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해외 IT매체인 프로토콜에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의 미래를 정의할 9개 스타트업이란 제목의 글이 실렸습니다.
거대 공룡 테크 기업들의 틈바구니 속에서도 존재감을 과시하는 엔터프라이즈 컴퓨팅 분야 스타트업들을 조명한 글인데요. 이들 기업이 어떤 콘셉트의 기술로 주목을 끄는지에 대해서도 소개하고 있어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9개 스타트업에는 클라우드 기반 정통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 회사들은 물론 비영리 연구 조직, B2C 서비스 회사들도 포함됐습니다. 비영리 연구조직과 B2C 기업들의 경우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직접 뛰는 것은 아니지만 제공하는 서비스 개념이 향후 엔터프라이즈 시장에서도 의미 있게 쓰일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됐습니다.
그럼 9개 회사들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첫 회사는스노우플레이크입니다. 스노우플레이크는 클라우드 기반 데이터웨어하우스(DW) 업체로 아마존웹서비스(AWS) 같은 거대 테크 기업들과의 경쟁하면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상장도 했는데, 주가가 엄청 뛰었습니다. 한때 100년 기업 IBM을 시가총액에서 따라잡기도 했지요.
DW는 데이터 레이크와 비교해 보다 정형화된 데이터 분석에 초점이 맞춰진 솔루션으로 사용자가 SQL 쿼리를 던지면 빠르게 대응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기업 현장에서 SQL 쿼리는 태블로(Tableau), R, 엑셀 등을 사용해 비즈니스를 분석하는 첫 단계로 꼽힙니다. 여기에서 DW는 기업들이 수요를 보다 잘 예측하고 고객 행동을 파악하는 것 등 데이터 분석 역량을 개발하기 위한 기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평가다.
이런 상황에서 스노우플레이크는 클라우드 기반으로 DW를 구현한 대표적인 회사 중 하나로 꼽힙니다.
클라우드 기반 DW는 이미 격전지입니다. 아마존 레드시프트, 구글 빅쿼리, 클라우데라, 데이터브릭스 등 스노우플레이크와 경쟁하는 클라우드 기반 DW 리스트는 늘고 있습니다. 이같은 경쟁 속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세를 유지할지 여부가 스노우플레이크의 미래를 좌우할 것 같습니다.
다음은 하시코프입니다. 멀티 클라우드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하시코프가 언급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하시코프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클라우드 상에서 애플리케이션을 테스트, 프로비저닝(설정), 배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매니지드 서비스들을 제공합니다. 테라폼(Terraform)은 대표적인 하시코프 툴들 중 하나로 개발자들이 퍼블릭 클라우드 인프라를 설정하고 수요에 기반해 자동으로 용량을 조정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좀더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통상 클라우드에서 가상 서버(인스턴스)를 생성하려면 해당 서비스 포털에서 OS와 스토리지, DB 등을 일일히 클릭해서 설정해야 하는데, 대규모로 클라우드 환경을 구축하는 상황에선 대단히 번거로운 일입니다. 잘못 클릭하면 처음부터 시작 해야 하는 경우도 많고요.
하시코프 솔루션은 이같은 과정을 코드화해 상당 부분을 자동화시켜줍니다. 사전에 프로그래밍한대로 클라우드 인프라를 설정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합니다. 장해성 하시코프코리아 이사는 "코드로 만들어 두면 사용자는 원하는 인프라 환경을 미리 만들어 놓고 쉽게 클라우드 상에서 구현할 수 있다"면서 "변화가 필요하만 변경된 내용을 일부 추가하기만 하면 된다. 미국에선 코드화된 관리가 일반화됐는데 한국 기업들 사이에서도 서서히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하시코프는 2012년 이후 3억5000만달러 이상의 투자를 유치했고 현재 51억달러 이상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이번에 소개할 회사는 트윌리오입니다. 트윌리오는 개발자들이 텍스트, 음성, 영상 기반 커뮤니케이션을 앱에 통합할 수 있게 해주는 API를 제공합니다. 코로나 19 상황에서 기업들이 고객들에 대한 관여 업무를 디지털 채널로 전환하도록 해서 재미좀 봤다고 하는군요. 트윌리오 고객들은 우버, 리프트 에어비앤비, 옐프, 도어대시, 인튜이트 등 유명 기업들을 대거 포함하고 있습니다.
