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서 부모님 드릴 선물로 차를 사 왔다. 우리나라엔 팔지 않아서 마니아들이 해외직구로 마신다는 브랜드였다. 이 좋은 걸 부모님만 드릴 수 있나. 집에 두고 마실 것도 함께 사 왔다. 영국식 악센트를 쓰던 매니저는 찻잎을 세 번까지 우려도 괜찮다고 했다. 처음엔 1분, 두 번째엔 2분, 세 번째엔 3분.
정말일까. 집에서 마셔 보니 두 번까지는 맛이 같았다. 세 번째도 그럭저럭 마실 만한 수준. 가성비를 생각하면 한 번 더 우려 볼 만했다. 그렇게 지금 마시는 게 네 번째 우린 우롱차. 어째서인지 미역이며 다시마 같은 향이 난다. 한 모금 넘길 때마다 나에게 말을 거는 맛이다. ‘적당히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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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넘도록 적당히 못 하는 것이 있다. 인터넷 유머 사이트에 올라온 글 읽기. ‘아햏햏’, ‘엽기’ 같은 말이 유행하던 때부터이니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게시글 본문만 챙겨본다면 그다지 시간 들 것 없는 취미이겠으나, 댓글까지 스크롤을 내리는 게 나의 습관이다. 본문의 틀린 내용을 댓글에서 바로잡을 때가 있어서다.
하지만 그렇게 생산적인 댓글은 얼마 없다. 대부분은 적의가 분명한 분노와 혐오. 보이지도 않는 꼬투리 잡기. 아무도 물어보지 않은 본인 자랑이다. 그들의 다양한 아이디를 보고 있으면 머리가 아프다. 이렇게 속이 꼬인 사람이 많단 말이야? 내 주위에도 이런 생각을 숨기고 사는 사람이 있을 거고? 어휴. 어쩌면 그래서 사람 만나는 자리가 싫어졌는지도 모른다. 세상에 이상한 사람 투성이인데 시간 버리고 기분만 망치면 어쩌려고. 정작 이상한 사람이 가득한 유머 사이트 댓글은 끊지 못하면서 불특정 다수에 대한 혐오만 늘어왔다. 유머 사이트에 올라온 이 글을 읽기 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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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는 세 번까지만 우려 마시고, 인터넷 댓글은 추천을 많이 받은 세 개까지만 보기로 했다. 그 세 개를 보는 것조차 담배를 서서히 줄이겠다는 거나 다름 없어서 어떻게 끊을까 고민 중이다. 휴대폰으로 유머 사이트 대신 전자책을 읽기 시작했다. 물론 아무리 잘 쓴 소설이라도 유머 게시판의 글만큼 웃기지도, 댓글만큼 자극적이지도 않다. 그렇지만 창을 바꾸고 싶어질 때마다 되뇐다. ‘하위 1%, 하위 1%, 적당히 하자’.
겨우 닷새가 지났는데 책을 두 권이나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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