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한 알짜기업 다 어디갔니? 앗! 이게 왜 손실 폭탄?

구독자님, 오늘도 건강한 주식 맛집, 앤츠랩입니다. 

드디어! 온 국민의 관심을 끈 대선이 마무리됐습니다. 박빙의 승부를 펼친 끝에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됐죠. 역대급 비호감 선거로 불린 만큼 억지로 투표장에 가신 분도 많을 줄 압니다. 어쨌든 결과는 나왔으니, 이제 대선 이후 증시는 어떻게 움직일 지 짚어볼 때가 아닌가 싶네요.

새 정부가 출범하면, 뭔가 국민 지지를 얻기 위해 화끈한 경기 부양책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하죠. 실제로 그렇기도 합니다. 이런 기대감에 증시도 핫한 장세가 펼쳐질 것 같은 기분에 빠져들죠.

하지만 2000년대 이후 주식시장의 기억은 "대선과 주가지수는 큰 관계가 없다"는 거였습니다. 2000년 이후 4차례의 선거에서 증시는 대내 변수보다는 대외 변수에 더 큰 영향을 받았다는 겁니다.

지금도 우크라이나 사태의 향방과 그에 따른 원자재 가격 변동, 미국의 통화 긴축 강도 등이 증시에 더 큰 영향을 줄 것이란 얘깁니다. (우크라 사태로 대선도 잊을 뻔!)

다만, 개별 정부마다 특색 있는 산업정책을 발표하게 마련인데요. 그럴 때마다 관련 분야가 증시에서 주목받을 가능성은 있습니다.

노무현 정부 땐 바이오테크, 이명박 정부에선 토목·건설 분야가 정책 수혜주로 꼽혔습니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신재생에너지·소재부품장비 등이 주목받았죠. 윤 후보자의 당선 직후 증권가에선 벌써 원자력발전, 건설주 등을 수혜 업종으로 거론합니다.

역대 대통령 당선인이 그랬듯, 윤 당선자도 증시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공약을 내놨습니다. 증권거래세 폐지, 장기 투자자 주식 양도소득세율 인하 등 개인 투자자 세금 부담을 완화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기업의 물적분할로 속 쓰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투자자 보호 장치도 마련하겠다고도 했죠. 그 밖에 공매도 제도 개선과 증권 범죄 엄단도 공약했습니다. 

앤츠랩도 감히 약속하겠습니다! 건강한 주식 정보를 제공하는 본업과 함께, 정부가 우리 개미들에 밝힌 약속을 제대로 지키는 지 더듬이 똑바로 세우고 지켜보겠습니다.

영업권 손상차손이 뭐길래 계속 괴롭혀? 롯데쇼핑

·작년 4분기 어닝 쇼크에 신용등급도 강등
·한 분기 영업권, 점포 사용권 손상만 5600억 
·디지털 전환 속도 여전히 더뎌...자산 손상 더 커질듯

이번 레터에서 앤츠랩이 메인으로 다룰 기업은 롯데쇼핑입니다. 이 회사는 지난번 19회 레터(2021년 3월22일)에서도 다룬 적이 있습니다. ([앤츠랩]실적 살아나는 턴어라운드? 유통공룡의 미래는) 하지만 또 분석해드릴 이유가 생겼습니다.

최근 '어닝 쇼크' 수준의 작년 실적 발표가 있었고요. 이어 국내 신용평가사들이 이 회사 신용등급을 한 단계 강등(그래서 현재 AA-)한 신용 이슈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19회 레터에서 6개월 후 이 회사 주가 예측을 개미 2마리로 박하게 매겼는데요. 예측은 그대로 들어맞았습니다. 주가 그래프는 거의 10년째 내리막.

작년 4분기 영업이익도 1174억원으로 전년 대비 35% 줄어 시장 예상치(1490억원)를 한참 밑돌았습니다. 당기순이익은 4580억원 적자를 기록했죠.