프로토콜은 페이스북 산하 가상현실(VR) 헤드셋 및 소프트웨어 업체 오큘러스도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만한 회사로 꼽았습니다. 기업내 업무에서 VR이 파고들 공간이 나름 있다는 상황을 고려한 듯 하고요.
페이스북은 2014년 소셜 플랫폼으로서의 잠재력을 보고 오큘러스를 20억달러에 인수했습니다. B2B는 고려 대상이 아니었는데, 오큘러스는 최근 기업 환경을 겨냥한 VR 솔루션도 내놓고 있습니다.
2019년 4월 교육 시물레이션 등에 활용할 수 있는 기업용 오큘러스를 선보였고 지난해 9월에는 완전한 가상 사무실 환경에 초점을 맞춘 인피니티 오피스(Infinite Office)도 내놨습니다. 인피니티 오피스는 시대를 앞선 개념이지만 VR 워크플레이스 기반 협업은 이미 틈새 시장에서 적용 사례들이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엔드투엔드 데브옵스(DevOps) 플랫폼 업체인 제이프로그(JFrog)의 경우 기업에서 애플리케이션 개발팀과 운영팀 간 효과적인 협업 환경을 지원해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제이프로그는 기업들이 코드 저장소들을 관리하고 소프트웨어 개발 파이프라인을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해주는데, 이를 기반으로 사용자는 하이브리드 및 멀티 클라우드 환경들에 걸쳐 애플리케이션을 배치할 수 있습니다.
제이프로그 플랫폼이 제시하는 핵심 제안은 소프트웨어 개발을 저렴하고 빠르게 해준다는 것입니다. 개발 프로세스 복잡성이 커지는 클라우드 환경에서 특히 그렇다고 합니다.
제이프로그는 2008년 설립됐고 지난해 상장됐고 포춘 100대 기업 75%가 제이프로그 데브옵스 플랫폼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프로토콜에 따르면 경쟁 측면에서 보면 제이프로그는 일대일로 경쟁하는 회사는 없고, 마이크로소프트 깃허브, IBM 레드햇, VM웨어 피보탈 소프트웨어 제품들과 일부 경쟁하는 상황입니다.
비영리 연구 조직인 오픈AI의 경우 특정 용도가 아니라 인간처럼 다양한 분야를 소화할 수 있는 인공 일반 지능(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AGI) 개발을 목표로 내건 케이스입니다.
오픈API는 가장 진화된 언어 모델로 꼽히는 GPT-3를 개발했고 엘론 머스크 테슬라 CEO, 피터 틸 페이팔 공동 창업자, 리드 호프먼 링크드인 공동 창업자 등 실리콘밸리 유력 인사들의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오픈AI는 구글 딥마인드와 함께 AGI를 개발하는 최전선에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현재 시점에서 오픈AI가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 미래를 어떻게 바꿀지는 구체적으로 말하기 어렵지만 AGI를 둘러싼 문제들을 넘어서면 모든 분야 기업들의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스케일이란 회사 이름도 프로토콜이 언급한 회사들 목록에 들어가 있습니다. 스케일은 머신러닝 AI와 계약직 직원들을 활용해 AI에 필요한 데이터 라벨링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국내도 이런 회사들이 요즘 많이 늘었는데요.
데이터 라벨링은 AI 개발에서 가장 노동 집약적인 단계로 꼽힙니다. 조지타운대 조사에 따르면 데이터 과학자들은 작업 시간에서 80%를 데이터 수집, 정제, 라벨링에 쓰고 있는 상황입빈다. 이런 가운데 스케일은 AI개발에 필요한 고품질 훈련 데이터를 빠르고 저렴하게 확보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AI 개발 프로세스를 끌어올린다고 강조하고 있스니다. 제너럴 모터스, 토요타, 에어비앤비, 오픈AI, 오토 모터스는 물론 미군까지도 AI용 훈련 데이터 확보를 위해 스케일을 사용하고 있다는군요.
