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들어요.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된 가사가 더해진 음악을 들을 땐 생각이 더 나아가거나 가로막힙니다.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된 가사, 가사 없이 흐르는 음악을 들을 땐 그 자체와 어울리는 생각이 포개지곤 합니다.
더 안다는 건 무엇일까요. 저는 하나 더 아는 것보다 한층 더 깊이 들어가 이해하는 것이 좋더라고요. 응원과 위로가 필요한 가까운 사이일수록 그런 앎이 필요했던 것 같아요. 몇몇 사람과 일들을 만날 때, 어쩐지 나를 더 알게 되는 순간들이 있잖아요. 이때 자신을 외면하지 않을 용기가 있어야 온전한 소통을 할 수 있더라고요.
좋아서,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깨우치는 언어에는 힘이 있듯이. 누군가 혹은 무언가를 진실로 사랑하고 싶어서 나를 알아가고 사랑하는 시간도 마찬가지겠죠.
지난 주말 친구가 추천한 TCI 검사를 했어요. 한 사람의 기질과 성격을 헤아려 보는 검사라고 하더군요. 기질이 타고난 것이라면 성격은 그 기질을 타고난 나를 일으키고 다듬어 나아갈 수 있는 후천적 특질이랄까. 어쨌든 앞으로의 인생을 일으키고 다듬어 이끌기에 앞서 저라는 바탕을 더듬으면 좋을 것 같아서 주어진 문항에 답하고 해석 상담을 받았습니다.
검사 결과는 예상보다 스펙터클했어요. 기질만 두고 보았을 때 액셀과 브레이크를 있는 힘껏 동시에 밟고 있다고 했거든요. 그것도 주변을 끊임없이 살피면서 말이죠. 사방을 살피며 끊임없는 내적갈등을 느끼는 고감도의 기질을 타고났다는 건데, 엔진 역할을 해줄 에너지 원천이 고갈되지 않게 지금의 나에게 맞는 성격을 새로 형성해야 한다는 그런 결론을 내릴 수 있었어요.
어린 시절 살아남기 위해 형성된 성격이 지금 이 시절과 앞으로의 날들을 살아가는 데 유효한지 고민해봐야 한다는 조언을 들었습니다. 이제부터는 새로운 애착을 형성할 만큼 자랐으니 적극적인 사랑을 해보라고, 그렇게 살아남을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요.
다양한 땅, 다양한 기후에 따라 만들어진 지구상의 다양한 거처들처럼. 제 마음도 그렇게 제 삶을 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언제 어디서든 견딜 수 있는 자리로서 말이죠.
● 만물박사 김민지의 뉴스레터는 구독자 여러분의 긴장성 두통, 과민성 방광 및 대장 증후군 치유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언제나 좋은 텍스트로 보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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