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일즈 뉴스레터는 융합예술주간에서 퍼포먼스와 체험형 전시 형태로 펼쳐지고 있는 '디엔에이 아트랩 DNA Art Lab'과 '머신아트랩 Machine Art Lab'을 집중 조명합니다.
참여 작가들은 포항의 지리와 지질, 역사에 대해 해양 문명, 해양 문화, 도시 특성, 철강 산업, 포항 사람들의 관점을 담습니다. 이번 리서치는 투사 관점과 접근 방법론적 측면에서 기존 상징들을 재해석하는데 머무르지 않고, 현상과 작용과 변화 과정을 주목한다는 특징을 갖습니다.
과학적 분석과 원리, 그리고 기술적인 해결을 활용하면서 그에 공공성을 덧붙입니다. 또한 예술이라는 공감 장치를 활용하여 도시 문제를 모두가 함께 풀어가는 장을 만들자는 것이 이번 융합예술주간의 목표이기도 합니다. 그리하여 애초 접근에서 작가들은 문제적인 소재를 선택하되, 그것을 분석하는 데 있어서 새로운 관점과 방법론을 고안해 내기 위해 그 소재나 대상에 대해 물질 차원, 특히 나노 차원, 화학적 변화 등 보다 근본적 차원에서 접근하게 됩니다. 또한 현상에 대해서도 빛, 소리, 전기, 뇌파 등의 속성적 측면에 주목해 움직임과 관계성을 파악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도시 프로젝트인 만큼 도시 디자인에서도 물, 불, 바람과 같은 기후적 또는 환경적 측면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뉴스레서는 10월부터 11월까지 매주 화요일, 목요일, 토요일(가끔은 다른 요일)에 찾아뵙겠습니다. 🙂
많은 기대 바랍니다. ✨
2024 포항융합예술주간 '제6의 섬'에 관한 내용은 홈페이지와 인스타그램을 참고해주세요.
'13호: 레 썽띠넬(초병들), 정승 🤖'
📆 2024년 11월 7일
📝 13호: 레 썽띠넬(초병들), 정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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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포항 융합예술 프로젝트 참여 작가 정승은 10월 25일부터 11월 17일까지 동빈문화창고1969에서 진행되는 전시 《제6의 섬 Sixisles》에서 〈레 썽띠넬(초병들) Les Sentinelles〉(2024)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전시장에서 3 종류의 군집으로 이뤄진 총 15개의 로봇과 실감 영상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전면의 큰 화면에서 보이는 환상적인 화면과, 바닥에 깔린 폭신한 충전재, 그리고 그 사이 사이를 노니는 로봇과 어울릴 수 있습니다.
정승 작가가 개발한 로봇은 벌이나 개미의 집단 지성에서 차용한 군집 시스템(swarm system)이 적용되어 있습니다. 로봇들은 각각 부착된 센서에 의해 서로 피하기도 하고 사람을 쫓아다니기도 하며 전시장을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특별한 로봇이 있는데요, 바로 말하는 로봇입니다. 운이 좋다면, 전시장 안에서 말하는 로봇을 만나보실 수도 있습니다.
각 로봇들은 작가가 설정한 키워드들을 서로 교환 합니다. 각각 ‘일상의 파편들’, ‘기계의 시선’, ‘날아오르는 이유’, ‘영원이라는 착각’, ‘디지털 맥박’, ‘빔커런트’ 의 소주제로 나뉩니다. 이 여섯 키워드는 인류 보편의 문제(전쟁, 전염병, 기후), 포항의 역사(제철소), 그리고 포항의 유산과 회복력(천연기념물)의 세 부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지역을 형성하고 지속시키고 변화시키는 요소들(행위자들)을 비인간중심적인 차원에서 분류했습니다.
지난 뉴스레터에서 포항이 근대 도시화되면서 거친 역사라는 과정의 문제와 특수성을 조명했다면, 이번 뉴스레터는 비인간의 관점에서 기후적 요소와 천연기념물이라는 자연의 유산을 주목해봅니다.
수달은 2012년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으로 분류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야생에서 보기 힘든 수달이 포항에 서식하고 있습니다. 2017년 포항 운하에서 처음 수달이 발견된 이후, 포항 여러 지역에서 수달이 목격되는 사례가 꾸준히 증가했습니다. 특히 2018년에 잇따라 발견되면서, 포항의 수변 환경 개선이 수달 출현의 주요 이유라는 의견도 제기되었습니다.
