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구독자님!
어느새 4분기가 시작되었습니다…🤍
10월의 시작을 저와 함께해주셔서 감사해요.
시간이 정말 빠르다고 생각하다가도, 막상 1월에 무엇을 했는지 떠올리니 까마득해지는데요!
이번 편지는 가을에 어울릴 법한 음악을 고른 후에
함께 읽어주시면 더욱 재미있게 읽으실 수 있을 거예요.
왜냐하면 이번 편지의 주제는 ‘여행’이거든요.
여행지를 떠올렸을 때 생각이 나는 배경음악 한가지씩은 가지고 계실테니까요.
특별히 떠오르는 음악이 없다면, 제가 좋아하는 플레이리스트를 하나 들으면서 읽어주실래요.
예를 들면, 저는 오사카를 떠올리면 ‘One direction - Night changes’라는 노래가 머릿속을 둥둥 떠다녀요.
오사카는 20살이 되던 1월에 친구와 함께 떠났던 해외여행지였어요.
유니버셜 스튜디오에서 나오던 이 노래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다음날 오다이바 관람차에서까지 이 노래를 크게 켜 두고 친구와 밤풍경을 감상했었던 기억이 나네요.
저는 나름대로 여행을 시간을 내어 자주 다니는 편인데요.
학부 때는 여름방학, 겨울방학 전이면 어느 나라로 여행을 떠날지 고르는 게 낙이었어요. 여행을 위해 아르바이트도 하곤 했고요.
3학년 2학기에는 교환학생으로 미국에서 몇 개월을 지냈어요. ‘어떻게 온 교환학생인데!’ 하는 생각에, 한 달에 세네번씩 미국의 곳곳과 주변 나라들을 거닐었던 기억이 나네요.
여행은 스스로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주는 좋은 수단이라고 생각해요. 지친 일상을 환기시켜주는 향수같은 존재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여행은 저에게 그보다 조금 더 큰 의미를 지니는 것 같아요. 배웠던 점들도 많고, 가치관도 뚜렷하게 만들어주었거든요. 이에 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풀어 보면 재밌지 않을까 싶어요!
1. 여행의 묘미
구독자님이 여행을 좋아하신다면, 특히 어떤 점을 좋아하시나요?
공항 가는 길, 사람 없는 도로에서 느껴지는 들뜨는 기분...
저는 예전에는 이륙하는 비행기의 모습을 창가에서 바라보는 것이 여행의 묘미라고 생각했어요. 이제는 비행기 착륙 직후에 활주로를 빠르게 질주하는 순간을 좋아해요! 비행기 도착 시간이 다가오면 그 순간만 기다려요. (뭔가 스릴이 느껴지는…)
이렇게 자기만의 특별한 여행 포인트를 하나씩 가지고 있는 건, 재미있는 일 같아요.
여행을 한창 하고 있는 중에는
다음 스케줄을 생각하지 않고 카페에서 커피 한잔을 하는 때에, 괜히 내가 이 공간에 속한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지더라구요.
2. 나만의 여행 스타일 찾기
새로운 것들이 가득한 곳에 갔을 때, 나의 낯선 모습을 만날 수 있어요. 세상은 정말 넓고 여행은 하면 할수록 처음 보는 것들 투성이거든요.
여행을 반복하면서, 저의 여행 스타일이 자연스레 만들어졌어요. 처음에는 사람들이 책이나 블로그에 기록해둔 여행 코스를 따라가기에 바빴는데, 여행을 몇 번 다녀올수록 저에게 와닿는 것들은 따로 있다는 걸 느꼈어요. 그에 맞게 차차 알아가는 저만의 취향과 패턴도요!
