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규모가 클수록 혁신에 불리하다는 착각

게리 피사나의 '혁신의 정석'에 담긴 기업 혁신 전략

2020.12.28 | 조회 1.55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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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잇

B2B 테크 비즈니스에 대한 다양한 시선

대기업은 스타트업에 비해 대해 상대적으로 혁신성을 갖기가 어렵다고 보는 이들이 많은데요. 대기업이 새로운 거 시도하다가 실패하면 역시 "대기업이 그러면 그렇지..." 하는 시선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최근 읽은 책 혁신의 정석의 저자인 게리 피사노는 규모를 갖고 혁신성을 평가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주장합니다. 

규모가 혁신을 가로막을 수도 있지만 반대로 혁신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거죠. 결국 혁신이라는 것은 하기 나름 이라는 겁니다. 오히려 저자는 규모는 혁신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혁신을 가능하게 하는 장점에 더 가깝다는 입장입니다. 

성공한 기업은 혁신에 성공할 수 없다는 주장은 더 이상 의문의 여지가 없는 진실처럼 많은 사람들에 의해 반복 재생산됐다. 유전학과 관련된 자연법칙은 자연 현상만을 지배할 뿐이고, 조직은 당연히 자연적인 현상이 아니다. 기업을 만들고 운영하는 것은 인간이다. 그리고 인간과 다르게 기업은 자신의 DNA를 만들고 바꿀 수 있다. 만약 어떤 기업이 혁신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면 그것은 애초에 그 기업을 혁신 불가능하게 설계하고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에 따르면 대기업이라서 혁신에 실패했다고 분석하는 것은 말도 안되는 접근입니다.

큰 조직이 혁신에 역행하는 것은 규모가 큰 조직의 일반적인 특징일까? 아니면 특정 리더들의 의식적 또는 무의식적인 선택의 산물일까? 신생 기업이 성공 후 느려터진 화물열차가 되는 것은 숙명일까? 크다는 것은 혁신의 관점에서는 매력 없는 단점에 불과할까? 기업 규모와 혁신에 관한 연관성을 조사한 통계를 보면 작고 아름다운 것과 크게 매력 없는 것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과 다소 다르다. 결론부터도 말해 큰 것이 꼭 매력 없는 것은 아니다. 규모가 혁신을 저해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저자는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혁신들은 규모가 있는 기업들로부터 나왔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여전의 나의 주장과 연구 결과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렇다면 창조적 파괴의 물결을 몰고 전 산업을 격변의 장으로 이끈 변혁적 혁신 사례들은 어떤가? 예를 들어 인텔은 마이크로 프로세서 발명하고 상용화함으로써 반도체 산업에 혁명을 가져왔다. 그러나 마이크로 프로세서를 상용화했을 때 인텔은 신규 진입자가 아닌 이미 성공한 반도체 기업이었다.

 저자는 인텔 외에도 다양한 기업들 사례를 제시하는데요.

1964년 IBM은 360 시리즈의 메인 프레임 컴퓨터를 출시했다. 그 이전에는 모든 컴퓨터에 고유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있었다. 따라서 새로운 컴퓨터마다 새로운 운영체제와 새로운 하드웨어를 개발해야 했다. 그런데 IBM은 여러 기기에서 호환이 가능한 부품과 운영시스템을 만들어 이러한 문제를 혁신한 것이다. 그러나 1964년 당시 IBM은 컴퓨터 산업에 새롭게 진입한 신생 기업이 아니라 이미 세계에서 가장 큰 컴퓨터 기업이었고 그해 포춘 선정 500대 기업에서 18위를 차지한 기업이었다.

이외에도 혁신에 성공한 대기업의 사례는 역사적으로 수없이 많다. 광섬유 케이블을 발명하고 오늘날의 컴퓨터와 TV 및 전화 디스플레이에 사용되는 유리 공정을 개발한 코닝, 트랜지스터, 마이크로파, 셀룰러 통신, 레이저, 위성통신, 디지털 전송, 태양 전지 및 유닉스 운영 시스템과 같은 일련의 발명을 통해 거의 독보적으로 20세기 변화를 이끌어온 벨 연구소. 이 기업들의 규모는 실로 거대했지만 그게 그들의 혁신 역량을 저해하지는 않았다.

게리 피사노의 혁신의정석.
게리 피사노의 혁신의정석.

옛날에는 큰 기업이 혁신하는 게 가능했을지 몰라도 지금은 세상이 달라졌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저자는 사례를 들어 반박합니다.

애플이 어떻게 모바일 전화기에서 모바일 커뮤니케이션으로 휴대 전화 시장을 완전히 뒤바꿨는지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아이폰을 출시한 2007년 애플은 결코 풋내기가 아니었다. 2004년 아마존은 최초의 클라우드 기반 컴퓨팅 서비스 중 하나를 도입해 클라우드 컴퓨팅 혁명을 일으켰다. 그해 아마존의 매출액은 52억 달러였고 포춘 선정 500대 기업 중 342위였다.

