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 가게가 줄지어 있는 거리를 배회한다. 전구라는 단어 앞에 태양이라는 단어를 더해서 태양전구라고 명명하면 그저 빛, 한없이 밝아 보여도 그뿐이다. 환한 이미지에 조금 더 환한 이미지가 더해졌을 뿐 그 이상의 무언가가 느껴지지 않는다. 태양 또는 전구에 진심이거나 그 빛의 에너지가 자연적인지 인위적인지 분별할 줄 아는 마음이 있다면 조금 더 성의를 보여서 의미와 형태를 상상하며 다잡아갈 여지가 있다. 그 여지. 그 여지를 통해야 하는데. 요 며칠 시 쓰기가 잘 되지 않았다. 시어와 시어가 너무 잘 붙어도 문제였다. 주변이 어수선해 하얀 반죽을 하는데 자꾸만 먼지가 날아와 앉는 게 보이는 기분. 이런 것으로는 요리를 할 수 없어서 조용히 먼지 있는 부분을 떼고 떼다가 굳어가는 반죽으로 겨우 일인분을 맞출 것 같은 예감이 드는 그런 날. 시가 잘 안 써지는 날에는 플래시가 켜진 휴대폰을 뒤집어 불이 나오는 곳에 한 손가락 끝 부분을 댄다. 그래도 몸의 어느 한 부분 정도는 빛을 비추면 불이 들어온 것처럼 보인다는 것에 이상한 안심을 하면서. 다음날 열심히 지내면 여지가 생길 법한 투박한 표현들을 두서 없이 올려두다 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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