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음악과 회고와 < 바다 >
이제말할 수 있는 것은 그 여름과 그 바다가 완전히 끝나버렸는데도 아무것도 끝난 것이 없었다는 것에 대한 것이고, 영원히 반복되는 비슷한 주말의 이미지들에 대한 것이고* 끝 간에는 모두 어긋난다는 사실에 대한 것이다.
뭍에 사는 사람은 섬을 그리워한다. 서로에게 두고 온 것 많아서 그렇다. 그런 기분이 들면 죽을 때까지 반복되는 파도를 보러 가서 반드시 구두를 벗고 싶어진다. 아침에 걷는 모래사장의 푹신함과 잠들기 전 머리맡을 밝히는 어선의 전구 같은 것이 얼마나 나를 상처 내고 눅눅하게 하는지 생각했다. 그때 우리가 같이 봤던 수평선은 아직 계속되고 있을지에 대해서도.
뒤늦게 오는 감정들이 있다. 당시엔 사랑인 줄 몰랐는데 돌이켜보니 반드시 사랑이었던 시간들. 거기엔 항상 바다가 있다. 어스름한 저녁 제법 거세게 부는 바람에 힘입어 활개치는 방파제를 보던 날. 솔직히 얘기하자면 그날 파도치는 소리에 귀가 멀어 당신 하는 얘기가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한참 뒤에서야 편지에 적힌 이야기 읽고 멋쩍은 마음에 알은체 했지. 다음날 차가운 공기 마시며 함께 불붙였던 하나비를 기억하는지. 바다에서의 폭죽놀이를 누가 어떤 경위로 시작했는지는 몰라도 그건 이제 내가 좋아하는 반복 중 하나가 됐다. 오늘의 바다는 또다시 나를 잠기게 한다.
그날은 도쿄로 떠나온 둘째 날 아침이었다. 얇은 커튼을 뚫고 목뒤를 투과하는 주황색 햇빛에 조금 이른 아침을 맞이했다. 다시금 잠에들기 위해 몸을 뉘이면서 이불에 살이 닿아 마찰되는 소리가 꼭 파도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 더운 아침이 불현듯 내 앞머리를 조심스레 정리해 주던 당신 생각을 불렀고 잠시간 울었던 것 같다. 그날부터 이불 소리를 듣기 위해 무릎이 긴 잠옷은 입지 않는다. 많이 뒤척일수록 그럴듯한 핑계가 생기니까. 그래서 지금 나는 차렵이불을 매만진다.
함께한 시간보다 더 오래 그를 그리워하고 있다. 금방 깨질 것 같다며 소중히 내 손목을 잡아주던 당신은 지금 내가 바다로 잘 떠났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을까. 뒤척이는 소리를 낸다.
*황인찬, 이것이 나의 최악, 그것이 나의 최선
🎧 김사월X김해원 - 사막 part.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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