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화수류정에서 경치를 즐기다

수원로컬의 혼행일기 - 2

2023.09.25 | 조회 4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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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로컬의 혼행일기

수원의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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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장소가 있다.
어릴 때부터 자주 방문한 곳이기도 하며,
산책하고 싶을 때면 자연스럽게 생각나는 곳이기도 하고,
나름 부캐로 일하고 있는 곳이기도 한,
수원 화성이다.

성곽이기 때문에 군사 시설이자 방어 시설이라고만 생각할 수 있지만,
수원 화성은 조금 다르다. 
따스하고 애틋한 마음을 가진 정조의 사랑이 담긴 곳이기에 
화성의 시설물은 각각의 매력을 모두 다르게 갖고 있다.

그중에서도 정조는 물론,
지금의 많은 사람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장소는 단연,
'방화수류정(訪花隨柳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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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 높은 언덕에 세워져 있어 
주변을 감시할 수 있는 경계 초소 역할을 하는 곳으로,
성곽의 각 모서리에 뿔처럼 튀어나와 있어, '각루'라고 부른다.
각 방면에서 군사지휘소 역할을 하고 있으며,
수원 화성에는 총 4개의 각루가 있다.

그중에서 방화수류정은 동북쪽에 위치하고 있기에,
'동북각루'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곳은 모두에게 동북각루보다는 
'방화수류정'이 좀 더 익숙한 곳이다.

본캐보다 부캐가 더 강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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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화수류정'은 이곳의 경치를 본 따서 붙인 이름이다.
중국 송나라 정명도라는 시인의 시 중에 이런 글이 있다.

구름은 맑고 바람은 가벼운 한낮에 (雲淡風輕近午天)
꽃을 찾고 버들을 따라 시냇물을 건너간다. (訪花隨柳過前川)
사람들은 나의 즐거운 마음을 모르고, (傍人不識余心樂)
한가함을 타매 소년처럼 논다고 말한다. (將謂偸閑學少年)

정명도 '춘일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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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화수류정이 가장 아름다울 때는 밤이다.
특히, 위에서 내려다보는 경치보다는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경치다.
버드나무 사이에 우뚝 서서 환하게 빛내는 방화수류정을 보고 있으면,
절로 시 한 수 읊고 싶어 지고,
술 한 잔이 생각날 정도다.

이런 마음은 200여 년 전에도 동일했던 것 같다.
당시 방화수류정의 상량문을 보면, 이곳의 경치가 어땠는지 느껴볼 수 있다.

만 떨기의 연꽃 같은 여러 봉우리는
춤추듯 나는 형세 바치고,
천 줄기의 수양버들 같은 긴 시내는
그물 같은 그림의 빛을 펼치네.
홀로 뛰어나 붉은 언덕 위에 세웠으니
모든 부의 아름다운 형세를 독점하였고
둥근 거울을 푸른 연못에 굽어 비치니
특별히 다른 구역의 풍경을 열었구나
드디어 목수에게 명령하며
아름다운 건물을 세웠다네

화성성역의궤 속 방화수류정(동북각루) 상량문 일부 발췌

이 말처럼 꽃과 버드나무의 아름다운 경치에 방화수류정이라 부르게 된 것이다.
왠지 동북각루라고 부르면 밋밋하고 강한 군사 시설물처럼 느껴지지만,
방화수류정이라고 부르면 기분이 몽글몽글해지고 따스해지는 것 같다.

상량문을 읽고 다시 방화수류정을 바라보니
왠지 모르게 그곳에 정조가 앉아서 우리를 바라보고 있는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들었다.

정조가 수원으로 행차할 때마다 들렀을 만큼 좋아했으니
지금까지도 계속해서 방화수류정에 방문하고 있지 않을까.


📷방화수류정 즐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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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화수류정을 가장 아름답게 볼 수 있는 순간은,
노을 질 때 햇살에 색이 변하는 모습과 함께
해가 떨어지고 불이 들어오며 잔잔한 연못에 방화수류정이 비칠 때이지 않을까.

하절기엔 9시쯤 🕘
동절기엔 7시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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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이 절로 생각난다면, 전통주 한 잔🍶 함께 걸쳐도 좋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상큼하고 향긋한 약주, <한영석 청명주>


🎧방화수류정 플레이리스트

방화수류정에 있을 때면 가사 없는 노래가 듣고 싶을 때가 있다.
연주곡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은 바로 '고희든'의 노래.
특히 선선하게 부는 바람에 흔들리는 버드나무의 느낌과
연못의 잔잔함이 어우러지게 만들어줘서 이 노래가 가장 마음에 든다.

그럼에도 가사 있는 노래가 듣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런 순간을 위해 퓨전국악으로 기분 좋게 울려 퍼지는 판소리까지.
여기가 조선인지 한국인지 생각이 들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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