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과학기술] 적색초거성 베텔게우스는 왜 갑자기 흐려졌을까

2021.07.05 | 조회 1.57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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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하는 여우원숭이

매주 월요일, 따끈따끈한 최신 과학기술을 짧고 쉬운 글로 소개합니다.

오리온자리의 어깨 부분을 장식하는 별 베텔게우스는 지구에서 두 번째로 가까운 적색 초거성(red supergiant)입니다. '초거성'이라는 이름답게 엄청난 크기를 자랑하는데요, 태양보다 무려 750배나 큰 반지름을 자랑합니다. 이게 얼마나 대단한 크기냐면, 지금의 태양 위치에 베텔게우스를 가져다 놓으면 수성, 금성, 지구, 화성이 모두 베텔게우스의 화염 안에 삼켜지게 될 정도이지요. 아래 그림처럼요.

(왼쪽) 베텔게우스의 상상도입니다. 태양에 비해 표면 구조가 훨씬 불안정한 것이 특징입니다. 출처: Wikimedia Commons/Pablo Carlos Budassi, CC BY-SA 4.0 (오른쪽) 베텔게우스의 크기를 태양계와 비교한 그림입니다. 오른쪽에 아주 작게 태양계 행성의 위치가 표시되어 있습니다. 출처: ESO/L. Calcada, CC BY 4.0
(왼쪽) 베텔게우스의 상상도입니다. 태양에 비해 표면 구조가 훨씬 불안정한 것이 특징입니다. 출처: Wikimedia Commons/Pablo Carlos Budassi, CC BY-SA 4.0 (오른쪽) 베텔게우스의 크기를 태양계와 비교한 그림입니다. 오른쪽에 아주 작게 태양계 행성의 위치가 표시되어 있습니다. 출처: ESO/L. Calcada, CC BY 4.0

베텔게우스는 사실 죽어가는 별입니다. 태양과 같은 주계열성(main sequence)은 나이 들어가면서 점차 외피의 수소 핵융합이 활발해지며 부풀어 오르며, 크기에 따라 적색거성(red giant)이나 적색 초거성으로 변하지요. 이렇게 형성된 거성들은 머지않아 초신성 폭발을 일으키며 생을 마감하게 되는데, 베텔게우스도 지금으로부터 대략 10만 년 이내에는 초신성이 될 거라고 예측되던 별이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2019년 말, 갑자기 베텔게우스의 밝기가 급격하게 흐려진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베텔게우스는 원래도 425일을 주기로 깜빡거리면서 25% 정도 밝기가 감소하는 변광성이었습니다만, 이번에는 무려 최대 밝기의 3분의 1 수준까지 어두워졌어요. 익숙한 사람들은 심지어 육안으로도 베텔게우스가 어두워졌다는 것을 눈치챌 정도였습니다.

유럽남방천문대(ESO)에서 발표한 베텔게우스의 사진입니다. 왼쪽이 2019년 1월, 오른쪽이 2019년 12월 사진이지요. 오른쪽이 상당히 흐려진 것이 보입니다. 출처: ESO/M.Montarges, CC BY 4.0
유럽남방천문대(ESO)에서 발표한 베텔게우스의 사진입니다. 왼쪽이 2019년 1월, 오른쪽이 2019년 12월 사진이지요. 오른쪽이 상당히 흐려진 것이 보입니다. 출처: ESO/M.Montarges, CC BY 4.0

어떤 사람들은 베텔게우스의 초신성 폭발이 임박한 것 아니냐는 기대를 하기도 했지요. 베텔게우스는 지구로부터 550광년 떨어진 비교적 가까운 별입니다. 이 정도로 가까운 적색 초거성이 초신성 폭발을 하면 한낮에도 보일 만큼 밝은 별이 될 거예요. 지구에서 맨눈으로 관측할 수 있었던 마지막 초신성은 1604년에 발생했다고 알려져 있는데, 무려 400년 만의 우주적 스펙터클이 펼쳐지는 셈이니 기대할 만한 일이긴 하지요.

