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 저울과 타이머를 꺼냈다. 도자기 드리퍼는 따뜻한 물에 데워두었다. 원두를 16그램, 2명이 마실 거니까 두 번 갈았다. 드립포트에 끓는 물을 담았다. 선생님은 92도로 맞춰 쓰던데 온도계를 사야 하나? 드립 준비를 마치고 저울 영점을 잡았다. 자, 시작이다. 심호흡을 한 번. 타이머를 켜고 30초 동안 물을 붓는다. 적당한 물줄기로 동전 크기만한 소용돌이를 그린다. 저울과 타이머를 오락가락, 손보다 눈이 더 바쁘다.
핸드드립 커피를 마신 게 언제부터더라. 코로나 때부터이니 벌써 몇 년 되었다. 드립백을 사다가 감질나서 값싼 주전자랑 드리퍼를 들인 게 시작이었다. 블로그 글이랑 유튜브 영상 몇 개 보고 휘리릭. 대충 내린 커피도 맛있다며 잔을 비우는 최측근 덕에 의욕이 생겼다. 어느새 예쁜 주전자와 도자기 드리퍼, 전동 그라인더를 사 모으게 되었다. 유명한 카페에서 원두 한 봉지씩 사오는 취미도 붙었다. 좋은 원두를 쓰면 어떻게 내리든 맛있었다. 그래서 좀더 배워볼 생각을 하지 않았다. 며칠 전 친구의 제안이 없었다면, 원데이 클래스 반값 딜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앞으로도 그랬을 거다.
물을 붓고 30초가 지났다. 원두를 깨웠다. 이제 두 번에 나눠 커피를 내린다. 사막의 모래 같은 원두가 소용돌이 물길을 따라 내려앉는다. 길어도 3분이 넘지 않도록 추출을 끝낸다. 잘 저어서 컵에 나눠 담으면 끝.
2시간 배워 내린 커피는 좀더 맛있었다. 아마도. 여태껏 마신 커피도 충분히 맛있어서 비교는 어렵다. 내 미각은 그리 예민하지 않다. 그렇지만 눈대중으로 커피를 내리던 때와는 무언가 달라졌다. 기본이나마 배운 사람이 되어서다.
그동안 기본을 가볍게 여겨 왔다. 원데이 클래스라니, 누군가는 몇 년 걸려 자격증을 따는데 하루로 뭘 배울 수 있겠어, 했다. 아예 틀린 생각은 아닐 거다. 하지만 그 하루, 짧은 시간으로도 배울 수 있는 게 있다. 여행을 떠나는 나라의 언어를 전혀 모르는 것과 인삿말이나마 배워 두는 건 다르다. 짧은 인사로 열리는 새로운 문이 있을지 누가 알까. 원데이 클래스도 마찬가지. 원두에 제멋대로 물을 붓는 동안 알 수 없던 즐거움을 배웠다.
우리들의 솜사탕
민트님 안녕하세요! 휴대폰은 새삼 좋은 도구 같아요 ㅎㅎ 언제나 근처에 있으니까 가벼운 마음으로 무언가 할 수 있더라고요. 아무것도 적지 않는 것과 몇줄이나마 적는 건 완전 다르고요. 좋은 습관을 되찾고 계신 걸 축하드립니다😊 민트님도 저도 구독자님도 다가오는 내년에는 즐거운 일을 더 많이 남길 수 있길! 💕
♬ 이번주 여름이 고른 노래 ♬
출근길 랜덤 플레이리스트에서 찾은 새로운 곡! 가사가 없어서 가볍게 듣기 좋아요. 데파페페를 좋아한다면 이 곡도 좋아하실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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