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시음회]김화랑의 생생 월드 쏙쏙

제 27회, 결심

2022.07.01 | 조회 2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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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시음회

마음을 움직이는, 움직였던 문장들을 드립니다.

  결심이란 단어를 보고 있자면 조금은 무책임해지고 싶은 생각이 든다. 왜인지는 모르겠다. 결심은 어려운 일이다. 조금 다르지만 결의라고도 쓸 수 있겠다. 서늘한 카페 구석 자리에 앉아 언젠가 결심했던, 결심을 해야만 했던 상황을 떠올려 본다. 보통 어떤 사소한 의사 결정에 쉽게 결심이란 단어를 쓰지는 않는다. 진로를 결정하거나 누군가와 헤어지거나 기존 하고 있던 생업을 포기하거나 하는, 삶에 있어 어떤 중대한 결정을 할 때 우리는 결심이란 단어를 사용한다.

  29살 여름, 여느 때처럼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문득 어떤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삶이 지금처럼 지속된다면 나의 남은 모든 생은 몹시도 고되고 지루하리란 생각. 당시 나는 호주에서 막 돌아오자마자 친구의 소개로 천안 모처의 한 카페에서 일하고 있었다. 큰 이유는 없었다. 멜버른에서도 카페에서 일을 하다가 왔기 때문에 특별히 다른 생각을 하지도 않았다. 하루에 보통 열 시간 이상을 가게에 필요한 물건을 주문하거나 메뉴판을 손보고 커피와 브런치를 만들고, 퇴근 후엔 책을 읽거나 술을 마시고 친구들과 만나며 생을 즐겁게 허비하고 있었다. 즐거웠다. 사실 그렇게 나쁘지도 않았다. 그저 그런 하루하루가 지나고 있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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