하지만 머지않아 베텔게우스는 원래의 밝기를 회복했고, 물론 초신성 폭발도 없었습니다. 적당히 사람들의 관심이 식어가던 와중에 2021년 6월 16일, 베텔게우스가 흐려졌던 것이 단순한 가스 구름 때문이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어요. 조금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연구진들은 2019년 11월부터 2020년 3월까지 수집된 베텔게우스의 고해상도 망원경 사진을 정밀 분석했습니다. 베텔게우스는 큰 덩치에 비해 지구에 상대적으로 가까운 편이라, 이 정도 망원경을 동원하면 웬만한 별들과 달리 점이 아니라 원반처럼 보이게까지 촬영할 수 있어요. 위의 사진처럼요.

그런데 4개월에 걸친 베텔게우스의 '흐려짐' 시기 동안 특이한 점이 두 가지 있었습니다. 첫째, 밝기가 흐려진 것은 분명한데, 그 와중에 반지름은 거의 바뀌지 않았습니다. 둘째, 베텔게우스가 전반적으로 흐려진 게 아니라 남반구 쪽만 흐려졌습니다. 만약 베텔게우스가 정말로 초신성 폭발처럼 중대한 생애주기를 지나는 중이었다면 반지름도 크게 변할 테고, 따라서 밝기도 전반적으로 함께 변했겠지요.

이를 토대로 연구진이 세운 가장 유력한 가설은 다음과 같습니다. 베텔게우스는 태양보다 반지름이 750배나 크지만 질량은 16배에 불과하고, 따라서 태양에 비해 밀도가 훨씬 낮아 그 모양이 불안정합니다. 이 글 맨 위에서 보여드린 그림에서도 베텔게우스 표면은 태양처럼 매끈하지 못하고 울퉁불퉁하게 묘사되지요? 그래서 베텔게우스의 '기후'는 태양에 비해 훨씬 요동이 심한데, 우연히 베텔게우스 남반구에서 대류현상이 복잡하게 발생하다가 일시적으로 온도가 떨어진 겁니다.

적색거성은 항성 생애의 마지막 단계이기 때문에 주변 공간으로 아주 많은 물질을 끊임없이 방출하는 천체입니다. 연구진의 가설에 따르면 베텔게우스 남반구가 차가워진 다음, 남반구에서 대량의 물질 분출이 있었는데 하필 이 구역의 온도가 낮아진 상태였기 때문에 여기서 분출된 물질은 순식간에 식으면서 먼지구름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이 물질의 분출이 하필 우리 지구 방향을 향하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베텔게우스가 흐려졌다고 생각한 거죠.

이런 유형의 연구는 으레 그렇듯 '소설 아니냐'는 비판에 시달리기 쉽습니다. 자신들의 가설을 확인하기 위해 연구진은 수많은 가설에 대해서 10,000번 이상의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진행했는데, 그 수많은 시뮬레이션의 결과 중 실제 망원경 관측 결과와 가장 일치했던 가설이 바로 '지구 방향으로의 가스 분출' 시나리오였다고 하네요. 이론적인 예측이 관측 결과와 멋지게 맞아떨어진 겁니다.

그렇다면 베텔게우스는 언제쯤 초신성 폭발을 일으켜 줄까요? 아쉽게도 이번 연구결과에 의하면, 지금 우리의 천문학 수준으로는 베텔게우스 운명의 날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입니다. 적색거성이 나이 들어 가는 과정에서 이처럼 불균일하게 물질을 분출할 수도 있다는 사실 자체가 알려지지 않았던 것처럼, 적색거성의 노화 과정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바가 너무 적다는 거예요. '10만 년 이내에는 초신성 폭발을 일으킬 것'이라는 예측은 사실 10만 년 이내에 어느 시점에 폭발할지는 전혀 모른다는 이야기이기도 하지요. 베텔게우스가 폭발하기 전에 인류가 절멸하지는 않을지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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