결국 혁신의 리더십과 문화의 결과물입니다. 규모와는 무관합니다.

처음부터 혁신적인 벤처 기업을 만들기란 어렵다. 시간과 돈에 쫓기기도 하고 생각지도 않았던 작은 실수로 인해 기업 전체에 재앙 같은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그만큼 바닥에서부터 혁신적인 기업을 만들어내 내기란 어렵다. 그리고 기존 조직이 혁신 역량을 유지하는 일은 이보다 더 어려울 수 있다. 창업정신이 새 집을 짓는 것과 같다면 창의적인 혁신은 살고 있는 집을 개조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기존에 있는 것에 새로운 무언인가를 추가하는 데는 창의력이 필요하다. 창의적인 혁신은 조직 내 혁신 역량을 끊임없이 새롭게 하고 재건하는 리더가 있어야 가능하다.

규모에 따른 도전은 조직의 수명 주기 내내 빠르게 진행된다. 첫 번째 주요 제품을 성공적으로 출시하고 빠르게 성장 중인 기업이라면 이후 기존 성공한 제품과 새로운 제품 사이에서 현재의 자원을 어떻게 분배해 투자해야 할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우리는 어떻게 스스로의 발목을 잡지 않으면서 기존의 역량을 활용할 수 있을지, 더 크고 더 복잡한 조직이 되면서도 포뮬러원 문화를 지켜갈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규모의 딜레마를 극복하며 혁신에 도전한다는 것은 이런 발생 가능한 위험성을 낮추거나 제거할 방법을 찾아가면서 아울러 자신들의 진정한 강점을 활용하는 것이다.

지난 한주 기업용 테크 비즈니스 분야에서 관심을 끌었던 몇가지 소식들도 정리해봤습니다. 

센트OS 대안은 누구?...록키리눅스 "내년 2분기 첫 릴리즈 내놓겠다"  요즘 리눅스 사용자들 사이에서 레드햇을 둘러싸고 말이 많은데요.  그동안 리눅스를 좀 다루는 이들은 레드햇이 유료 구독으로만 파는 레드햇 엔터프라이즈 리눅스(RHEL)와 같은 기능을 제공하면서도 무료로 쓸 수 있는 센트OS를 많이 사용해왔는데, 최근 레드햇이 내년말 이후에는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센트OS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밝혀 오픈소스 커뮤니티에서 논란이 일었습니다.  센트OS는 RHEL과 거의 똑같았는데, 앞으로는 RHEL의 프리뷰 버전 성격으로 바뀌게 됩니다. RHEL과의 호환성을 장담할 수 없게 된거지요. 이런 가운데 센트OS의 대안을 제공하기 위한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습니다.

이메일에 메신저까지?...줌, 영상회의 넘어 영토확장 정황 포착   클라우드 기반 화상회의 서비스인 줌(Zoom)이 이메일과 캘린더, 메신저까지 아우르는 종합 협업 플랫폼으로의 변신을 준비하고 있다는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올라운드 협업 플랫폼이 되겠다는 건데요. 이메일에 대해서는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가 제공하는 것과는 다르게 만들겠다고 하는데, 얼마나 다를지 주목됩니다. 

AWS, 5G 엣지 클라우드 국내 상륙...SKT와 협력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와 5G 통신 기지국을 연결해 실시간을 지원하는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지원하려는 흐름이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해외에서 이와 관련한 클라우드와 이통사간 제휴가 활발한데요. 국내서도 최근 아마존웹서비스(AWS)와 SK텔레콤이 초저지연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구축을 가능케 하는 5G 기반 클라우드 서비스를 공개했습니다. 기존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애플리케이션 생태계가 만들어질 수 있을까요?

카카오워크, 심판대 선다...내년 1월부터 유료 서비스 시작 카카오워크 써보셨나요? 지금까지만 무료로만 제공해 오다 내년부터는 유료 모델도 본격적으로 판매한다고 합니다. 카카오워크는 9월 중순 공개 베타 버전이 나왔는데 생각보다는 임팩트가 약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베타 공개 이후 편의성 및 기능 오류를 지적하는 사용자들도 많습니다. 이에 대해 카카오 측은 유료 출시를 앞두고 지적되어온 문제점들을 개선하는데 많은 신경을 썼다는 입장입니다.

"클라우드 발칸화가 혁신을 위협할 수 있다" MIT테크놀로지리뷰에 올라온 기고문요약입니다. 세계 각국이 요즘 디지털 주권을 명분으로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들에게 자국내에 데이터를 보관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요구하고 있는데, 이게 클라우드가 갖는 고유한 장점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필자들은 각국이 독자적인기준을 만드는 것보다는 다자간 협력 방식으로 접근할 것을 주문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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