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시음회]김화랑의 생생 월드 쏙쏙

제 15회, 벚꽃

2022.04.08 | 조회 18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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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시음회

마음을 움직이는, 움직였던 문장들을 드립니다.

  벚꽃이 흐드러진 거리를 걸었다. 아름다웠고 볕이 따뜻했고 그것은 나만의 감각은 아니었다. 벚꽃을 떠올리면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 마음에 이름을 붙이는 일에 골몰하다가 어느새 하루가 저물고 있다. 집을 떠나와 카페로 오면서 여러 풍경을 만났다. 벚꽃이 피어있는 곳은 어디든 풍경이 된다. 벚꽃 아래 잔가지를 치우고 비질을 하던 검은 옷의 경비원. 벚 아래서 길을 걷던 보랏빛 상의를 입은 여자. 어느새 철제 하수구 위에 소복 쌓여있는 벚꽃 잎들. 조금 이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꽃잎들이 세상 밖으로 저물 생각을 하면 마음이 심란하다. 벚꽃의 만개는 봄의 멸망이 시작되었음을 뜻한다. 허망한 일이다. 꽃잎들이 상기된 얼굴을 하고 허공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단 생각을 하면 마음이 심란해진다. 내가 다녔던 대학 도서관 뒤편엔 소위 아리랑 고개라는 이름의 벚꽃길이 있다. 근교에서는 꽤 유명한 편으로 매년 이맘때가 되면 여기저기서 꽃을 보러온 인파로 밤늦게까지 북적인다. 이맘때쯤의 그 길은 언제나 언어로 가득했다. 사람들은 멀리서 굳이 찾아와 꽃을 보고 저마다 한 마디씩 하고 갔다. 나는 할 말이 없어지면 이따금 그 길을 찾아가 걷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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