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인도 아니면서 가족들에게도 다 털어놓지 못할 구설들에 시달렸을 때, 아빠는 함구하는 나에게 아무것도 모르면서 스치듯 이렇게 말했다. 남들이 말하는 게, 그래 내 모습일 수도 있지. 그렇다고 해도 타인의 평가가 상처가 될 땐 네 이름이 여러 개라는 걸 잊지 마. 여기서 이름은 역할을 말하는 건데, 바깥에서 네가 누군가에게 욕을 먹고 있는 가현이라면 집으로 들어서는 순간부터는 그저 부모에게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가현이라고. 학교에서는 모범적인 가현이로, 극장에선 혼자 영화 보는 걸 즐기는 가현이로, 일하는 공간에서는 설사 일을 못해도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는 가현이로 사는 것이라고. 그러니 어느 곳에 있는 가현이가 너무 상처받거나 힘들어한다면 그 이름은 내려둬도 괜찮다고. 나머지 가현이들이 너를 구성하고 만들며 지탱하고 있으니 그 정돈 지워도 괜찮아. 그래도 네가 네가 아닌 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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