이를테면,
-아주 광활한 자연이 아니라면 자연보다는 도시파
-미술관을 좋아하지만, 그보다는 건축을 보는 것이 더 즐거움
-하루 정도는 쉬어가면서 현지인 마냥 특별하지 않은 하루를 보내는 것을 좋아함
-쇼핑을 좋아하지 않음
-기념품 쇼핑도 좋아하지 않음. 대신 여행지를 기억할 만한 작은 소품 하나씩을 사오는 편
-특이한 여행지를 좋아함
-휴양지에는 생각보다 큰 감흥이 없음
-비행시간은 전혀 무관! (머리만 대면 자기 때문에…)
-여럿보단 단둘이 가는 여행을 선호. 혼자 여행도 기간이 길지 않다면 괜찮음!
-어떤 랜드마크를 다녀왔냐보다는, 내가 그 여행에서 품었던 감정이 더 오래 남음
이런 저의 특징은 여행을 하면서 만들어진 것일 수도, 제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성향일 수도 있어요. 그렇지만 여행 준비를 하거나 마무리를 하면서 ‘나는 이런 부분을 좋아하는구나, 잘 맞는 형태는 이런 것이구나’ 하는 게 훨씬 크게 와닿더라구요.
3. 이런저런 에피소드들
-스위스에서의 패러글라이딩
2022년 최고의 순간을 꼽으라면 세 손가락 안에 드는 경험. 저는 고소공포증이 있는데요. 그래도 스위스까지 갔는데 패러글라이딩은 꼭 경험해보고 싶어 호기롭게 도전했어요.
스위스의 산들은 워낙 높아서 낮게 깔린 구름의 위까지 가야만 패러글라이딩이 가능한 날씨인지를 알 수 있더라구요. 시시각각 바람과 온도가 바뀌기도 하고요. 짧은 10분 남짓의 순간을 위해 거의 2시간을 기다리고, 앞이 한치 보이지 않는 안개낀 길을 무작정 걷기도 하고…(천국 가는 길이라고 생각해도 이상할 게 없었던…) 그러다 결국 도전 첫 날은 날씨 때문에 패러글라이딩을 포기해야 했어요.
원래 다음날 계획은 융프라우를 오르는 것이었는데요. 선택의 기로에 선 저… 융프라우에 갈 것이냐, 어제 실패한 패러글라이딩에 재도전할 것이냐. 그날도 날씨가 그렇게 좋지는 않았지만, 구름 위로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야 진짜 날씨를 파악할 수 있기에! 친구와 ‘융프라우는 몇 년 후에 꼭 다시 오자’는 약속을 하고 패러글라이딩에 재도전했어요. 융프라우는 사진으로도 많이 봤고, 어제 실패한 일을 여기에 그냥 두고 떠나면 너무 아쉬울 것 같았거든요.
그렇게 두번째 시도는 우여곡절 끝에 성공! 의외로 안정적이고, 적당한 스릴도 있더라구요. 하늘에서 보는 환상적인 스위스 풍경은 말할 것도 없었고요. 평생 잊지 못할 순간을 또 하나 적립했습니다. 가까운 시일 안에 또 도전해보아야지!
-외국에서 한국 영화 보기
외국 여행 중에 그 나라의 영화관에 가 보는 것도 나름대로 쏠쏠한 재미를 줍니다. 특히 미국은 할리우드의 나라라 그런지, 영화관 의자도 거대하고 아주 푹신해요. 제가 교환학생을 떠났던 2019년 가을에는 영화 <기생충>이 화제였어요. 친한 언니와 함께 보스턴에 여행을 갔는데, 현지 영화관에서 기생충을 상영하고 있더라구요. '우리 여기서 이 영화 볼까!' 하고 예약을 하고 영화를 관람하는데, 주변에 앉은 관객은 모두 외국인이고, 배우가 한국어로 대사를 하면 아래에 자막이 영어로 나오는 상황이 신기하고 묘하더라구요. 언제 또 이런 경험을 해볼 수 있을까?
와중에 영화에서 연세대 졸업장을 조작하는 장면이 나오길래, 언니와 '헉 저것 봐...ㅋㅋㅋㅋ' 하면서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언니와 저는 영화를 보기 전에 하버드대학교 투어에 다녀왔었거든요. '와 하버드 너무 좋은데. 나도 여기 다니고 싶다' 하면서 맘껏 외국 대학 로망을 펼치며 부러운 마음을 안아버린 언니와 저. 웃기게도 보스턴에서 본 기생충 영화 덕분에 부러움 치료 완료...
