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폴더 하나가 있다
이 폴더명은 원래 '새 폴더'였다
직박구리, 따오기 그런 게 아니라
정말로 '새 폴더'
어느 날 바탕화면에서 펼쳐진 '새 폴더'는 생각했다
나는 왜 퍼덕이는데 날지 못하지?
왜 여기에서 계속되는 거지
그가 놓인 바탕화면을 종일 응시하는 이가
퇴근하며 그의 이름을 바꿔주었다
(계속 진행되는)
그런 뜻이라고 되뇌어주면서
속에 담겨 있던 모든 파일을 지워주기까지 했다
막상 가벼워지니 날지 않아도 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같은 자리에 있지만 나는 이곳에서 유일하게 비어 있다
'새 폴더'의 정체성은 확고해졌다
이름은 이제 '새 폴더'가 아니지만

다음날 또 다른 '새 폴더'가 생겼다가
이름을 바꾸며 무거워지는 광경을 조용히 지켜보면서
기묘한 감사함을 느끼기도 했다
쓸모를 떠나 유일해지는 경험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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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D OF MAIL
추신, EOM의 뜻을 찾아보고 메일 제목을 다시 한 번 읽어보세요
열지 않아도 될 메일을 열고 이 장까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글/편집 만물박사 김민지
안녕하세요. 만물박사 김민지입니다. 한동안 <시인이고요, 에이전시인입니다>라는 글로 10주가량 연재를 이어오다가 새로운 연재를 예고했었는데 회사일을 핑계로 몇 주 휴재를 했습니다. 그 사이 레터를 기다렸던 분이 계시다면 죄송하다는 말씀 전해드려요.
어제, 긴 야근 끝에 석 달 동안의 수습 기간이 종료되었습니다. 오늘은 정규직으로 전환된 첫 날 아침입니다. 본격적인 연재에 앞서 이라는 글로 잠깐 인사드려요. 글이 올라간 이미지들은 에이전시인의 멘탈이 뛰노는 마당과도 같은 PPT를 활용해 제작했어요. 지난 11월 11일부터 3일간 열렸던 퍼블리셔스에 들고 가려고 만들었지만, 역시나 회사일로 인해 적극적으로 홍보하지 못했습니다.
지난 수습 기간에 번졌던 크고 작은 후회들을 소거하고자 여기에 이 글을 배포합니다. 성큼성큼 다가오는 연말, 올해 남은 날들과 지나간 날들을 가지에 얼마 남지 않은 가을 나뭇잎들이나 발 밑에 수북이 쌓인 낙엽들처럼 소중하게 아껴 보시길요. 12월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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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a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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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박사 김민지
saari 님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댓글로 다시 힘을 내시겠다는 안부 전해주셔서 감사해요. 이젠 정말 겨울이고 연말이네요. 그리고 새해가 곧장 다가오겠죠? 새 폴더의 마음으로 새롭게 시작한 것들과 성장하다 또 이렇게 안부 나눴으면 좋겠어요. 따뜻하고 무탈한 겨울날 보내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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