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침부터 이상한 예감이 있었다. 가슴이 들뜨고 조금은 불안한 감정이 심장 근처를 꾸욱하고 누르는 기분이 들었다. 주변의 모든 것이 너무도 오랫동안 평온하고 고요할 때 나는 이런 알 수 없는 불안감을 느끼곤 한다. 오후엔 저번 주부터 공사 중인 집을 살펴보고 인테리어 실장님과 집 구조에 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돌아왔다. 그리곤 임시숙소 근처 카페에 앉아 어제까지 읽던 책을 완독했다. 책은 헌책방 사장님에 대한 이야기로, 책방에 찾아온 사람들이 어떤 책에 얽힌 사연을 들려주면 그 책을 찾아준다는 이야기다.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이들이 차례로 나와 자신들의 오래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나는 서늘한 카페에 앉아 다른 이의 평범하거나 조금은 독특한 사연들을 읽으며 마들렌과 커피를 먹고 마셨다. 하늘에서는 7월의 그것이라곤 믿을 수 없이 나약한, 베이지 빛의 얇은 커튼을 천 번 쯤 관통하고 난 듯 여리고 나약한 빛이 차마 갈 곳이 없어서라는 듯 힘없이 지상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어렸을 때에도 이런 기분을 자주 느꼈다. 가슴께를 지그시 누르는 묵직하고 불온한 감각. 그럴 때마다 지금처럼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곤 했다. 초중학교 시절엔 특히 만화책을 많이 봤다. 현실이 아닌 곳으로 도망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기에 나는 가상의 이야기 속에 빠져드는 쪽을 택했다. 만화는 주로 도피처였고 나는 그 속에서 웃거나 울거나 했다. 만화를 보고 있는 현실의 나는 무표정이거나 무감각했다. 진짜 나는 만화 속 가상의 세계 속에서 현실의 일이 아닌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듣고 감동하거나 슬퍼하거나 웃거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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