왜 실적도 안좋은 회사를 분석했냐고요? 타산지석이란 말이 있죠! 이 회사 사례로 배울 점이 있습니다. 지난 레터에선 온라인 유통 혁신에 더딘 사업성을 중심으로 분석했는데요, 이번엔 회계라는 도구로 경영자의 과거 의사 결정이 어떻게 대규모 손실로 돌아왔는지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작년 4분기 순이익이 적자가 난 건 이 회사가 사업을 위해 갖춰놓은 자산이 크게 손상됐기 때문입니다.

기계장치처럼 눈에 보이는 유형자산이나 자회사 영업 네트워크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자산들이 손상된 것을 회계 용어로 ‘손상차손’이라고 하는데요. 작년 4분기에만 발생한 손상차손은 5595억원에 달합니다.

백화점·대형마트·슈퍼·가전매장 등 이 회사가 가진 총자산은 대략 31조원 정도가 되는데요, 한 분기에만 5000억원이 넘는 손상이 발생한 건 쉽게 생각할 일이 아니죠.

방금 '손상차손'이라는 다소 생소한 회계 용어가 등장했는데요. 손상차손이란 가진 자산이 더는 돈값을 못하는 경우, 이를 손실로 반영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자산을 활용해서 앞으로 벌 수 있는 미래의 경제적 가치가 재무제표에 적힌 장부상 가치보다 더 적을 경우, 그 적어진 만큼을 손실로 반영하는 것이지요. 직접적인 영업에서 발생한 손실은 아니기 때문에 손익계산서에선 ‘영업 외 손실’로 기록합니다.

롯데쇼핑에서 발생한 손상차손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우선 자회사 영업권과 관련한 손상차손이 1209억원, 점포 사용권 자산이 손상된 게 4273억원이었습니다. 뭔가 과거 인수한 자회사나 유통에 활용하는 점포가 황금알을 낳아주기는커녕 비용만 축내고 있는 상황이란거죠.

자회사 영업권 관련 손상차손부터 살펴봅시다. 영업권이란 용어가 또 새롭게 등장했네요. 영업권이란 기업의 브랜드 가치나 탄탄한 고객 네트워크, 충성도 높은 조직 문화 등 다른 기업보다 더 많은 이익을 낼 수 있게 해주는 무형자산을 의미합니다. 자영업 하시는 분들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개념으로 ‘권리금’과 같은 겁니다.

재무제표에는 어떤 기업을 웃돈 주고 인수하면 이런 영업권 자산이 생깁니다. 인수하기 전 기업 실사로 파악한 가치(공정가치)는 100억원인데, 이 기업의 브랜드 파워와 조직의 힘 등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130억원에 샀다면 그 웃돈을 얹은 30억원 만큼이 영업권이 됩니다. (반대로 공정가치보다 싸게 샀을 땐 싸게 산 만큼의 이익이 발생했다는 의미인 염가매수차익을 기록합니다)

기업 인수합병(M&A)을 많이 하는 기업일수록 이런 영업권 자산이 많습니다. 롯데쇼핑의 경우 2010년 GS스퀘어·GS마트, 2012년 롯데하이마트, 2013년 롯데미도파 등을 M&A 했고, 그 이후에도 중고나라 등 왕성한 행보를 보였는데요. 이런 활동들이 회사에 크게 도움이 못 된 겁니다. (롯데의 M&A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직접 챙겨온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영업권 자산은 다른 자산처럼 사용할 수 있는 기간(내용연수)에 따라 그 가치를 감가상각하지 않습니다. 회계 결산을 할 때마다 영업권 가치를 평가해 반영합니다.