정말 사람의 힘으로 수변 환경을 개선한 것인지, 자연이 스스로의 힘으로 환경을 정화한 것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수달의 서식 환경에 따라 그 지역의 수환경 건강도를 측정할 수 있을 정도로 깨끗한 물에만 사는 수달이 발견되고 있다는 사실은 고무적입니다. 최근에는 2023년 10월 스페이스워크 인근에서 수달이 찍힌 사진이 남아있습니다.
바다와 강에 빚져 살아왔던 사람은, 다시 그 자리를 다양한 생물에게 돌려주기 위해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에 화답하듯 돌아온 수달은 그 노력을 헛된 것이 아니라고 응원해주는 것 같습니다.
작업 안에서 천연기념물인 수달이 차지하는 내용은 사실 일부입니다. 왜냐면 정승은 휴머니즘적 네러티브를 차용하고 있지 않기 때문인데요, 우선 정승은 포항 혹은 포항과 같은 지역이 지닌 가능성을 데이터적 측면에서 바라보고 있습니다. 정승이 초기 세팅한 데이터는 포항에도 속하지만 포항을 넘어서는 비인간중심의 문제, 혹은 자연과 지구와 우주적 차원의 데이터들입니다. 그리고 이들을 탑재한 로봇들은 서로 부딪치면서 단어들을 또한 교환합니다. 정보들이 다소 자율적으로 생성되는 시스템을 만든 것이죠.
정승의 이번 스왐시스템은 로봇이라 부르는 15개의 정보 교환과 정보 생성 장치들, 세팅된 정보과 생성된 정보들에 의해 바뀌게 되어 있는 영상 이미지(5개의 실시간 생성형 동영상), 그리고 현장에서 관객 움직임이나 대화에 반응하는 인공지능, 크게 이렇게 세 군이 센싱작용을 통해서 변화를 만들어내도록 만든 시스템인데요, 이번 포항융합예술주간에 처음으로 개발하여 구동중입니다. 실제 구현 자체도 복잡해서, 개발자분이 계속 로봇 움직임과 정보 교환과 생성과 그것의 이미지 반영을 모니터링 하고 있답니다.
물론 바닥의 충전재에 앉아 있으면서 관람자는 의미를 생각하게 됩니다. 시민의 차원을 넘어서 인류의 차원으로, 지역의 차원을 넘어서 지구적 차원으로 로봇들이 생성하는 단어와 개념들을 보고 또 덧붙이자보면, 여러 경계들을 넘어선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러는 사이 관람객은 어쩔 수 없이 미래에 대한 희망이나 염원을 품게 되기도 하죠.
미래를 단지 유토피아적으로만, 혹은 디즈토피아적으로만 보게 되지도 않습니다. 낙관과 비관과 불안과 희망이 뒤섞인 가운데 다소 냉정해지는 순간이 찾아오는데요, 미래란 것은 사실상 지금 있는 여러 구체적인 행위 요소들의 상호작용과 복잡한 네트워크에 의해서 조형되는 유동하는 현재나 마찬가지라는 것을 차분하게 인정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번 융합예술프로젝트를 통해서 작가는 포항에 위치한 가속기연구소와의 협업을 시도했습니다. 포항가속기연구소는 홈페이지에 가속기가 운영되고 있는 상태를 공개하고 있는데요, 그 데이터를 작품 이미지로 구현했습니다. 전시장에 뒤바뀌는 영상 중에 가속기가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상태도 확인할 수 있답니다.
개발된 시스템을 좀 더 자세히 보겠습니다. 작가는 여러 요소들이 만들어내는 복합적인 관계성을 인공지능과 인터렉티브 시스템을 통해 구현되도록 설계했습니다. 로봇들은 부딪칠 때마다 서로 키워드를 교환합니다. 키워드를 교환한 이후에는 그에 맞게 영상이 뒤바뀌는 알고리즘을 가지고 있습니다.
