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막대한 돈을 들여서 우주를 탐사하는 이유는 뭘까요? 여러 가지가 있겠습니다만, 궁극적으로는 미래의 인류가 살아갈 만한 장소를 찾아내고 또 그곳까지 가는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서일 거예요. 지구의 자원은 한정돼 있고 태양의 수명도 정해져 있기 때문에, 인류가 까마득히 먼 미래까지 살아남는다면 분명 태양계를 벗어나 외계 항성계로 진출해야 할 겁니다. 당장은 기후 변화에 휘말려서 멸종할 위기가 더 가까워 보이긴 하지만요.
우주는 정말 터무니없이 큽니다.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항성은 알파 센타우리 항성계에 위치한 프록시마 센타우리(Proxima Centauri)로, 지구에서 40조 킬로미터나 떨어져 있습니다. 빛의 속도로 가도 4년 3개월이 걸리는 거리이지요. 1977년에 발사된 보이저 1호가 45년의 세월 동안 고작 230억 킬로미터를 가는 데 그쳤으니, 이런 속도로는 태양의 ‘이웃’ 별을 방문하는 데만 몇만 년의 세월이 걸립니다. 전통적인 로켓 추진 방식으로는 어림도 없는 셈이지요.
그런데 21세기가 끝나기 전에 우리의 이웃 별에 탐사선을 보내는 프로젝트가 진행 중입니다. 러시아의 사업가 유리 밀너(Yuri Milner)가 후원하고 스티븐 호킹 박사가 생전에 참여하기도 했던 초대형 프로젝트로, “스타샷(Starshot)”이라는 이름입니다. 만 년 걸릴 일을 어떻게 백 년도 안 되는 시간만에 달성하겠다는 건지, 그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스타샷 프로젝트의 핵심은 아주 크지만 아주 가벼운 “우주 범선”입니다. 천문학자 칼 세이건이 생전에 관심 갖고 진행하던 프로젝트 중 하나였지요. 마치 바람을 받아 바다를 항해하는 배처럼, 태양빛을 받아서 태양에서 멀어지는 방향으로 항해하는 우주 범선을 만들자는 아이디어였습니다.
전자기학에 의하면 모든 빛은 운동량을 갖고 있습니다. 종이에 손전등 빛을 비추면 종이를 아주 약하게나마 밀어낼 수 있는 거죠. 이처럼 쏟아지는 빛이 가하는 힘을 복사압(radiation pressure)이라고 부흡니다. 범선의 돛을 바람이 밀어내서 배가 앞으로 가는 것처럼, 빛을 쬐어서도 물체를 밀어낼 수 있는 거예요. 다만 지구상에서는 그 추진력이 공기와 바닷물의 저항을 이겨낼 만큼 강하지 않기 때문에 느끼기 어려운 겁니다. 카메라 플래시를 맞았다고 몸이 뒤로 밀려나지는 않는 것처럼요.
우주 공간에서는 이야기가 다릅니다. 우주 공간에는 거의 아무 물질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아주 약한 힘이라도 계속해서 받으면 눈에 띄는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어요. 예컨대 지구에서 발사한 화성 탐사선의 궤도를 설정할 때 복사압을 계산에서 빠뜨리면 화성에 도착할 때는 원래 목표 지점보다 1만 5천 킬로미터 정도 벗어난 곳에 도착하게 됩니다.
재미있게도, 복사압 현상은 17세기의 천문학자 요하네스 케플러도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습니다. 태양에 가까이 온 혜성에는 꼬리가 생기는데요, 이 꼬리는 혜성의 진행 방향을 따라서 생기는 게 아니라 태양 반대 방향으로 뻗어나갑니다. 즉 이 꼬리는 혜성의 움직임이 아니라 햇빛의 복사압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거예요. 그는 갈릴레오 갈릴레이에게 쓴 편지에서 “천상의 빛에 돛을 맞추고” 우주를 여행하는 용감한 사람을 언급했다고 합니다.