인수한 회사가 시원찮은 실적을 내면, 영업권 가치를 평가할 때 손상된 것으로 판단합니다. 그전엔 자산으로 잡혀 있던 게 갑자기 손실 폭탄으로 돌변할 수 있죠. (단골로 북적이던 식당을 비싸게 인수했는데, 갑자기 단골이 끊겨 파리가 날리는 상황과 비슷)

또 4000억원대 손상이 발생한 점포 사용권 자산이란 임대 점포를 활용해 벌어들일 수 있는 가치를 기록한 겁니다. 2019년 국제회계기준 1116호(리스 회계) 도입으로 등장한 자산이죠. 실제 계산법은 좀 복잡한데, 한 마디로 점포 운영 기간에 꼬박꼬박 내는 임대료를 단순히 비용 처리하지 않고, 자산으로 인식하는 개념입니다.  

점포도 연구개발비처럼 미래에 수익을 가져다줄 수 있는 자산으로서의 성격을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죠. 이 자산은 점포 사용 계약 기간에 따라 감가상각을 하는데, 장사가 잘 안돼서 임대료도 커버 못 할 정도가 되면 손상차손으로 인식하는 겁니다.

손상차손이 발생했다는 것은 단순히 넘길 사안이 아닙니다. 손상차손을 계산할 때는 그 자산을 활용해서 앞으로 벌어들일 수 있는 미래의 현금흐름까지 반영합니다. 그러니까 인수한 자회사나 임대 중인 점포를 지금 상태로 운영하면, 앞으로 잘 될 리가 없다는 걸 회사도 인정한다는 의미니까요.

특히 롯데쇼핑은 신세계, 이마트 등 경쟁사보다 임대 점포 비중이 큽니다. 임대 점포가 많은 만큼, 장사가 잘 안될수록 점포 사용권 자산의 손상은 더 커질 수 있죠.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느냐. 지난 레터에서 충분히 짚었듯이 ‘디지털 혁신’에 성공해야만 손상차손의 어두운 그림자로부터 벗어날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으로 신선식품은 물론, 대규모 가전까지 다 구매하는 시대에 오프라인 점포 위주의 사업 구조를 혁명적으로 전환해야 하는 거죠.

물론 롯데도 이를 모르지 않습니다. 다만 몸집이 워낙 커서 시대 변화에 몸을 맞추기가 쉽지 않을 따름이죠.

마지막은 한태일 한국신용평가 수석애널리스트의 롯데쇼핑 평가 의견으로 마무리 할까 합니다. 시장의 시각이 이렇습니다.

“중장기적인 펀더멘털(기초체력) 개선 여부에 불확실성이 있다. 그동안 외형보다는 비용 감소, 구조조정에 집중했기 때문에 성장 동력 확보 전략은 초기 단계다. 오프라인 매장 구조 개편엔 시간이 필요해 보이고, 온라인 채널의 상품 판매액 성장은 시장 평균을 밑돌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온라인 시장 잠식을 방어하기 위한 판촉과 투자 부담은 여전히 남아 있다.”

결론적으로 6개월 뒤:

디지털, 참 어렵네. 그래도 주가는 너무 내린거 아냐?

왜 다들 기다리라고 할까? 버핏지수 봤더니

최근 앤츠랩과 인터뷰를 한 증시 전문가들의 공통된 메시지가 있는데요. 시장을 보는 관점이 비관론자든 낙관론자든 “지금은 좀 기다리라”는 말을 합니다. (앤츠랩이 의도도 하지 않았는데, 다들 생각이 비슷)

난 기다릴 수가 없는데. 왜들 자꾸 기다리라고만 하지? 그건 전문가들이 참고하는 다양한 지표들이 주가 하락을 예측하기 때문이죠. 지난 152호 레터 디저트 코너에서 가까운 미래의 증시 변동을 예측하는 지표로 선행지수 순환변동치와 일평균 수출액을 소개했는데요. 이번에 소개해 드릴 것은 버핏지수와 장단기 금리차입니다.

우선 전설적인 투자가 워런 버핏의 이름을 딴 버핏지수는 주식시장 시가총액을 명목 국내총생산(GDP)로 나눈 값입니다. 한 나라 경제의 생산 능력에 비해 주식 가격이 얼마나 되는지를 나타낸 것이죠.  

