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스로이스, 항공기 엔진 사업을 종량제 서비스로 바꾸다

제조의 서비스화와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성공의 비밀

2020.12.17 | 조회 1.65K |
2
|
테크잇의 프로필 이미지

테크잇

B2B 테크 비즈니스에 대한 다양한 시선

한때 이런 저런 글들에서 GE 디지털 플랫폼 프레딕스를 제조 기업이 소프트웨어 플랫폼으로 변신한, 이른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한 대표적이고 보기 드문 사례로 언급했더랬습니다.

저만 그런 건 아니고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같은 저명한 매체부터 IT와 경영 분야 많은 인플루언서들이 프레딕스를 대표적인 혁신 사례로 다뤘습니다. 100년된 제조 기업이 애플이나 구글 같은 소프트웨어 플랫폼 기업이 됐다는 것은 관심을 꽤 끌어모으는 주제였습니다.

GE 디지털 사업 부문이었던 GE 디지털은 2015년 산업용 IoT 운영체제를 표방하는 프레딕스를 플랫폼을 내놨습니다. 이후 GE 디지털은 프레딕스 기반으로 다양한 파트너들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생태계 전략을 구사했습니다. GE디지털 자체적으로 앱을 개발하는 것은 물론이고 외부 개발자들도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했습니다. 애플이나 구글의 모바일 플랫폼 전략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2017년 프레딕스발 디지털 혁신의 주인공이었던 제프리 이멜트 CEO가 물러나고 존 플래너리가 GE 사령탑을 맡으면서 프레딕스는 혁신에서 애물단지로 추락하기 시작합니다.

프레딕스에 대해 겉은 화려했지만 알맹이는 없었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2017년 까지만 해도 '디지털 전략, GE에서 배워라'가 대세였는데 2018년에는 분거꾸로 '디지털 전략, GE 실패에서 배워라'라고 말해야하는 장면이 연출됐습니다. 프레딕스의 부침에 대해 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졌습니다.

[포브스코리아]디지털 전환의 함정 '기술우선주의를 경계하라'

2017년 GE의 디지털 전환을 이끌었던 제프리 이멜트 회장이 물러나고 프리딕스의 기술적인 어려움과 지연으로 인해 추진 동력과 투자는 대폭 줄어들었다. 새로 바통을 이어받은 존 플랜너리 대표는 “프리딕스의 문제들을 해결하고 적용 산업을 확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마무리 지었다.

2019년 6월 23일 포브스코리아 기사 일부 발췌

 GE 사례는 요즘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라는거, 말처럼 쉬운거 아닙니다'라는 상징하는 사례로 종종 언급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상황 속에 클라우드와 협업 플랫폼이 확산되면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대한 함성소리가 우렁차게 울려퍼지고 있지만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라는거, 말처럼 쉬운거 아닙니다'는 여전히 유효합니다. 사람이 바뀌기 힘들듯, 사람들이 모여있는 기업 역시 바뀌기는 쉽지 않겠지요.

알고리즘 리더.
알고리즘 리더.

그러다 최근  '알고리즘 리더'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알고리즘 시대에 맞는 리더십을 다룬 책인데, 여기에 관련된 사례 중 하나로 롤스로이스 변신 스토리가 언급되더라고요.

제조사에서 서비스 컴퍼니로 변신에 성공했다는게 골자인데, GE 프레딕스처럼 오버할까 하는 우려도 살짝 있지만... 그래도 콘셉트만 놓고 보면 꽤 흥미로운 변신 스토리다. 여러 군데 기사로도 다뤄지고 있네요.

롤스로이스는 항공기 및 선박 엔진 제조사인 롤스로이스 홀딩스와 자동차 제조사인 롤스로이스 자동차가 있는데, 책에서는 롤스로이스 홀딩스를 다루고 있습니다.

롤스로이스의 변신은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롤스로이스 트렌트 엔진은 에어버스 A330부터 보잉 787 드림라이너까지 매우 다양한 항공기에 탑재된다. 당시에는 대개 항공기 엔진의 수명이 다했을 때 항공사가 대체 엔진을 구매하여 설치하고 유지보수를 했다. 여기서 문제가 있었다.

항공사에 다양한 종류의 항공기가 있었고 대개 관리해야 할 엔진 모델 또한 매우 다양했기 때문에 항공사의 서비스 부서가 항공기 엔진의 수명을 최대한 사용할 만큼 역할을 잘 해내지 못했다. 엔진을 너무 일찍 교체하거나 너무 오랫동안 방치하다 보니 엔진이 심하게 고장 나는 일이 매우 흔했다.이런 현실에서 롤스로이스는 항공기 운항 시간에 따라 엔진 요금을 부과하는 가입 모델을 개발했다.

