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순간은 내일의 특별한 추억이다

2023.05.05 | 조회 4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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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부산해경 관련 보도 확인할 것"

5월 4일 오후 9시쯤 부산에서 광주로 향하는 고속도로에서 문자를 받았습니다. 서둘러 가고 싶은 마음에 휴게소 한번 안 들렸는데, 그제야 멈췄습니다. 곧장 '주암휴게소'를 들려 관련 기사를 썼습니다. 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오늘 호우주의보 관련 해안 안전사고 소식이었습니다. '송고'된 기사를 확인하고나니 피곤함이 몰려왔습니다. 

곧장 운전대를 잡고 싶었지만, 숨도 고를 겸 밀린 뉴스 외 여러 글을 읽었습니다. 그러다 '추억은 왜 미화되는 걸까'라는 제목의 개짱이 작가님 글을 발견했습니다. 혼자 키득거리며 웃다가 잠깐 멈추기도 했습니다. 언젠가 읽었던 '오늘의 순간은, 내일의 특별한 추억이다' 라는 문장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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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은 왜 미화되는 걸까

글 : 개짱이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다. 어린 아기를 볼 때마다 불쑥 셋째를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걸 보면 내 특기가 망각인 건 확실하다.

자는 아가의 날숨에서 나는 뽀얀 젖 냄새나 작은 손끝이 빨개지도록 내 손가락을 움켜잡는 힘이 그리울 때면 잃어버린 물건을 찾는 사람처럼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내 남편 지금 어디 있지? 빨리 셋째를 가져야겠는데.”

아기는 예쁘고 귀엽고 사랑스럽다. 하지만 육아는 괴로움과 고통과 인내의 연속이다. 그 지난한 고행을 견딘 보상으로 보드라운 아기의 뺨을 만져볼 수 있고 모닝빵 같은 아기의 엉덩이에 입 맞출 수 있다. 

새벽 2시에 아기가 배고프다고 울어 젖힐 때는 이러다 미쳐버리고 말겠다는 암울한 생각을 하며 힘겹게 잠을 쫓았던 것 같은데 둘째가 5살이 되고 보니 그때가 왜 그렇게 그리운 걸까. 

추억은 자주 미화된다. 나는 미화된 추억에 속아 같은 남자와 헤어졌다 만나기를 반복하기도 했다. 헤어졌을 때는 좋았던 일들만 기억나면서 “그래도 걔만 한 애가 없다”는 생각에 그리워지고, 다시 만나보면 무심코 뜨거운 냄비를 맨손으로 잡은 것처럼 화들짝 “우리가 이래서 헤어졌었지” 깨닫고 냄비에서 손을 떼듯 그에게서 마음을 떼곤 했다. 

추억은 왜 미화되는 걸까. 눈물 콧물에 피까지 철철 흘리며 겨우 지나온 가시밭길인데 왜 지나고 보면 가시는 몇 개 안 보이고 장미만 보이는 걸까. 

이미 지나간 고통은 더 이상 고통스럽지 않기 때문이지 않을까. 과거에 믿었던 친구가 나를 배신했던 고통보다 지금 내 운동화안에 굴러들어 온 모래 한 알이 더 괴롭기 때문일 테다. 현실의 삶도 팍팍해 죽겠는데 과거의 괴로움까지 생생하게 붙잡고 있어야 한다면 인생은 얼마나 더 힘들까. 

그러니 어쩌면 추억 미화는 생존을 위한 걸지도 모르겠다. 인간이 살면서 겪은 슬픔과 괴로움과 고통과 두려움 같은 것들을 있는 그대로 다 기억한다면 나이가 들수록 슬픈 추억, 괴로운 추억, 고통과 두려움의 추억이 차곡차곡 쌓여 자기 목을 조를지도 모른다.

아무리 힘든 일도 지나고 보면 다 추억이 될 테고 그 추억은 적당히 미화될테니 세상도 그럭저럭 살만한 게 아닐까. 인생의 암울한 시기가 찾아왔을 때 ‘이 또한 지나가리라’ 정신으로 버텨내면 결국 그 또한 미화된 추억이 되겠지. 

인간의 뇌에는 추억을 미화하는 필터가 있어서 좋긴 한데, 미화된 추억을 미끼로 달고 자신에게 드리우는 낚시바늘도 함께 있으니,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방심하고 미끼를 덥석 물었다간 이미 데어 불구덩이에 다시 뛰어드는 수가 있다. 


✍ 글을 부르는 질문

아무리 힘든 일도 지나고 보면 다 추억이 될 테고 그 추억은 적당히 미화될테니 세상도 그럭저럭 살만한 게 아닐까. 인생의 암울한 시기가 찾아왔을 때 '이 또한 지나가리라' 정신으로 버텨내면 결국 그 또한 미화된 추억이 되겠지.

위 문장을 멈춰 읽었습니다. 어쩌면 지금 제가 놓인 상황이 어떻게 다시 해석될 지 궁금해지는 매일이라 더 여운이 남았던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잠깐 지나온 기억들을 살펴봤습니다. 좌절감에 괴로웠던 시기부터 아내에게 처음 고백했던 날 그리고 아이를 처음 안았던 순간까지. 작가님 말씀처럼 좋았던 기억은 더 근사하게, 아팠던 기억은 덜 아프게 소환됐습니다. 

불과 몇 분 전까지만 해도 "다음날에는 또 그 다음날에는 어떤 기사를 써야 될까"하고 욕심과 피로감에 사로잡혀 있었는데... 좀 가셨습니다. 

그럼 저는 더 늦기전에 시동을 걸면서 마지막 인사로 마칠게요. 

구독자님. 스트레스 받지 마세요. 지금 마주한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모든 게 잘 될 거예요, 멋지게!

 

싸랑을 담아, 춘프카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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