 근데 왜 우리 엄마가 안 오고 아줌마가 왔어요?"
"엄마 오늘 좀 아프셔."
"우리 엄마가요? 우리 엄마 안 아픈데?"
"어 맞아! 우리 엄마 진짜 건강한데"
"아냐 OO아. 엄마 오늘 진짜 아프시니까 너희 집에 가서 장난 치면 안 된다."
늦은 저녁 동네 학원 건물에서 아이들이 줄줄이 걸어 나왔다. 문앞까지 마중 나온 한 아주머니가 책가방을 한 손에 들고 뱅뱅 돌리며 언덕길을 뛰어 내려가는 두 남자 아이에게 당부를 하고 있었다.
얼마 전 엄마가 했던 말이 생각났다.
"아이를 키울 때는 비슷한 또래 아이 키우는 엄마들이랑 친하면 좋아."
언젠가 기차를 탔을 때 옆 좌석에 앉았던 아주머니도 비슷한 말씀을 했다.
"지금 요 앞에 앉은 친구들이랑 여행 가는 길인데. 나는 이제 애가 대학 들어가서 같이 오랜만에 놀아요. 친구들 중에 가장 늦게 아이를 낳았거든."
그러고 보니 나날이 친구들과 예전만큼 모여 놀자고 약속 잡기가 쉽지 않다. 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아이가 있든 없든, 결혼을 하든 안 하든, 어디서 무슨 일을 하건 친구들이 보고 싶다. 드문드문 만나 각자 어떤 생각을 하고 사는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들과의 자리가 귀하다.
전쟁통에 만난 전우처럼 같은 시기 특정 상황을 함께 견디는 일은 희박해도 우리는 각자 겪는 시간들을 공유할 수 있다. 그리고 힘이 닿을 때마다 옆에서 내 것을 하는 김에 더 해버리는 것이다.
어떤 우정의 궤적은 하는 김에 더 해버리는 김장 같다. 요즘 같은 시기에 힘들게 뭐하러, 돈 주고 사 먹지 뭐 그런 고생을 하냐는 말을 들어도 하는 김에 하는 것이다. 그리고 모인 김에 같이 먹을 수 있는 것들을 먹고 몇 포기씩 나눠 가질 수 있는 것. 혼자 해서는 나기 힘든 어떤 맛. 혼자 먹어서는 느끼기 어려운 어떤 맛. 그 맛들을 구현하려고 결국 사람들은 사람들을 만나는 걸까.
● 만물박사 김민지의 뉴스레터는 구독자 여러분의 긴장성 두통, 과민성 방광 및 대장 증후군 치유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언제나 좋은 텍스트로 보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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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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