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과학기술] 유전자 조작 모기 실험, 성공!

2022.05.09 | 조회 1.07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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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하는 여우원숭이

매주 월요일, 따끈따끈한 최신 과학기술을 짧고 쉬운 글로 소개합니다.

날씨가 점점 따뜻해져서 이제 여름도 머지않은 것 같습니다. 여름과 함께 찾아오는 불청객 중 제일은 역시 모기일 거예요. 모기는 뇌염, 말라리아, 뎅기열 등 수많은 감염병의 매개체이기도 해서 인류의 건강과 수명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치는 해충이기도 합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20년에 약 24천만 명의 사람이 에 걸렸고, 거의 4억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에 걸렸습니다. 매년 가장 많은 수의 사람을 죽이는 생물이 모기라는 말도 있고요.

모기 매개 감염병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다양한 방법이 연구 중입니다. 2021년에는 사상 최초로 당국의 승인을 받은 리아 이 출시되기도 했습니다. 모기 체내에 뎅기 바이러스가 살지 못하도록 조작하여 도 개발되었지요. 야생 모기의 개체수를 줄이거나 극단적으로는 모기 개체군을 완전히 박멸하기 위한 연구도 진행 중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최근 발표된 대규모 실험 결과를 전해드리겠습니다. 제법 성공적이었다고 하네요.

(왼쪽) 뎅기열, 말라리아, 지카 따위를 옮기는 이집트모기입니다. 다행히 우리나라에 사는 종은 아니예요. Wikimedia Commons/Muhammad Mahdi Karim, Aedes aegypti.jpg (오른쪽) 한국에도 널리 서식하는 흰줄숲모기입니다. CDC/James Ganathany.
(왼쪽) 뎅기열, 말라리아, 지카 따위를 옮기는 이집트모기입니다. 다행히 우리나라에 사는 종은 아니예요. Wikimedia Commons/Muhammad Mahdi Karim, Aedes aegypti.jpg (오른쪽) 한국에도 널리 서식하는 흰줄숲모기입니다. CDC/James Ganathany.

미국의 생명공학 기업 텍(Oxitec)에서는 빌& 이츠 을 받아 모기의 개체수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방법을 연구 중이었습니다. (이전에 옥시텍 실험을 더 자세히 다룬 글을 썼습니다.) 유전자를 조작한 수컷 모기를 살포하는 방법이지요. 옥시텍에서 개발한 유전자는 암컷 모기 유충은 100% 폐사시키지만 수컷 모기에게는 해를 끼치지 않는 유전자입니다. 유전자 조작 수컷 모기를 대량으로 살포하면 이들이 야생의 암컷 모기와 짝짓기를 하고 새끼를 낳습니다. 이때 암컷 유충들은 다 자라기 전에 모두 죽어버리고, 조작된 유전자를 가진 수컷 모기만 살아남아 다시 짝짓기를 합니다. 이 과정을 몇 세대 반복하면 암컷 모기가 줄어들면서 자연스레 모기의 개체수가 감소하리라는 계획이지요.

20214, 당국의 승인을 받은 옥시텍은 유전자 조작 수컷 모기가 잔뜩 담긴 상자를 플로리다 남부의 키스 열도(Keys Islands)에 설치했습니다. 그리고 일 년에 걸친 실험 결과를 했습니다. 결론을 먼저 이야기하자면, 옥시텍의 모기 킬러 유전자는 거의 완전히 예상대로 작동했어요.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옥시텍 연구진들은 수컷 모기를 살포하면서 키스 열도 곳곳에 모기 트랩을 설치했습니다. 이 트랩에서는 성충 모기를 붙잡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암컷 모기들이 알을 낳는 장소처럼 꾸며서 알 샘플을 채집하기도 했어요. 연구진은 약 2만 개 이상의 모기 알을 채집하여 실험실에서 분석을 해 보았습니다. 예상대로, 문제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모기 알에서는 암컷이 태어나지 않았습니다. 모두 유충 단계를 넘기지 못하고 폐사했어요.

한편, 유전자 조작 생물을 살포하는 연구는 항상 생태계에 미칠 영향을 조심해야 합니다. 퍼져나간 유전자가 자연계에서 어떤 파급효과를 일으킬지 짐작하기 어려우니까요. 그래서 최근에는 조작된 유전자 자체의 효과를 100% 제어하려고 하기보다, 전자 체가 나며 만들기도 합니다.

조작 유전자가 시간이 지나며 사라지도록 하는 '데이지 유전자 드라이브' 기법의 모식도입니다. C. Noble et al., PNAS 116, 8275 (2019). CC BY 4.0.
조작 유전자가 시간이 지나며 사라지도록 하는 '데이지 유전자 드라이브' 기법의 모식도입니다. C. Noble et al., PNAS 116, 8275 (2019). CC BY 4.0.

옥시텍과 플로리다 키스 모기관리국(FKMCD)에서 발표한 에 따르면, 옥시텍에서 살포한 유전자는 2~3개월의 시간이 지나 3세대 정도의 번식이 이루어지고 나면 자연스럽게 사라진다고 합니다. 조작된 유전자를 가진 유충이 3개월 이후에는 발견되지 않았거든요. 물론 이러면 나중에 모기 개체수를 실제로 줄일 때 3개월에 한 번씩 유전자 조작 모기를 새로 살포해 줘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기는 하지만 생태계에 미칠 장기적 영향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분명한 장점입니다.

옥시텍과 FKMCD에서는 2021년의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2022년에는 청(EPA) 을 받아 추가 실험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한편 장기적으로는 옥시텍 모기를 상품화해서 모기에 시달리는 미국 각 주에 판매할 계획이고요. 옥시텍은 결국 기업인지라, 장기적으로는 유전자 조작 모기를 이용해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입장이니까요. 3개월 동안만 유효한 유전자라는 것 역시, 생태계 교란을 방지하는 것 외에도 지속적으로 옥시텍 모기를 구입해야 할 필요를 만드는 기능 역시 있겠습니다.

2021년의 실험은 유전자 조작을 이용한 해충 방제가 가능하다는 직접적인 증거이기에 대단히 중요한 결과입니다. 다만, 유전자 조작 모기의 살포가 실제로 전염병의 발병률과 전파율을 유의미하게 낮추는지, 특히 다른 방제책에 비해 유의미하게 뛰어난 효과가 있는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문제이기도 해요. 인도네시아에서 진행되었던 볼바키아 실험에서는 실제로 뎅기열 발병률이 통계적으로 감소하는 효과를 관찰했는데, 옥시텍의 2021년 실험에서는 킬러 유전자가 잘 퍼져나간다는 사실까지만 확인되었고 플로리다 지역의 뎅기열 발병률에 미치는 영향은 분석하지 못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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