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시음회] 호의 시와 음악과 회고와 < 신발 >

제 40회, 신발

2022.09.30 | 조회 36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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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시음회

마음을 움직이는, 움직였던 문장들을 드립니다.

 음악과 회고와 < 신발 >

무엇이 내 발에 신을 신기고
무엇이 내 발에 신을 신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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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양수업으로 삶의 자세에 대한 발표한  있다. 처음 보는 사람들 앞에서 삶은 형벌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뱉었다. 그것은 어느  어머니가 내게 해준 말을 듣고 스스로  삶을 살고 있다 여긴 것에서 시작되었다. 다른게 아니라 엄마 딸로 태어나 줘서 고마워. 이렇게 이쁜 네가 옆집에 태어났었으면 어쩔 뻔했니.’라는 고백이었고 이상하게도 나는 누군갈 대신해서 살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누구의 기회를 빼앗아 태어난 것 같았다. 당신의 의도와는 아주 다르게 나는 그날부터  욕심에 대한 죗값을 치르는 마음으로, 속죄해야 한다는 기분으로 어떻게든 삶에 쓰임 받고, 보답해야 한다는 기분에 휩싸였다.

 

유월 한강 그러나 희망은 병균 같았다 유채꽃 만발하던 뒤안길에는 빗발이 쓰러뜨린 풀잎, 풀잎들 몸 못 일으키고 얼얼한 것은 가슴만이 아니었다 발바닥만이 아니었다 밤새 앓아 정든 위장도 아니었다 무엇이 나를 걷게 했는가, 무엇이 내 발에 신을 신기고 등을 떠밀고 맥없이 엎어진 나를 일으켜 세웠는가 깨무는 혀끝을 감싸주었는가 비틀거리는 것은 햇빛이 아니었다, 아름다워라 산천, 빛나는 물살도 아니었다 무엇이 내 속에 앓고 있는가, 무엇이 끝끝내 떠나지 않는가 내 몸은 숙주이니, 병들 대로 병들면 떠나려는가 발을 멈추면 휘청거려도 내 발 대지에 묶어줄 너, 홀씨 흔들리는 꽃들 있었다 거기 피어 있었다 살아라, 살아서 살아 있음을 말하라 나는 귀를 막았지만 귀로 들리는 음성이 아니었다 귀로 막을 수 있는 노래가 아니었다

     어느  예배시간에  생각 있다. 하나님 곁으로 떠난 000권사님, ㅁㅁㅁ장로님 소식에 이어지는 ㅇㅇㅇ집사님 가정에 하나님께서 자녀를 주셨습니다.라는 안내 음성. 나는 단순하게 누군가 죽으면  누군가 태어나는구나 생각했다. 그리고 내가  쉬고 있는 지금이사실은 누군가 그토록 살고 싶었던 하루라고 생각하면 아주 부담스러워지는 것이다.  사람들은 모두 살아있으라고 하는 걸까. 무얼 위해 신발을 신고 몸을 일으켜 걸어 나가는 걸까. 누군가는 태어난 사실 자체가 삶에 대한 의지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하지만, 나는 그저 하루아침에 태어나졌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죽지 못하 살아있는  같은 사람에겐 생의 의미를 말한다는  어려운 일이다.

 

     누군가 삶에 미련이 있느냐 묻는다면 지금 당장 퇴근하는 길에 차에 치여 죽더라도 아무런 미련이 없다고 답할  있다. 반면 친구 1 이루고 싶은  너무 많아서 지금 당장은  감지 못한다고 한다. 그런 이들에게 조금이라도 공감해 보려 굳이 굳이 살아야 하는 이유를 떠올려 본다. 단지 내가 죽으면 슬퍼할 몇몇을 위해서 말고는 딱히 없다. 사실 인간은 죽는 편이 모두에게  이롭다. 살아서 쓰레기를 만들고, 빚을 만들고, 다른 생명을 해치는 상황을 만듦에도 불구하고 살아있어야 할까? 나는  모르겠다.

 

     죽고 나면 좋은 점이 무얼지 생각해 보기로 했다. 평생 잠들어 있을  있고, 출퇴근을 하지 않아도 되고 마감도 없을 것이고 인간 때문에스트레스 받을 일도 없다. 달에  번씩 기분이 날뛰지도, 배가 아프지도 않고 끼니마다 쓰레기가 생기지 않을  있다.  물리학자가 TV 나와 말했듯이 우주적 관점에서 인간은 살아있는 것보다 죽어있는 상태가  자연스러운 것이라 한다. 그러니까 지금 이렇게 살아서 글을 쓰고 전력을 낭비하고 누군가의 하루에  분간의 낭비를 조장하는  결국 죽어있느니만 못하다는 거. 그렇다고 당장 죽고 싶다는 얘기는 아니다. 단지 결과론적으로  죽음이라는 선택이 더 낫다는 것이다. 그러니  글을 읽는 구독자님은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

 

     이번  주제인 신발을 떠올렸을  가장 먼저 떠오른  신발을 벗고 삶을 마감하는 사람의 이미지에서 시작되었다.  사람들은 죽기전에  벗을까. 그렇다면 인간은  굳이 굳이 태어나서 굳이 굳이 죽으려 하는 걸까. 나는  살아있는 걸까? 살아있어서 좋은 점이 뭐가 있을까? 죽어서 좋은 점은 뭘까?

 

파란 돌 한강 십 년 전 꿈에 본 파란 돌 아직 그 냇물 아래 있을까 난 죽어 있었는데 죽어서 봄날의 냇가를 걷고 있었는데 아, 죽어서 좋았는데 환했는데 솜털처럼 가벼웠는데 투명한 물결 아래 희고 둥근 조약돌들 보았지 해맑아라, 하나, 둘, 셋 거기 있었네 파르스름해 더 고요하던 그 돌 나도 모르게 팔 뻗어 줍고 싶었지 그때 알았네 그러려면 다시 살아야 한다는 것 그때 처음 아팠네 그러려면 다시 살아야 한다는 것 난 눈을 떴고, 깊은 밤이었고, 꿈에 흘린 눈물이 아직 따뜻했네 십 년 전 꿈에 본 파란 돌 그동안 주운 적 있을까 놓친 적도 있을까 영영 잃은 적도 있을까 새벽이면 선잠 속에 스며들던 것 그 푸른 그림자였을까 십 년 전 꿈에 본 파란 돌 그 빛나는 내로 돌아가 들여다보면 아직 거기 눈동자처럼 고요할까

 

     죽고 나면 무엇이 가장 후회되고 어떤 것이 가장 그리울까. 나는 따끈한 엄마 손이 생각날  같다. 죽어서 좋았지만, 죽어서 싫은 점은 그게 전부겠다. 엄마는 오늘도 어떤  사진을 보내면서 이거 사주면 입을래? 묻는다. 엄마는 분명 내가 없으면 울겠지. 내가 옆집이 아니라 엄마 딸로 태어난  다행인 걸까. 당분간은 굳이 굳이 죽지는 말고 조금 부자연스러울지언정 살아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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