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선다. 물러선다. 밀려왔다 밀려간다. 이 모든 반복을 몇 번 경험할 수 있을까. 넘어져도 웃을 수 있을까. 함빡 빠져서 무거운 몸이 되는 순간. 헛웃음으로 시작해 환한 웃음을 짓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면 좋겠다. 관망하는 타이밍을 놓치고, 넘어지는 타이밍마저 놓쳤을 땐 생각해보는 것이다. 젖어버린 신발과 양말일까. 젖은 발에 달라붙는 모래일까. 꾸준하지만 매번 다르게 넘실대는 파도일까.
작은 알갱이 같은 씨글래스를 주워 속이 빈 조개껍데기 안에 둔다. 생물도 보석도 아니지만 그 자체로 움직이는 빛을 머금을 수 있다. 먼 미래에는 아마도 이와 같은 것들이 살아 있는 것으로 추정되지 않을까. 좁은 입지지만 살아 있는 감각을 머금은 채로.
저 너머에 놓인 부표나 등대, 배를 출항시키고 묶어 둘 수 있는 포구 같은 것들을 바라는 건 철저히 사람의 바람이다. 깨진 유리 조각도 열심히 둥글리며 살아가는 바다처럼. 살아 있는 것들을 살아가게 하는 바다처럼. 그 자체로 많은 것들을 품은 사람의 마음을 떠올려본다. 살아 있게 하는 마음은 눈코입이 없어서 좋다. 순간순간 어떻다는 인상을 받지만, 그것이 그렇다는 인상만 남기진 않는다. 살아가는 시간이 그 마음을 이루면 어떨까. 그런 막연한 꿈으로 생의 주조를 이룬다.
● 만물박사 김민지의 뉴스레터는 구독자 여러분의 긴장성 두통, 과민성 방광 및 대장 증후군 치유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언제나 좋은 텍스트로 보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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