디스코드는 개인용 채팅 플랫폼으로 기업용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슬랙 같은 공개 채널과 음성에 초점이 맞춰진 비공개 그룹 메시징이 결합된 서비스입니다.
현재 시점에서 디스코드는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죠. 앞으로 디스코드가 엔터프라이즈 시장에 뛰어들 계획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럼에도 디스코드를 포함시킨 것에 대해 프로토콜은 디스코드가 이룬 혁신의 많은 것들이 엔터프라이즈 플랫폼들에 적용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옥타(Okta)는 기업들이 사용자 인증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사용자 접근을 쉽게 통제할 수 있게 하는 것은 물론 내부 애플리케이션들이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IT팀들이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지난 한주 엔터프라이즈 컴퓨팅 분야에서 흥미로웠던 다른 소식들도 정리했습니다.
- 카카오카카오 B2B 자회사인 카카오 엔터프라이즈가 최근 산업은행으로부터 1000억원 투자를 유치하면서 기업 가치를 1조원 이상으로 평가 받았다고 하는군요. 지난해 기업용 협업 플랫폼 카카오워크를 선보인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올해는 기업용 클라우드인 카카오i 클라우드를 승부수로 내걸고 있습니다.
- 화상회의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화상회의에 최적화된 모니터들고 나오고 있습니다. 델 테크놀로지스도 최근 마이크로소프트 화상회의 기반 커뮤니케이션 서비스인 팀즈에 바로 들어갈 수 있는 모니터를 선보였습니다.
- 클라우드가 확산되면서 보안에 대한 개념도 빠르게 바뀌고 있습니다. 네트워크 보안 시장도 마찬가지인데요. 요즘은 한시대를 풍미해온 하드웨어 기반 방화벽이 아니라 소프트웨어에 초점이 맞춰진 방화벽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클라우드와 원격 근무 환경을 지원하는 측면에선 소프트웨어 방화벽이 더 필요하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 사용만 만큼 돈을 내는 클라우드 컴퓨팅 모델 확산은 기업들이 IT 예산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절차에도 많은 변화를 몰고 왔습니다. 사용량을 예상해 기안서를 올린 후 예산을 승인받고,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식은 클라우드 환경에선 통하기 어렵다. 필요할 때 쓸 수 있는 클라우드 특성에 맞는 예산 집행 프로세스가 필요할 수 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요즘 주목 받고 있는 키워드 중 하나가 핀옵스(Finops)다. 핀옵스는 기술팀과 재무팀 간 소통 방식과 업무 프로세스를 클라우드에 맞게 바꾸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이를 다룬 책 '클라우드와 핀옵스'도 나왔습니다.
- 언제부터인가 엣지컴퓨팅이라는 말이 클라우드 컴퓨팅의 한계를 보완할 개념으로 종종 회자되고 있습니다. 그동안 엣지컴퓨팅은 잠재력에 초점이 맞춰졌는데, 요즘은 사례들도 조금씩 나오고 있습니다.
- 네이버는 LG전자와 제휴를 맺고 교육 분야를 겨냥한 노트북 시장에도 뛰어들었습니다. 네이버는 자사 웨일 브라우저 기반 OS인 웨일OS를 기반으로 교육에 최적화된 환경을 탑재해 학교 현장을 공략할 계획입니다. 구글 크롬북을 떠올리게 하네요. 조만간 제품이 나온다고 합니다. 가격은 아직 미정인데 비싸지는 않을거 같습니다.
- 기업용 클라우드 시장에서 컨테이너 오케스트레이션 플랫폼인 쿠버네티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관련 보안 시장도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쿠버네티스 플랫폼 레이스에 뛰어든 회사들이 쿠버네티스 보안 전문 업체들을 계속해서 인수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최근에는 레드햇이 쿠버네티스 컨테이너 보안 업체 스택록스를 인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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