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큼 다가왔던 봄이 밀당을 하듯 아직 아침저녁으로는 공기가 차갑네요. 그래도 조금씩 초록빛으로 변해가는 가로수를 보면 곧 여름이 올 듯 합니다. 구독자님, 잘 지내고 계시지요?
며칠 전 친구와 나눈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먹방을 보는 이유에 대한 것이었죠. 알레르기로 인해 밀가루 음식을 피해야 하는 친구는 가끔 먹방을 보게 된다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뭐든 잘 먹는 저로서는 먹방을 왜 보는 걸까 궁금해졌어요.
구독자님은 어떠신가요? 먹을 수 없기에 보고라도 싶어 먹방을 찾듯, 당장 이룰 수 없기에 다른 것으로 대리만족하고 있는 일은 없나요?
✍🏻 writing한 글쓰기
우리는 매일 밤 여행을 떠난다
개짱이
육퇴는 언제나 짜릿하지만 요즘엔 육퇴가 더 기다려진다. 육퇴 후 우리 부부를 기다리는 즐거움이 있기 때문이다. 남편과 나는 아이들 옆에 자는 척 누워있다가 아이들이 잠든 게 확실해지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조심조심 일어나서 거실로 나간다. 그리고 소파에 앉아 TV를 켠다. 리모컨을 누가 잡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우리의 목적은 단 하나, 여행 유튜브니까.
"곽튜브 새 영상 올라왔다!"
"나 그거 어제 보려다가 자기랑 같이 보려고 안 봤어."
"히히. 잘했어."
우리 부부가 여행 유튜브를 즐겨본 건 작년 여름부터였다. 원래 여행을 자주 즐기는 편이 아니었는데도 코로나 때문에 발이 묶이자 여행에 대한 갈증이 커졌다. 거실 창 밖으로 비행기가 날아가고 기차가 지나갈 때마다, "아, 누구는 떠나는구나. 나도 떠나고 싶다."를 연발하다가 대리만족이라도 해보겠다며 여행 유튜브를 검색했다. 큰 기대는 없었다. 답답한 마음이 조금이라도 풀릴까 싶어 TV를 켰다. 그런데 웬걸, 처음 여행 유튜브를 본 날 나는 잠들기 직전까지 영상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결국 그날 나는 TV를 켠 채로 잠이 들었다. 유튜브에는 내가 가고 싶은 모든 곳이 다 있었다. 전 세계를 강타한 전염병 때문에 여행은 커녕 출근이나 등교처럼 당연했던 일상도 빼앗겼는데, 집에서 버튼 몇 개만 누르면 다시 전 세계를 누빌 수 있다니 아이러니했다.
여행 유튜브도 유튜버마다 스타일이 천차만별이다. 여러 영상을 보다보니 자연스레 즐겨찾는 유튜버도 생겼다. 우리의 최애는 '곽튜브'와 '빠니보틀'이다. 그들의 영상은 실패한 적이 없다. 그들은 어쩐지 친근하면서도 편안한 이미지로, 엄청난 친화력을 보이며 현지인들과 금세 가까워졌다. 나같이 내성적인 사람은 꿈도 못 꿀 일이었다. 아무데서나 잘 자고, 아무거나 잘 먹으며(아, 이건 곽튜브만 해당), 아무 데나 잘 가는 그들의 여행 스타일도 동경의 대상이다. 겁 많고 비위 약한 나는 감히 시도도 못할 일들에 그들은 기꺼이 즐겁게 도전한다. 대리만족을 위해 보기 시작한 여행 유튜브인데 그들이 내가 못하는 일을 척척 해내니 얼마나 만족스러운가.
돈 한 푼 안 내고 하루에 몇십 분 투자해서 전 세계를 누빌 수 있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이만한 가성비가 없다. 문득 '나는 코로나가 끝나도 여행을 가지 않고 여행 유튜브만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건 아닐 것 같다. 영상으로 떠나는 여행에는 아무래도 한계가 있다. 그곳을 눈으로 보고 귀로 들을 수는 있지만, 그 곳의 냄새를 맡을 수 없고 그 곳의 온도를 느낄 수 없는 건 늘 아쉽다. 그들이 아무리 음식 맛을 설명해줘도 그 맛을 직접 느낄 수 없는 건 정말이지 분하다. 게다가 나는 여행이란, 여행을 가려고 마음먹은 순간부터 시작된다고 믿는다. 어디로 갈지 고민하고 누구와 어떻게 갈지 계획할 때의 그 설렘, 여권을 챙겨 캐리어를 끌고 공항을 누빌 때의 기대감, 상냥한 얼굴로 나를 맞아주는 승무원들과 나만큼이나 상기된 표정으로 비행기에 오르는 다른 승객들의 모습에서 느낄 수 있는 반가움. 여행은 여기에서부터 시작된다. 여행이 끝나면 여행지에서의 추억과 함께 짐을 풀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올 때의 편안함도 여행의 과정이다. 몇 년이 흐른 뒤 사진과 동영상을 보며 여행지를 그리워하는 것도 여행이다. 그러니 나는 다시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는 날을 손꼽아 기다릴 것이다.
어려운 시기에 나 대신 여행을 다녀주는 유튜버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특히 얼마 전 빠니보틀이 잠시 여행을 중단하겠다는 발표를 해서 더더욱 마음이 쓰인다. 분명 그도 여행이 좋아서 여행 유튜브를 시작했을텐데 인기가 많아지는 만큼 부담도 커지고, 그 부담이 여행을 '일'로 느껴지게 했을 거라고 감히 짐작해 본다. 그가 열심히 일한 덕분에 즐거워하고 위로받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그에게 말해 주고 싶다.
✍🏻 글을 부르는 질문
- 개짱이 작가님이 여행 유튜브에 몰입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 글 속에 등장하는 두 유튜버를 개짱이 작가님이 선호하게 된 이유를 찾아볼까요?
- 먹방이나 여행 유튜브를 찾아보게 되는 근본적인 이유에 대해 생각해 봅시다.
개짱이 작가님의 글을 만나고서 먹방을 보는 친구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어요. 코로나로 발이 묶여 원하는 대로 여행가지 못하는 제 마음도 똑같더라고요. 하지만! 언젠가 꼭 이뤄내고 싶은 열망은 사람들로 하여금 다양한 시도들을 하게 만드는 것 같아 신기하기도 했답니다.
이제 실외에서는 마스크를 벗을 수 있고, 영화관에서 팝콘을 먹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미뤄왔던 여행을 곧 떠날 수 있을 것 같아 설레는데요. 구독자님의 마음은 어느 나라, 어느 도시를 향하고 있을 지 무척 궁금해집니다. ‘여행을 가려고 마음 먹은 순간부터 여행이 시작된다.’라고 말씀하신 개짱이 작가님의 말씀처럼 구독자님의 마음 속에 고이 품으신 그 여행이 이제 곧 시작되길 바래봅니다.
제법 따뜻한 5월,
나오미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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