만약 생산 능력보다 주가만 과하게 올라가 있다면, 이는 주식 시장에 거품이 끼었다고 해석할 수 있죠. 반대로 생산 능력보다 주가가 낮은 상황이라면, 기업이 이익을 잘 낼 수 있는 데도 주가는 아직 안 올랐으니, 앞으로 더 오를 여지가 있다고 해석할 수 있고요.

그래서, 이 지표는 버핏과 무슨 상관이냐고요? 지수 자체를 워런 버핏이 만든 건 아니지만, 그가 2001년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이 지표가 “적정 주가 수준을 측정할 수 있는 최고의 척도”라고 말하면서 주목을 받은 겁니다.

각자가 한국은행이나 한국거래소 사이트에 들어가서 코스피나 코스닥 시가총액과 명목 GDP 통계를 찾아 이 둘을 나눠봐도 되겠지만, 번거롭다면 'gurufocus'란 웹사이트에서 볼 수 있습니다.

한국의 8일 현재 이 지수는 103.38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코스피가 3300선을 웃돌던 작년에는 주가가 생산 능력 대비 많이 오른 상황이었죠. 버핏지수도 130% 가까이 간 것 보이시나요? 그러다 지금 하락하긴 했지만, 여전히 좀 높은 상황이긴 합니다.  

물론 주가가 곧장 곤두박질친다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지표는 개(주가)가 개주인(실제 경제력)보다 대체로 앞서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물론 개가 더 앞서갈 순 있지만, 다시 돌아올 여지도 많다고 볼 수 있죠.

또 한 가지 지표는 장단기 금리차 입니다.

우리가 누군가에게 돈을 빌려준다고 해봅시다. 내일 당장 갚겠다는 사람이라면 이자를 아주 조금만 받거나, 여차하면 이자를 안 받을 수도 있죠. 그런데 한 10년 뒤에 갚겠다는 사람에게 돈을 빌려준다면, 이 기간에 돈을 활용할 수 없는 기회비용(포기해야 하는 가치)만큼은 이자로 받아야 할 겁니다.

빌려주는 기간이 길수록 이자는 더 늘겠죠. 그래서 장기 채권 금리가 단기 채권 금리보다 더 높은 게 정상이죠.

앞으로 경제가 좋아질 것으로 예상하면, 물가도 오르고 금리도 오를 것으로 기대돼 장기 채권 금리가 단기 채권 금리보다 더 많이 오를 수 있습니다. 장기 채권금리와 단기 채권금리 간 차이를 ‘장단기 금리차’라고 부르는데, 이럴 땐 장단기 금리차가 벌어지겠죠. (국내에선 주로 10년물 국채와 3년물 국채의 금리차를 비교합니다)

반대로 경제가 나빠질 것으로 기대되면 반대로 물가도 내리고 금리도 하락할 수 있기 때문에 장기 채권금리 하락 폭이 단기 채권금리보다 커질 수 있죠. 장단기 금리차가 줄어드는 겁니다.  

장단기 금리차가 역전이 되면 어떻게 될까요? 보통 은행들은 단기 자금을 싸게 빌려 장기로 빌려주면서 이자 장사를 하죠. 그런데 단기 자금 빌려오는 게 장기로 대출해주는 것보다 더 비싸지면, 은행이 돈을 빌려줄 수 있을까요? 그렇게 되면 신용경색으로 경제위기가 뒤를 잇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장단기 금리차는 마치 지진을 예측하는 신호와도 같죠.

그럼 지금 장단기 금리차는 어떤 수준일까요? 올해 1월 기준으로 0.43%포인트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 역시 좋은 상황으로 보긴 어렵지요?

이제 왜 증시 전문가들이 지금은 좀 현금 들고 기다리면서 공부해야 할 때라고 하는지 감이 좀 잡히시나요? 언젠가 기회는 찾아올 겁니다. 계속 물타기만 하다가 그 기회가 딱 찾아왔을 때 실탄이 없으면 속 터지겠죠? (머리로는 알겠는데, 현실은...)

by.앤츠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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