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시음회]김화랑의 생생 월드 쏙쏙

제 30회, 술

2022.07.22 | 조회 18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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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시음회

마음을 움직이는, 움직였던 문장들을 드립니다.

  대한민국 성인 중 술에 관한 에피소드 하나 없는 사람도 드물 것이다. 만약 없다면 술을 결코 마시지 않는 사람일 텐데 그 또한 한국이라는 나라에서는 하나의 에피소드나 다름없다고 할 수 있겠다. 나 또한 나름의 술에 관한 에피소드가 있다. 나는 현재 술을 거의 마시지 않는다. 거의 마시지 못한다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개발자로 일하면서 얻은 스트레스성 역류성식도염이 무척 심각한 상태가 되어 술을 거의 마시지 못한다. 술은 물론 식사도 평범하게 할 수 없을 때가 많기 때문에 술은커녕 주기적으로 병원에 방문한다. 그 때마다 동네 의원 초로의 의사 선생님의 관심사는 내가 금주를 잘 지키고 있는지, 세 끼 식사를 꼬박꼬박 하는지 또는 야식이나 과식을 하지 않는지의 여부다. 물론 이 세 가지 모두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일하는 근로자(노예)라면 실상 거의 지키기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나는 건강을 지키기 위해 강제로 거의 스님과도 같은 생활을 하게 되었다.

  아침 정해진 시간이 되면 경건하게 일어나 따뜻한 물과 약을 먹는다. 그 후 냉동 배송된 다이어트 도시락을 준비하여 먹는다. 다이어트 도시락의 구성은 두부스테이크나 간이 약한 불고기 따위도 있지만 사실 대개 닭 가슴살로 만들어진 무언가다. 닭 가슴살의 바리에이션은 엄청나다. 하지만 그것은 단순히 바리에이션일 뿐 결국 당연하게도 닭 가슴살의 맛이기 때문에 나를 고통스럽게 하곤 한다. 마치 요술을 부려 자유자재로 모습을 바꿔가며 나를 괴롭히는 전설 속 마녀 같다. 소시지입니다. 사실은 닭 가슴살이지롱. 이런 식이다. (사실 맛은 괜찮다. 그러나 맛의 문제가 아니다) 그릴드 닭 가슴살, 닭 가슴살 볶음밥, 닭 가슴살 햄, 훈제 닭 가슴살, 닭 가슴살 비엔나(닭 가슴살 소시지와 무슨 차이가 있는지 나는 아직 밝혀내지 못했다), 곤약 닭 가슴살 밥 등. 언젠가 닭 가슴살로 만들어진 요리만 담긴 백과사전이 나오지 않을까 상상해본다. 아니, 이미 있을지도? 끔찍한 일이다. 어쨌든 하려는 말은 이게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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