스타샷 프로젝트는 복사압 현상을 극한까지 활용하는 설계입니다. 우선 지름은 몇 센티미터, 무게는 몇 그램에 불과한 아주 작은 우주선을 궤도로 쏘아올립니다. 궤도에서 이 우주선은 가로세로 4미터 정도 되는 커다란 ‘돛’을 펼치고 알파 센터우리 방향을 바라보고 섭니다. 이때 지표면에서 고출력 레이저 1만 개를 돛에 발사해서 우주선을 강하게 밀어주는 거예요. 계산에 따르면, 5~10분 정도만 레이저를 쪼여 줘도 광속의 20%까지 우주선을 가속할 수 있다고 해요. 불과 20년만에 알파 센타우리까지 갈 수 있는 겁니다.
스타샷은 여러 모로 특이한 프로젝트입니다. 보통의 우주 탐사에서는 충분한 성능과 장비를 갖춘 커다란 탐사선 한 대를 쏘아 올리지만 스타샷 프로젝트에서는 개당 몇 그램에 불과한 작은 우주선만 준비하다보니 최대 1,000개 정도의 우주선을 발사할 거라고 해요. 로켓에 실어서 지구 궤도에 우주선 1,000개를 올려 놓은 다음, 지표면에서 레이저를 집중해서 하나씩 알파 센타우리 방향으로 밀어주는 거죠.
왜 같은 기능을 하는 우주선을 천 개나 만들어야 할까요? 우주 공간이 거의 비어 있다고는 하지만 완전히 텅 비어 있지는 않습니다. 알파 센타우리까지 4.2광년을 날아가는 동안 우주 먼지와 부딪힐 확률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우주선이 몇 그램밖에 안 되다 아주 작다 보니, 고작 먼지와 부딪혀서도 심각한 고장이 날 수도 있어요. 그래서 보험 삼아 수많은 우주선을 같은 방향으로 발사하는 겁니다. 설령 천 개 중 900개가 먼지에 부딪혀서 부서진다 하더라도 살아남은 백여 개의 우주선이 알파 센타우리의 관측 결과를 보내올 테니까요.
스타샷 프로젝트를 실제로 수행하려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습니다. 우선 탐사선을 쏘아 보내기 위한 레이저의 에너지원을 준비해야지요. 계획대로 광속의 20%까지 가속하려면 약 100기가와트 출력의 레이저가 필요할 것으로 계산되는데, 이는 미국 전체 발전 용량의 10%에 달하는 엄청난 양입니다. 당연히 이만한 출력의 발전소를 현장에 건설하는 건 불가능하고 미리 생산한 에너지를 일부 저장해서 사용하는 설비를 계획 중이지요.
둘째로, 광속의 20%로 항해하면서도 부서지지 않는 장치를 만들어야 합니다. 아무리 많은 탐사선을 동시에 발사한다 하더라도 애초에 탐사선 자체가 가속 과정에서 망가진다면 천 대 발사해서 천 대가 망가질 뿐이니까요. 카메라, 통신 장치, 제어 모듈, 4미터 너비의 돛 모두가 레이저 가속 과정에서 부서지지 않아야 합니다.
무엇보다, 4광년 거리에서 지구와 통신할 수 있는 장치를 몇 그램 수준의 탐사선에 맞춰 제작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지요. 거리가 멀어질수록 통신이 어려워지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4광년 거리에서 안정적으로 통신할 수 있는 설비를 몇 그램 무게로 제작하는 건 대단한 기술적 도전이지요. 일단은 돛 자체를 안테나로 사용해서 지구와 통신한다는 계획입니다. 4광년 거리에서 지구를 겨냥하고 빛을 쏘면 1킬로미터 정도의 오차가 발생하기 때문에, 이 오차를 줄이기 위해 돛을 접어서 렌즈로 만들고 지구 방향으로 집중해서 발사하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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