이처럼 엔진 가동 시간에 따라 사용료를 받는 방식으로 엔진의 설치부터 유지보수까지 엔진과 관련한 모든 서비스를 제공했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은 항공사에도 롤스로이스에도 혁신을 불러일으켰다. 덕분에 항공사는 항공기 도입 시 초기 비용을 최소화하여 부담을 줄였으며 롤스로이스는 반복적이고 예측할 수 있는 수익 모델을 가졌다. 하지만 여기서도 문제가 있었다.

서비스 중심의 사업을 운영하려면 엔진 제조를 중단하고 엔진에 관련한 데이터를 모으는데 중점을 둬야 했다.롤스로이스는 먼저 엔진에 각종 센서를 부착하여 엔진의 성능에 관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분석했다. 비행 중인 항공기에서도 데이터가 R&D 센터로 전송되고 분석되었으며 필요한 경우 사전 조치가 취해졌다.

롤스로이스는 방대한 수의 엔진을 관리했기 때문에 규모에 맞게 각종 엔진의 디지털 성능을 연구하기 시작했다.오류를 파악하고 예측하고 효율적인 유지보수를 하며 연료 소비를 최적화하기 위한 새로운 방법을 구상했다. 그리하여 물리적 엔진의 디지털 버전을 설계하고 관리하면서 롤스로이스는 가격을 두고 여타 벤더들과 경쟁하던 제조업체에서 알고리즘 기반의 서비스 업체로 변신하여 운영 효율을 중시하는 항공사들에 엔진 유지보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물리적인 것을 가상에 똑같이 구현하는 디지털 트윈 관점에서도 롤스로이스 사례는 주목할 만 합니다.

롤스로이스 트렌트 엔진은 디지털 트윈의 가장 오래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디지털 트윈은 현실 세계의 기계나 장비, 사물 등을 컴퓨터 속 가상세계에 구현한 것을 말한다. 실제 기계의 성능을 최적화하는 기술이다. 예컨대 제조라인이나 공장, 자율주행차, 심지어 대형 시스템의 소규모 구성 요소들까지 디지털 트윈으로 구현할 수 있다. 
각종 센서와 데이터를 이용하여 선적 시설이나 풍력 발전소, 조직 내 부서의 업무 프로세스 등을 디지털 트윈을 만들 수 있다. 또한 트렌트 엔진처럼 디지털 트윈은 각종 센서로부터 수집하는 데이터를 이용하여 끊임없이 스스로 학습하고 업데이트한다. 이런 기술을 활용하여 우리는 시뮬레이션을 실행하고 결과를 예측하며 다양한 운영 시나리오를 구성할 수 있다.

요즘도 제조의 서비스화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높고 관련 업계의 행보들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마존웹서비스(AWS) 같은 대형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들도 스마트팩토리를 지원하는 솔루션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술이 아무리 좋아진다고 해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뚝딱 이뤄지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라는거, 말처럼 쉬운거 아닙니다'는 여전히 유효한 말이고, 앞으로도 프레딕스와 같은 사례는 계속 나올 수 있습니다. 기회가 되면 제조의 서비스화를 직접 추진해봤던 분을 인터뷰해서 관련 내용을 공유드리겠습니다.

 

 

다가올 뉴스레터가 궁금하신가요?

지금 구독해서 새로운 레터를 받아보세요

✉️

이번 뉴스레터 어떠셨나요?

테크잇 님에게 ☕️ 커피와 ✉️ 쪽지를 보내보세요!

댓글 2개

의견을 남겨주세요

확인
  • 굿글의 프로필 이미지

    굿글

    0
    over 4 years 전

    오오~ 첫 뉴스레터 축하합니다!

    ㄴ 답글
  • 철아의 프로필 이미지

    철아

    0
    over 4 years 전

    축하합니다

    ㄴ 답글
© 2025 테크잇

B2B 테크 비즈니스에 대한 다양한 시선

메일리 로고

도움말 자주 묻는 질문 오류 및 기능 관련 제보 뉴스레터 광고 문의

서비스 이용 문의admin@team.maily.so

메일리 사업자 정보

메일리 (대표자: 이한결) | 사업자번호: 717-47-00705 |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53길 8, 8층 11-7호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정기결제 이용약관 | 라이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