-아부다비에 버려지다..
10일 남짓한 유럽여행을 마치고 아부다비에 저는 버려지게 되었습니다. 제가 이용한 항공사에서 경유편 비행기를 오버부킹 해버려서, 중동에서 하루를 보내게 되었던…! 당시에는 무척 화가 났으나, 찬찬히 생각해보니 어차피 내일 아무런 일정이 없었잖아? 그렇다면 오히려 좋아 (…)
언제 또 중동의 모래바람 가득한 사거리를 이렇게 오래 볼 수 있겠어요. 흥미로운 곳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언젠가 중동 여행을 한번 해보는 것으로 새로운 결심을!
-기대한 대로 풀리지는 않지만…
교환학생이 마무리될 무렵, 친구들과 쿠바에 다녀오기로 했어요. 당시 <트래블러>라는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었던 직후이기도 했고, 추수감사절 연휴가 길어서 그때를 이용해 미국 바깥으로 나가보자는 결심을 한 거죠. 그런데 욕심이 앞서서, 무리한 스케줄 탓에 4명 모두 쿠바에서 병을 얻어 환자 상태로 미국으로 돌아오고 말았습니다…
저는 물을 못 마시고 과로한 탓에 어느 프라이빗 비치에서 정신을 잃고 쓰러졌고요 (먼산…물론 바로 일어났습니다) 나머지 세 명은 무언가를 잘못 먹었는지 심한 장염에 걸려 여행 마지막 쯤에는 한숨도 못 자고 화장실만 번갈아 다녀오던…
나름대로 기대한 여행이었지만 얼렁뚱땅 귀결돼버려 당시에는 조금 아쉬웠었는데요. 한국에서 이 모임을 1년에 1-2번 만날 때마다 꼭 그때 얘기가 나오곤 합니다. 그냥 저항 없이 하루종일 웃다가 끝나버리는 우리의 여행 이야기…주로 나오는 소재는
"나는 말이 쓰러지는 소리가 나길래 뒤돌아봤는데, 그게 유정은이었어"
...
웃음을 주었음에 감사하다...
쿠바에서 찍어온 사진들은 참 마음에 드는데, 같이 보실래요.
4. 아직 못이룬 로망
아직도 가보고 싶은 곳들이 많아요.
-끝이 보이지 않는 사막! (중동 쪽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사막을 즐겁게 다녀오신 분들이 있다면 정보 알려주세요.)
-그랜드캐니언을 포함한 미국 서부 (시애틀과 포틀랜드만 가보고, 정작 LA와 샌프란시스코는 가본 적이 없어요. 언제 가볼 수 있을지..)
-발리에서 신혼여행 (친한 언니가 같이 가자고 제안했는데, 신혼여행으로 가야 한다며 극구 거절했을 만큼 꽁꽁 아껴둔 여행지. 그전까지는 절대 안 갈 거예요! 나는 발리를 누구랑 가게 될 것인가...)
-아주 멋진 리조트에서 나가지 않는 여행 (바깥 관광지로 나가지 않고 리조트에만 있는 그런 여행 뭔지 아시죠. 과연 제가 안 나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요. 아만 리조트...언젠가 방문해보고 싶어요.)
-영국, 스페인, 포르투갈, 남프랑스 등등.
막상 써놓고 보니 도시를 좋아한다고 해놓고 자연이 많네요.
5. 최애 여행지
뉴욕! 아직까지는요. 뉴욕은 세계 곳곳의 여행지를 하나로 집약해 놓은 알집 파일 같습니다. 모든 것들이 전부 있는 도시예요. 그만큼 언제 가도 새로운 곳! 어렸을 때부터 오랜 로망을 품었던 장소이기도 하고, 저만의 멋진 추억들을 많이 두고 오기도 했어요.