각각의 키워드에 따라 어떤 실감 영상으로 화면이 바뀌는지 확인해 볼까요? 📺
'일상의 파편들'에서는 현재를 구축하고 미래를 여는 액터(행위자)들과 관련된 키워드 단어들이 쏟아져 내리고 있습니다. 포항 지역에 출몰하는 천연기념물을 소재로 한 작품이며, 단어나 이미지들이 쏟아져 내립니다. 그리고 이 화면은 관객들의 실루엣에 반응하기도 합니다. 쏟아져 내리는 단어를 읽어보니 '수달', '큰고니'와 같은 동물부터, '영일만', '송도' 등 포항의 지역명도 보이네요.
'기계의 시선'에서는 로봇들이 부딪치면서 생성하고 교환하는 단어들에 의해 크롤링된 이미지가 생겨나고 있습니다. 온라인에서 불러와지는 이미지들이 실시간으로 업데이트 되고 있는 것이죠.
'날아오르는 이유'에서는 우주로까지 뻗쳐가는 인간의 욕망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죠. 대한민국이 추진중인 달 개발을 비롯하여 각 나라들의 우주 개발 프로젝트는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그와 동시에 지구의 대기권을 점점 채워가고 있는 인공위성과 쓰레기들도 함께 늘어가고 있습니다. 이 시점에서 정승은 관객들에게 우주개발이라는 화두를 던지고 있습니다.
'영원이라는 착각'에서는 마치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가 단단한 땅으로 이뤄져 있고 변치 않을 것이라고 여기는 착각에 비유하고, 지구를 살아있는 시스템으로서 인식할 필요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를 말랑말랑한 지구와 달, 화성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는 콘크리트와 철등에 둘러쌓여 살고 있어, 보호받고 있다는 안도감을 느끼고 있지 않나요? 그치만 작가는, 그 내부의 액체 상태의 맨틀이 있고 지구의 온도도 급변하고 있는 현 상황을 직시하게끔 합니다. 고정되어 있는 우리의 관념을 다시 돌아보기를 제안하며 말이죠.
'디지털 맥박'에서는 다양한 데이터에 의해 변화하는 추상적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맥박이라는 키워드는 최근 작가가 고심하고 있는 다양한 센서들과 인공지능에 의해 실시간으로 작동하는 '디지털 생명체'들의 고유한 리듬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요, 디지털 생명체에게 있어 핵심 개념이기도 합니다.
'빔 커런트'에서는 포항가속기연구소에서 가속기가 운영되는 안정 상태를 진동과 파장으로 기록하고 있는데 그 진동과 파장 이미지를 활용한 영상작업을 보여줍니다. 가속기 연구소의 인터넷 사이트에서 가속기의 운전 상태에 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불러와 애니메이션에 적용했습니다.
포항가속기연구소에서 운영되는 3세대 방사광 가속기와 4세대 방사광가속기의 안정 상태를 진동과 파장으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작가는 그 진동과 파장 이미지를 활용한 영상 작업을 보여주고 있죠.
‘디지털 생명체’라는 주제로 작업하고 있는 정승 작가로부터, 인간과 기계의 공진화적 관계성을 생각하게 됩니다. 특히 이번에 인공지능 시스템과 인터렉티브 미디어 시스템이 실시간으로 네트워킹 하는 것을 개발해 구동시키고 있습니다. 장차 이 스왐시스템이 어떻게 발전되어갈지, 어떤 관계망을 보여줄지 매우 기대됩니다.
물론 비인간중심적 데이터를 적용했지만, 사실 그 안에는 인간의 착각과 욕망의 이야기도 들어 있습니다. 또한 인공지능과 같은 기계에 의해 구축되어 가는 세계가 어떤 것일까를 생각하게 되기도 합니다. 우연인 것처럼 혹은 우발적인 것처럼 혹은 사고인 것처럼 생성되는 정보들, 그리고 그러한 정보들을 통제하거나 통제하지 못하는 시스템. 인간이 구축하는 환경이라는 것은 어쩌면 우발적인 것과 통제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 사이에서의 긴장 상태를 말하는것은 아닐지요.
스왐시스템의 전시장은 행위자들의 복잡한 연결망을 구현합니다. 그 속에서 우리는 실제적 변화란? 변화를 구성하는 행위자란? 혹은 행위라는 것에 대한 통제 가능성과 불가능성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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