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유자입니다. 4일간 완전한 자기만의 시간이 생긴다면 당신은 무엇을 하고 싶으신가요? 저는 오늘부터 4일간 자유 시간입니다. 결혼 준비 중인 남자친구의 자취 집에 방문하려고 했는데 남자친구가 떨떠름해 보여서 취소했거든요. 그 사람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모든 일정을 비우고 조정해서 텅 빈 상태인지라, 저 혼자서 이 4일을 어떻게 보낼까 생각 중이랍니다.
**의 서재 앱에서 읽고 싶은 책을 전부 내 책장으로 담아놓기도 하고, 그동안 드문드문 읽고 있었던 작은 아씨들과 이해인 수녀님의 '사랑은 외로운 투쟁'을 집중해서 읽자고 다짐하기도 하고, 굳은 버스 표 값으로 오랜만에 좋아하는 카페에 갈 생각이고요, 그리고 요즘 1kg 살이 쪄서 다시 원상복구하고, 더 살을 빼려고 다이어트 계획도 짜놓았습니다. 이렇게 보니 왠지 너무나도 재밌게 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서운한 마음이 앞섭니다. 저의 남자친구는 평소에 일이 많은 회사를 다니고 있어서, 평소에도 많이 피곤해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남자친구도 많이 배려를 해주지만 저도 제 나름대로 많은 배려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제가 오랜만에 간다고 했을 때 머뭇거리는 것을 보고 아, 이 사람 힘들구나 싶었지요. 그러고는 "오시고 싶으시면 오시라고" 하는데 왠지 힘이 쭉 빠지더군요.
그 뒤로 기분이 계속 나빴습니다. 왜 이 사람은 내가 사랑하는 만큼 나를 사랑하지 않을까? 왜 내가 이 사람을 배려해 주는 만큼 배려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눈에 씌워진 듯 어른거렸지요. 요즘 보는 '잠언'이나 여러 지혜를 담은 글들을 떠올려서 마음을 가라앉히려 해도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이 편지를 당신께 쓰려고,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이해인 수녀님의 사랑은 외로운 투쟁을 읽고 있는데 딱 답이 나오더군요.
이해인 수녀님께서 여행 중에 읽으신 '보키니'의 구절을 적어주셨는데요, 그 글을 읽으니 아,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옮겨보겠습니다.
"타인들에게 완벽을 강요하면 나는 그들의 적이 되고 말 것이니, 완벽을 요구하면 할수록 그들의 눈에는 더욱더 차갑고 무정한 사람으로 비칠 것이다. 완벽이 아닌 최선을 요구하면 나 자신의 삶도 큰 이해심으로 바라보게 될 것이다."
완벽이 아니라 최선. 그 말이 저에게 답이 되었습니다. 나중에 남자친구와 통화할 때 저에게 미안하다고 이야기하더군요. 남자친구는 저에게 자신의 상황과 몸 상태, 피곤함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저는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남자친구에게 완벽함을 더 이상 요구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이 편지 쓰기를 마치고 보내면 다시 이해인 수녀님의 책을 읽고, 7시 즈음에는 걷기 운동이라도 다녀와야겠습니다. 차가운 바람을 맞으면서, 매일 아침 3~40분가량 걸어서 회사에 출근하고 또 퇴근했던 남자친구의 고생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그리고 머리와 마음을 차분하게 식히고, 남자친구가 혼자서 편안히 쉬는 동안에 저의 인생을 돌보는 시간을 가져야겠습니다.
당신께서도 일주일의 중간인 오늘, 차분하고 편안한 하루 보내시고 따뜻한 옷을 잘 입으셔서 몸도 건강히 유지하시길 바랍니다. 읽어주셔서 감사드리고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내일 뵙겠습니다.
유자 올림.
댓글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