교환학생 시절에는 혼자 필라델피아에서 뉴욕까지 메가버스를 타고 (2시간 정도 걸려요) 종종 혼자 여행을 하기도 했고요. 뉴욕에서의 크리스마스는 얼마나 로맨틱한지 몰라요. 12월 31일에는 타임스퀘어에서 14시간을 꼬박 기다려서 새해를 맞이한 적도 있습니다.
이외에도 혹시나 구독자님이 여행을 앞두고 계시다면
좋았던 장소들을 생각나는 대로 몇 군데 풀어볼게요.
뉴욕 - 뉴욕공립도서관(둘러만 봐도 좋고, 공부할 거리를 가지고 가는 것도 좋음!), Printed matter(서점), 구겐하임 미술관(저의 오랜 기간 휴대폰 배경화면이었던), Sleep no more(뮤지컬이라고 말해도 되나…), AMC에서의 영화 관람(미국의 CGV같은 곳인데, 현지인 바이브로 가보기), 북창동순두부(조금 웃긴데…이유를 묻지 말고 그냥 가셔야 합니다)
워싱턴D.C. - 조지타운 산책
필라델피아 - 올드타운 (꼭!), 반스파운데이션 (한달에 한두번은 꼭 갔던 미술관)
보스턴 - 푸르덴셜 전망대, 퀸시마켓 (랍스터+레모네이드 먹기), 보스턴 공립 도서관, 사무엘 아담스 투어(맥주공장 투어인데, 몇 잔을 마셨는지 모르겠...)
캐나다 - 나이아가라온더레이크 마을(동화속에 온 것 같은 평화롭고 아름다운 곳! 아이스와인도 마실 수 있어요)
마이애미 - Chalan on the beach(레스토랑)
일본 - 도쿄 네즈미술관, 도쿄 키치조지, 도쿄 시부야 Komeda’s coffee (옛날 카페를 좋아하신다면)
상하이 - 와이탄, 디즈니랜드 (깨끗하고 정말 쾌적하다는 반전)
싱가포르 - 마리나베이 인피니티풀에서 감자튀김 먹으면서 야경 보기 (싱가포르는 다른 여행지들은 기억이 삭제됐고 이곳만 또렷합니다…그만큼 충격이었던!)
방콕 - 오아시스스파 (편안하고 아름답고 깔끔!)
프랑스 - Le petit marche (오리스테이크요…네…반드시...)
이탈리아 - 바티칸 근처의 Ristorante arlu(파스타와 티라미수를 꼭꼭 먹어주세요. 정말로 눈물이 흐를 뻔하던...) 이탈리아 남부(포지타노, 아말피 등)는 짧게 가면 아쉬울 정도로 멋진 곳이니 당일 투어보다는 1박 이상을 추천!
6. 여행의 의미
우리의 일상이 매일매일 반복되고는 하지만, 그럼에도 부단히 삶에 기억할 만한 순간을 남겨야 하는 것 같아요. 멋진 삶을 위해서는요. 그럴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들 중 하나가 여행인 것 같고요.
변호사시험 이후에 어느 나라를 갈지 벌써부터 고민하고 있는 저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생각해보면, 여행은 스스로에게 주는 일종의 선물 같은 의미이기도 한 것 같아요.
한달살기를 해볼까, 요리조리 돌아다녀볼까, 2월에 갈까 3월에 떠날까 하고 아직은 막연히 상상만 하고 있답니다.
구독자님은 어떤 여행지가 가장 인상 깊으셨나요? 여행지에서는 보통 어떤 추억을 남기고 오는 편인가요?
이번 편지는 유독 이런저런 여행 사진을 많이 넣고 싶었던 탓에
조금 어지러운 감이 있는 것도 같네요.
이번 편지는 무언가 의미를 건네기보다는,
작은 휴식처럼 다가왔기를 바라는 마음이에요.
즐겁게 읽어주셨길 바라면서…
다음 달에 또 만나요!
내일도 파이팅이에요, 구독자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