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프리카는 주황색이 맛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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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19 | 조회 68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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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박사 김민지

생활 전공자를 위한 내적 대화 콘텐츠

다가선다. 물러선다. 밀려왔다 밀려간다. 이 모든 반복을 몇 번 경험할 수 있을까. 넘어져도 웃을 수 있을까. 함빡 빠져서 무거운 몸이 되는 순간. 헛웃음으로 시작해 환한 웃음을 짓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면 좋겠다. 관망하는 타이밍을 놓치고, 넘어지는 타이밍마저 놓쳤을 땐 생각해보는 것이다. 젖어버린 신발과 양말일까. 젖은 발에 달라붙는 모래일까. 꾸준하지만 매번 다르게 넘실대는 파도일까.

작은 알갱이 같은 씨글래스를 주워 속이 빈 조개껍데기 안에 둔다. 생물도 보석도 아니지만 그 자체로 움직이는 빛을 머금을 수 있다. 먼 미래에는 아마도 이와 같은 것들이 살아 있는 것으로 추정되지 않을까. 좁은 입지지만 살아 있는 감각을 머금은 채로.

저 너머에 놓인 부표나 등대, 배를 출항시키고 묶어 둘 수 있는 포구 같은 것들을 바라는 건 철저히 사람의 바람이다. 깨진 유리 조각도 열심히 둥글리며 살아가는 바다처럼. 살아 있는 것들을 살아가게 하는 바다처럼. 그 자체로 많은 것들을 품은 사람의 마음을 떠올려본다. 살아 있게 하는 마음은 눈코입이 없어서 좋다. 순간순간 어떻다는 인상을 받지만, 그것이 그렇다는 인상만 남기진 않는다. 살아가는 시간이 그 마음을 이루면 어떨까. 그런 막연한 꿈으로 생의 주조를 이룬다.

파프리카는 주황색이 맛있어
파프리카는 주황색이 맛있어

 

 


추신, 관념이 식상하고 질리는 까닭은 생이 굳어 있어서 그런 거다, 좋은 관념은 포갤 수 있는 경험과 상상이 제일 많은 시절과 같은 게 아닐까, 오늘은 그런 생각을 하며 집으로 돌아와 시를 쓰고 이 게시글 발송 예약을 해두었어요. 여기서 말한 오늘은 어제가 되어 있겠네요. 이어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면 살아 있는 것 같아요. 어떨 땐 반짝여야 살아 있는 것 같지만요. 다음엔 산문에 가까운 산문 들고 오겠습니다.

● 만물박사 김민지의 뉴스레터는 구독자 여러분의 긴장성 두통, 과민성 방광 및 대장 증후군 치유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언제나 좋은 텍스트로 보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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