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쓰기, 휴.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 저녁 조금만 먹기 같은 마음의 숙제였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올해 초에도 솜사탕에 ‘이제 일기 쓸 거예요!’ 했었고, 일기를 쓰는 솜사탕 친구들의 응원을 받았지만, 이런저런 핑계로 미루다 손을 놓았다.
까무룩 어두워진 밤에 별처럼 켜진 스탠드 하나, 그 아래서 하루를 써내려가는 건 얼마나 멋진 일인가. 대문호들의 습관이라니 더욱 솔깃했다. 하지만 내가 어디 그리 성실한 사람인가. 멀티버스 어딘가에는 내가 일기장으로 쓰다 버린 공책들의 세계가 있을 것이다. 대개는 사나흘, 길어도 일주일을 가지 못했다. ‘출근을 했다, 맛있는 점심을 먹었다, 퇴근하고 운동을 했다, 참 재미있었다.’ 이런 건 현재의 내가 쓰기에도, 미래의 내가 읽기에도 지루할 뿐이다.
그랬던 내가 한 달째 일기를 쓰고 있다. 매일 쓰는 것만 일기라면 이건 주기쯤 될까. 나무에게 미안하고 싶지 않아 노트는 사지 않았다. 가끔은 키보드, 대개는 휴대폰을 두드린다.
11월 2일 첫 글은 ‘건강검진결과’ 였다. 난생처음 받아본 콜레스테롤 검사에서 고지혈증 위험 판정을 받은 게 시작이었다. 검사 결과 파일을 백업하려니 업무와 관련 없는 공간이 필요했다. 일정을 기록하는 노션 캘린더에 ‘다이어리’ 페이지를 만들었다. 여기에 파일을 덩그러니 올려놓았더니, 텅 빈 백지가 나의 답 없는 미래를 암시하는 것 같았다. 이왕 문서를 만든 거 해결해야 할 문제와 나름의 행동방침을 적어보았다. 마음이 가뿐해지는 효과가 있었다.
나이를 먹을수록, 또는 나이를 먹어도 여전히, 고민은 끊이질 않는다. 청년도약계좌를 유지해야 할까? 영양제를 더 먹어야 할까? 같은. 그래서 내 일기에는 스크랩한 자료와 다짐이 가득하다. 이렇게 하자, 저렇게 하자. 오늘을 되짚기보다는 내일을 향하는 이야기를 쓰는 게 마음에 든다.
일기면 어떻고, 일기가 아니면 뭐 어떤가. 내 삶을 들춰보고 검사 도장 찍을 사람이 없다는 걸 종종 잊는다.
우리들의 솜사탕
쿠키님 반가워요! 결혼준비에 요가에 런닝에, 무척 바쁘실 텐데도 따뜻한 마음을 나눠주셔서 감사해요💕 마인님께 보내신 이야기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동년배 1인😉
그리고 요가원 한 달차에 새로운 자세에 성공하시다니! 재능이 있으신데요 ㅎㅎ 저도 필라테스 전에는 요가를 했었거든요. 절대 안 되던 동작이 위로 한 활자세였어요. 손과 발로 바닥을 받치고 가슴과 엉덩이를 천장으로 들어올리는 거였는데, 어느 날 갑자기! 아무 기대 없이 시도했는데 온몸이 쫙 펴지는 거 있죠! 그때 그 시원함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여전히 운동을 싫어하지만, 성장이 눈에 보이는 건 좋아서 꾸역꾸역 계속하고 있고요.
최근에 대화를 나눈 어르신 한 분이 요가를 오래 한 분이셨어요. 우리 어머니 나이보다 좀 더 높은 연배신데, 온몸이 탄탄하신 걸 딱 봐도 알겠더라고요. 그분은 평생 운동을 즐기지 않다가 10년 전쯤부터 요가를 꾸준히 해오셨대요. 새로운 걸 배우고, 삶을 더 좋은 방향으로 만들 기회는 나이를 먹어도 계속 있구나! 싶어 기분이 좋아지더라고요. 그 기분을 쿠키님과 마인님, 구독자님과 솜사탕 친구들에게도 전하고 싶어요☺️
♬ 이번주 여름이 고른 노래 ♬
요즘은 건강을 챙길 겸 30분 거리를 걸어서 출근하고 있어요. 아침에 음악을 듣다 보니 이왕이면 밝고 경쾌한 게 좋은데, 웬일로 오늘 알고리즘이 제 맘을 읽었더라고요. 좀 더 발랄한 카펜터즈 느낌. 함께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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