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가는 걸 좋아하는 소녀였다. 내가 좋아하는 장소들은 대개 볕이 잘 들고 중정이 있으며 너른 들판이 맞닿아있는 그런 곳이었는데, 마침 내가 살고 있는 대전에는 안성맞춤인 데가 있었고 그 장소가 바로 미술관이었다. 나는 하릴없이 거기를 부유하는 데에서 안락함을 느꼈다. 연애를 시작하고 자신의 모든 문화 활동을 같이 하고 싶어하던 그 때문에 홀로 어디를 다니지 못했고, 그 연애가 끝난 후에는 문화생활에 크게 관심 없는 사람을 만나 아이를 갖고 결혼했다. 아이를 키우느라 그 뒤론 가지 못했다. 미술관에 간지가 최소 오 년은 되었다는 거다. 좋아하던 것으로부터 멀어지는 게 비단 한두 가지에 국한된 것은 아니지만, 특히나 미술관은 나에게 공백과 여유와 나른함 같은 것과 다를 바 없는 단어이므로 당장은 닿을 수 없는 아득한 단어가 되어버린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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